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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Feb 26. 2022

아프리카의 술집과 클럽을 즐기는 방법

아프리카에서 즐기는 바(bar)와 클럽 문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지낼 때는 클럽이나 바를 거의 가보지 않았다. 오히려 아프리카에 와서 더 많은 바를 갔고 더 흥이 넘치게 지냈다. 외국인이라는 특권을 이용해서 아무 곳이나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사람들이 더 너그럽게 대해준다는 점 때문에 더 자유롭게 클럽이나 바를 돌아다니게 되는 것 같다. 인종 차별을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클럽이나 바의 가격대가 그렇게 낮지는 않기 때문에 동양인이 방문했을 때에도 대부분 친절한 편이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바(bar)를 갈 때마다 술이 아닌 다른 음료를 먹을 때가 더 많기는 했다. 한 번은 그냥 음료를 시키자, 주문을 받던 매니저가 웃기다는 듯이 하! 하면서 주문을 받은 적도 있었다. 내가 지내고 있는 지역은 술값이 정말 싼 편이고 사람들도 술을 잘 마셔서 술집에서 다른 음료를 시킬 때마다 주문을 받는 사람들이 진심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서 퇴폐적이고 끈적이는 클럽을 간 것은 아니고 쿵쿵대는 음악이 나오고 술만 마시는 건전한 클럽에 갔다. 심지어 어딜 가든 술을 마시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문화 체험'을 하러 간 것과 마찬가지였다. 음악 소리가 너무 크게 쿵쿵거려서 내 심장까지 울릴 때마다 콘서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동안 다양한 술집과 클럽을 방문했는데 그중 한 번은 나이대가 높은 사람들이 가는 나이트클럽을 간 적도 있다. 한국식으로 치면 '호박 나이트클럽' 이런 곳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가운데 스테이지에서 아프리카 노래에 맞춰 사람들이 짝을 맞춰 블루스 같은 춤을 추거나 단체로 온 손님들끼리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국에서 다 같이 동창회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생각한다.

 동양인이나 백인은 한 명도 없어서 들어갈 때부터 사람들이 쳐다보기는 했다.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아니라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한국에 있는 '호박 나이트클럽'에 갑자기 외국인이 들어간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이해되는 시선이었다. 스테이지에 사람들이 많을 때 동행했던 사람과 살짝 끼어들어서 같이 한바탕 춤을 추고 나왔다. 다들 재밌고 귀여워하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봤고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다. 역시 쪽팔림은 잠깐이고 가끔은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괜히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것도 안 하고 술만 마시고 왔다면 아직도 후회했을 것이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고, 우리한테도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운 문화 체험이었다!



 아프리카의 술집도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현지인들이 가는 저렴한 술집과 가격대가 높아서 대부분의 손님이 외국인으로 채워진 비싼 바(bar)가 있다. 메뉴가 정말 많은 곳은 술과 음료의 종류가 100개도 넘고 흑맥주도 종류가 적어도 세네 개는 되고 가격대도 2달러부터 500달러까지 엄청 다양하다. 현지 음식점이나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술집에서는 술의 가격이 정말 놀랄 만큼 싸다. 아무리 비싼 술이라도 10불을 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현지 술집

 현지 술집의 단점은 외국인이 얼마 없기 때문에 뜨거운 시선을 받는다는 점과 에어컨이 없어서 조금 더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정말 운이 안 좋으면 인종 차별을 당할 수도 있긴 하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 인종 차별에 너그러워져서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장점은 역시 가격과 분위기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격 때문 에라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어디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였다. 밖에서 들려오는 엄청 시끄러운 소음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에 정신이 없지만 내가 진짜 아프리카에 와있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최고의 장소이다. 귓가에 들리는 현지어와 불어, 가끔 느껴지는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사람들, 아프리카 날씨라는 게 체감되는 살짝 후덥지근함. 그리고 밖으로 보이는 미친 듯이 꽉 막힌 교통체증과 대비되는 평온하고 붉게 지고 있는 태양과 보랏빛 하늘까지. 여담이기는 한데 이곳은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어디에 있든 하늘도 잘 보이고 하늘의 색깔이 정말 아름답다.


아프리카의 클럽&바(bar)

 외국인 손님들이 많은 가격대가 높은 술집은 백인들이나 인도 사람, 중동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 대부분 굉장히 시원하고 영어가 잘 통해서 편하다.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어서 가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아프리카 음악을 제외하면 아프리카라는 느낌보다는 내가 정말 외국에 지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느껴진 장점은 시원함이다. 에어컨도 시원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만약 여기에서 지내는 동안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이런 바(bar)에서 사귀면 된다. 두 군데 모두 각자의 매력이 뚜렷하게 다르기 때문에 만약 아프리카에 온다면 꼭 두 종류의 술집을 모두 가보라고 하고 싶다.

 


 하루는 라이브 밴드가 공연을 하는 바(bar)에도 가보았다. 가격대가 조금 있는 곳이었는데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다들 일어나서 몸을 흔들기도 하고 서로 눈치를 보지 않으며 흥을 즐기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라이브 밴드가 와서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하는데 정말 자유로워 보였다. 저렇게 밴드를 하면서 사는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특히 뒤에서 피아노를 치던 사람이 음악에 심취해서 눈을 감고 즐기던 모습이 마음속에 진하게 남았다. 바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부러워서 가사도, 멜로디도 모르면서 괜히 입도 뻥끗거려보았다.

 만약 한국에서였다면 밴드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테이블에서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오글거린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눈치를 덜 보는 문화 속에서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정말 자유로워진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괜히 나도 몸을 흔들면서 노래가 끝날 때마다 따라서 환호도 하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사람들이 다 같이 크게 웃을 때 따라 웃어 댔다.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현지 술집에 가보거나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음식점을 꼭 가봐야 한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당연히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바(bar)를 가면 된다. 어디를 가든 본인의 선택이지만 만약에 아프리카에 오게 된다면 한 번 정도는 아프리카 현지 음식점이라도 꼭 가보는 걸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위생 때문에 정말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문화이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현지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갔을 때 밀어내는 현지인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에서도 그렇듯이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과 호기심을 가진 외국인에게 모질게 구는 사람들은 없다.

 여기에서 방문했던 비싼 바(bar)들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겠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의 분위기와 특유의 바이브가 묻어나고 아프리칸 타임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던 현지 식당들과 술집이 내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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