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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속에서, 나를 태우고 싶어졌다

by 원재희

오늘도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차가운 듯 따뜻했고
어딘가로 나를 데려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몇 번 입지도 못한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방치 수준의 전기자전거를 밀어냈다

세상은 아직 조용했고
어느 누구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다


페달을 밟는다
전기자전거는 가볍게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동하는 동안만큼은
세상이 멈춘다


멀리서 보이는 강변
아이들은 킥보드
연인들은 맞잡은 손
말없이 작별을 고하는 벚꽃

나는 그들 사이를 조용히 지나간다

바람막이의 후드가 바람을 가르고
이어폰 없는 귓가에 봄이 스민다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았고
무엇을 사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꽤 괜찮았다

잠시 멈춰 물을 마시고
자전거를 세운다

그림자 위에 떨어지는 햇빛은
조금 기울었고
바람은 다시 내 등을 민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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