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이 오고 있다

나는 아직 봄에 멈춰 있는데

by 원재희

오늘 햇살은 조금 심했다.
유난히 강했고 눈을 자꾸 찌푸리게 했다.
바람은 가벼웠지만
햇빛은 이미 여름이었다.


이제 봄은 끝나는구나.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끝나버리는구나.
나는 아직 벚꽃도 다 못 봤는데.



작년 여름은 솔직히 좀 잔인했다

24년 여름은 너무 더웠다.

숨도 제대로 못 쉬게 만들던 더위.
모든 걸 축 처지게 만들던 그 계절.
옷도 싫었고, 사람도 싫었고,
아무 데도 나가고 싶지 않았던 기억.

그 여름을 지나 다시 맞는 여름,
그냥 밝고 뜨겁기만 한 계절은 아니게 됐다.
어떤 기억은 계절을 다시 만들기도 하니까.



여름이 오기 전에 나는 준비하고 있다

에어컨 필터는 갈아뒀다.
창문 바람길도 열어뒀다.
얇은 티셔츠 몇 장은 꺼내 뒀다.


그런데
진짜로 준비해야 하는 건
내 마음가짐이다.


여름을 어떻게 맞이할까

조금은 느슨하게.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비워내고.
조금은 그냥 흘려보내고.


이번 여름엔
뭔가를 애써 쥐지 않으려고 한다.
버티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흘러가 볼 생각이다.





나는 지금, 여름을 준비 중이다

오늘 햇살이 내게 말했다.

“이제 곧 시작이야.”


나는 대답했다.

“함께 천천히 가보자.”


#여름이오고있다 #봄의끝 #계절에대해 #햇살이주는감정 #2025여름 #브런치에세이 #여름을준비하며 #버텨낸계절 #내마음의기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봄바람 속에서, 나를 태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