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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Jan 07. 2022

운동과 독서

규칙적인 삶과 자기 발전의 소중함에 대하여

 고등학생 때 매년 책을 100권 이상을 읽었다. 심지어 수능을 준비하던 고3 때도. 지금은 한 달에 한 권도 읽을까 말까 하고 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우울증에 허덕이며 우울증 약의 부작용 중 하나인 집중력 저하를 핑계로 글자를 눈에 담지도 않았다.


 사실 종종 드는 생각인데 나는 고등학생 때 읽었던 책들 속의 지식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 그 때 수 백 권의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정립된 맞춤법들, 얻었던 표현들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로 온 뒤, 책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북을 결제했다. 그렇게 약 반 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 중 한 명이 읽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해서 내가 월간 구독해놓은 이북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지 검색을 해보았다. 마침  친구가 찾던 책이 있었고, 그 책을 읽고 싶다고 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그 날부터 갑자기 나도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문득 월간 결제를 해놓고 해지도 안 하는 것이 얼마나 돈 낭비인지, 매일 유튜브만 시청하는 내 일상이 정말 의미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주변 사람과 환경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력이 크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지금은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가볍게 런닝머신을 뛰고 아침밥을 챙겨먹는다. 출근 준비를 끝내면 핸드폰으로 책을 조금 읽는다. 저녁에는 수영을 가거나 런닝머신을 뛰고 씻자마자 일기를 쓰고 책을 읽다가 일찍 잠에 든다.


 온갖 걱정과 근심들이 운동을 할 때만큼은 생각나지 않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서 너무 힘들고 어떤 타이밍에 물을 마셔야할 지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면서 런닝 머신을 달리면 숨이 차지만 머릿 속에서 뿌듯함이 휘몰아친다. 운동을 가기 전에는 정말 너무 가기 싫고, 무엇을 위해 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찝찝하게 땀을 흘려야하는 지 방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수 십번을 고뇌하긴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 감정의 밑바닥에 언제 다시 부풀어 오를지 모르는 우울감을 안고 살고 있다. 가끔은 불안감이 나를 휩싸고 타인에 대해 너무 깊게 고민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많아질 때가 있다. 신기하게도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조금 더 생각이 가벼워졌다. 누군가의 말투가 조금 날카로워서 그 날 기분이 살짝 상한 날, 신기하게도 운동을 하고 나면 훌훌 털어진다.


 실제로도 운동을 하면 이성적 판단과 결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분인 전두엽이 발달된다고 한다. 운동을 하면서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얕게 깔려있던 피해 의식과 패배주의적인 시각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 가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나 혼자 매일 운동을 하는 이 행위를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것도, TV에 나와 자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 스스로 자기 만족과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그리고 내 건강을 위해 그저 성실하게 나 혼자 하는 것일 뿐이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성실함의 가치가 인정받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자극적인 것 투성이인 세상에 살고 있다. 짧고 강렬한 것들에 취해 잠깐 탐닉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내 발전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과 마음 가짐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 하루하루 깨닫는 중이다.


 운동을 하면서 아무 생각이 없어질 때의 가벼움과 런닝 머신 위에서 정신없이 뛸 때 느껴지는 희열감. 요즘은 마음이 무겁거나 머리에 생각이 가득찰 때, 저녁먹고 운동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질 것이라고 스스로 되뇌인다. 유일한 단점은 운동을 안 하고 넘어간 날에는 괜스레 나는게으르고 의지가 없는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따져보면 운동을 해서 생긴 단점도 아니고 내가 운동을 안 함으로써 느껴지는 일종의 죄책감같은 것이다. 해결 방안은 하나다. 하기 싫어도 무조건 내 몸을 이끌고 나가서 10분이라도 운동하고 오기. 시작할 때만 죽었다 깨어나도 하기 싫지 막상 시작하면 깔끔하게 하고 방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운동이 모든 고민의 해답이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아프리카에 온 이후로 나에게는 아주 얇은 빛 한 줄기같은 존재였다. 운동을 하고 나서부터 자신감도 더 생기고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금씩 불안정해가면서 다시 정신없이 소용돌이치려던 내 정신 건강에 안정감을 한 스푼을 더해주기까지 했다. 아프리카를 떠날 때까지 꾸준히 운동을 할 것이다. 몇 달 뒤,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나서도 이 마음을 잃지 말고 내가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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