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올라 Oct 23. 2022

퇴사를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퇴사를 결심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최대한 많은 나라를 둘러볼 수 있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여행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취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오기는 하지만, 나중에 관 뚜껑을 닫고 들어갈 때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세계 여행을 결국 못했다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자면 3년 뒤 사고로 내가 죽게 된다면? 아니, 당장 내년에라도 코로나와 같은 펜데믹 상황이 또다시 발생해서 여행을 결국 포기하게 되고,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얻어서 여행을 할 기회를 영영 얻지 못하게 된다면?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언젠가는 가게 될 여행을 꿈꾸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여행을 갈걸'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여행을 하다가 삶을 마감하는 편이 더 나와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다행히도 주변에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은, 내가 여행을 다녀오기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닌 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대학생 때 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아직 젊고 어린 나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불안함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한국에 있으면 유독 주눅이 들고, 내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언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는지에 대해 신경을 너무 많이 쓰게 된다. 영원히 안 하는 것보다 결국에는 뒤늦게라도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나으니까.


 확정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의 계획은 한국에 돌아간 뒤, 천천히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돌아보고 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남미도 가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남미는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까운 아시아부터 시작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을 둘러보고 돌아올 계획이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편이라서 아직까지도 미확정이지만, 큰 틀을 이렇게 세워두고 있다.

 이런 결심을 한 데에는 여러 사람들의 영향이 있었다. 어느 순간 내 삶에 스며들어온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세계 여행을 이미 다녀온 지인, 퇴사 후 세계 오지 탐험을 하고 있는 지인, 스페인과 멕시코에서 살다가 와서 내게 두 군데는 꼭 가보라고 추전 해준 친구, 아프리카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서 한국 여행을 왔을 때 만났던 인도 친구, 베트남을 사랑하는 친구, 틀에 박힌 삶을 살지만 이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말하던 어른, 배려할 줄 모르는 나이만 많은 사람까지. 하나하나 다 풀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의 퇴사와 세계 여행에 크고 작은 영향들을 미쳤다.


 사실 아직도 내가 선택하기로 한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고 불안함이 마음 한편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온다. 불경기가 이어진다는 뉴스와 환율이 들쑥날쑥하고, 제2의 IMF가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모두 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결심을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무엇인가가 언제나 내 발목을 잡을 것이고, 핑계는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결심했고, 브런치를 시작할 때부터 꿈꾸던 세계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여행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작가의 이전글 아프리카에서 먹어본 햄버거 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