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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Oct 30. 2022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기에

아프리카를 떠나며

아프리카 이젠 안녕!


 짧았다고 하면 짧을 수 있고, 길다고 하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 생활을 끝내고 다시 한국에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떠올리니 괜스레 아련해지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동안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행복한 일들도 굉장히 많이 겪었다. 내 인생에 아프리카라는 장소는 예상도 못했는데 중학생 때의 나에게 돌아가서 너는 나중에 아프리카에서 일할 거라는 말을 해준다면 믿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 나라 특성상 비자를 얻는 게 굉장히 어렵고, 관광지도 발달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내 인생에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다시는 이 나라에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고 떠나는 것이라 기분이 묘하다. 여기에서 친해졌던 현지인 친구들도 보고 싶을 것이고, 종종 가던 이탈리안 식당도 그리울 것이고, 외국인이라는 이 유로로 경험했던 특이한 일들과 평범하지 않던 일상도 가끔은 생각날 것 같다. 산책을 가던 강가와 수영장, 맛있는 타르트를 팔던 베이커리, 저녁마다 놀러 가던 친구의 집과 부엌에서 함께 해 먹던 야식도 그리울 것이다. 주말마다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도 생각날 것이고 혼자서 자막도 없는 영화를 보러 가서 내용도 모른 채 영상만 보다가 나온 일도 가끔 그리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기에서 인연이 되어 내 인생에 이제는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인종차별도 당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무하고도 말을 하고 싶지 않던 날들도 있었고, 누군가와 다툼을 겪기도 했었다. 별 거 아닌 일로 상처를 받고 나 혼자 방 안에서 괴로워하며 우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억보다는 친구들과 맛있는 식당을 다니면서 떠들던 순간, 다 같이 재즈 바에 가고 루프탑 바를 돌아다니던 날,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서 생일 파티를 하던 날들이 더 오랫동안 마음에 새겨져 있을 것 같다. 안 좋은 감정을 지녔던 날들은 거의 생각이 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거의 까먹을 것 같다.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해서 생길 좋은 점들도 있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있고, 안전하게 거리를 나 혼자서도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 한 밤중에 떡볶이와 피자를 배달시켜 먹을 수 있고 빠른 와이파이와 내가 좋아하는 겨울 냄새까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좋은 경험을 했다는 기억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날, 편지를 써준 친구들과 마지막 날에 맛있는 걸 먹으러 나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헤어지면서 울기도 하고, 안아주고, 사진도 같이 찍고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벌써 안 좋았던 기억들은 거의 흩어지고 같이 행복하고 재밌게 떠들면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가던 날들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고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련만 남는다. 역시, 결국 안 좋았던 기억들도 모두 미화된다니까!


 퇴사를 한다는 말에 걱정을 하는 사람들과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안 좋은 말들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마음속 쓰레기통에 담아서 멀리 던져버려야지. 누가 뭐라 하건 나는 이미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을 다시 돌릴 일도 없다. 걱정 어린 말들은 고맙지만, 나에게는 불안감을 더 안겨주니까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속이 시원하다.

 사실 내 가장 깊숙한 속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까 봐. 내가 생각한 미래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봐. 그러나 두려움이 없이는 새로운 시작도 없는 법이다. 끝낼 수 있는 것도 용기이다. 현실에 안주하고만 있으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뭐든 시작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그 과정까지가 가장 힘들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되뇌며 짐을 준비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를 믿어야겠다. 걱정만 하고 있으면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남과 비교하지 말고 차분히 내 인생이니까, 내 속도대로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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