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하루를 잘 살아냈다

by 원재희

마트에서 샐러드를 고르고,
계산대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고,
텀블러에 물을 채우고,
다 쓴 종이컵을 접어 버린다.




이 모든 일을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조용히 해냈다.


누군가는 이런 하루를
'아무 일 없는 날'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이 하루를 버티기 위해 내가 어떤 생각들을 밀어냈는지.

말없이 웃었고,
작게 인사했고,
크게 상처받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안심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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