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월요일

뉴욕 여행 D+5

by 위다혜

어제 일찍 잠들어서 그런지 오늘은 무려 새벽 6시부터 눈이 떠졌다. 지난 번에 갔던 westway 다이너에 다시 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혼자 와서 조용히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번에는 아점 느낌으로 시끄럽고 활기찬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여서 더 좋았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음악이 나와서 더 좋았다. 아침을 먹으며 사랑에 대한 뉴스레터를 읽었다. 좋은 아침!

오늘은 미술관데이! 미술관 문 여는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센트럴 파크에 가서 아침 공원 산책을 했다. 월요일 아침이 이렇게나 좋은 시간대였다니 새삼 놀랍다. 오늘은 아래 쪽 센트럴파크에 왔다. 스트로베리 필드 부근에 갔더니 어떤 분이 버스킹을 하고 계셨다. 공원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웰컴 투 스트로베리필드! 라고 인사하며 다양한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본인의 집도, 본인의 가게도 아닌 이 공원에 온 누군가를 환영하며 환대의 노래를 하다니 마음이 좋아졌다. Obladi Oblada, all you need is love 를 불러주셨다. 어쿠스틱한 기타 소리와 좋은 노래를 들으며, 약간은 쌀쌀한 아침의 공원에서 나무 향기를 맡고 있으니까 정말.. 많이 행복했다!

조금 더 걸어다니다가 아무 벤치에나 앉아서 책을 읽었다. 오늘부터 읽는 책은 내가 좋아하는 <김혜리의 필름클럽> 최다은 피디님의 에세이. 일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고, 일을 하다가 아파본 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여전히 일에 진심이려고 하시는 분이어서 좋았다. 앞부분만 읽어도 공감할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좋은 선택이었어-!

센트럴파크를 뒷마당처럼 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뉴욕에 있으면서 공공디자인이랄까, 공용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한국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너무 없다. 언젠가 사람은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만큼 모두 집처럼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은적 있다.(아마 셜록현준 유튜브..?) 실제로 나도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공용 공간의 여부였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에는 공용 헬스장, 수영장, 스터디카페 등이 있어서 그 만큼까지 내 집이 확장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좁은 원룸에서 운동하지 않아도, 좁은 책상에서 공부하지 않아도 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저기까지 펼쳐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공간이 넓어진 느낌이 든다. 더불어 조금만 더 걸으면 창릉천도 있으니 내가 누릴 수 있는 범위는 더 넓어진다. 서울에 살 땐 그런 느낌이 전혀 없어서 더 외롭고 우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서울야외도서관처럼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다. 서울은 그마저도 웨이팅을 걸어야하거나 피터지는 예약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기에.. 좀 더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한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그만큼 도시에 누릴 문화생활이 적기 때문 아닐까? 뉴욕은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방문하는 곳의 밀도는 서울보다 낮게 느껴진다. 문화생활이 여기저기로 분산되어있기 때문이 아닐지..!

재밌는 뉴욕의 풍경들 !

드디어 온 moma!

처음으로 본 그림은 강아지와 함께한 정물화. 나는 정물화가 왜 이렇게 좋을까,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사물들(책, 커피, 와인, lp, 연필 등)을 한 자리에 모은 정물화를 하나 완성해보고 싶어서 집 근처 미술학원을 계속 째려보고 있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겨울에나 한 번 다녀볼까 생각 중이다.

드디어 실물로 본 반 고흐의 작품들. 파리에서 본 작품들도 넘 좋았는데, moma의 작품들도 넘 좋았다. <별이 빛나는 밤에>도 너어무 좋았는데 <올리브 나무>가 나는 더 좋았다. 레몬빛 구름과 파란 하늘, 올리브 나무 이파리 사이로 바람이 부는 게 모두 느껴지는 듯 했다. 내가 넘 좋아하는 풍경인데 그걸 넘 잘 살린 그림이어서 계속 보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샤갈의 그림 실제로 보니까 넘 신비로웠고.. <여름의 피부> 읽으면서 보고 싶었던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도 봤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말해뭐해.. 그냥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티스의 <춤>, 그리고 프리다 칼로의 작품.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보고싶어서 어딨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moma에 없다고 해서 아쉬웠다 ㅠㅠ

친구가 추천해준 피스타치오 크루아상을 점심으로 먹었다. 존맛탱! ! 한국에 없는 것들 많이 먹고 가야지.

오늘의 서점 투어는 맥널리 잭슨 서점. goods for study 라는 문구 코너도 함께 있었다.

사고 싶은 연필이 가득 -! 생각해보니 블랙윙이 미국 연필이더라.. 예쁜 조합의 색이 많아서 살까말까 넘 고민 중이다. summer reading matrix도 너무너무 좋았고요! 나중에 이런거 만들어봐야지! 이번 여름 책을 이렇게 구성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스태프 추천 도서에 한국 책이 두 권이나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은 그래도 납득했는데, 권여선 작가님의 레몬??? 네가 왜 여기서 나와.. <각각의 계절>도 좋게 읽었어서, 살까말까 한 10분 고민하다가 안 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추천사도 넘 좋았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월요일마다 1달러의 가격으로 기부 입장을 할 수 있어서 오전부터 예약을 해뒀다. 오픈을 기다리며 근처 공원에 앉아있었는데, 내 옆 사람과 옆옆 사람 모두 그냥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책을 꺼내서 읽었다. 뉴욕은 내가 가 본 도시 중에 제일 책을 좋아하는 도시 같아서 넘 좋다!

아이스크림 트럭 신기해서 하나 사먹어 봄

구겐하임 미술관! 셜록현준 유튜브 보면서 이 건축물 자체가 궁금해져서 와봤다. 꼭대기 층 부터 빙글빙글 돌며 내려오는 경험, 끊기지 않고 위아래를 동시에 관찰하며 미술 전시를 보는 경험 넘 좋았다. 어떻게 이런 건축을 했지. 중간에 행잉 플랜트를 달아둔 것도 감다살..

오늘 아침에 뮤지컬 <라이온 킹> 로터리를 신청해뒀다. 당첨이 되면 25만원 짜리 뮤지컬을 6만원 정도에 볼 수 있다. 당첨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데, 웨이팅 리스트를 걸어둔 리딩 파티 측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파티 취소가 생겨서 원하면 등록하라고! 혹시나 로터리 당첨이 될 수도 있으니까 리딩 파티 신청을 안 하고 3시까지 기다렸다. 3시에 나온 결과는 standby. 4시까지 결제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차레가 온다. 4시까지 기다렸는데 결과는 무려 당첨!!! 심지어 엄청 좋은 자리로 배정이 되어서 넘 신났다!

당장 오늘 7시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서, 리딩파티는 안 가는 걸로 하고 극장으로 향했는데 뭔가 쎄한 느낌.. 알고보니 오늘이 아닌 내일 뮤지컬이었다. 따흐흑.. 이럴거면 리딩파티를 갈 걸 아쉽다.. 어쩔 수 없지..

바보같은 나를 탓하고 싶지만,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거지! 라고 생각하며 넘긴다. 늘 완벽하려고 아둥바둥하다가 여행와서 이런 실수도 하니까 이제서야 좀 마음이 느슨해졌나? 싶기도 해서 좋기도 하다. 너무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자.

갑자기 저녁 일정이 사라진 오늘.. 아직 오후 7시인데 뭐하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오늘 아침 7시부터 움직였으니까 벌써 나와서 논지 12시간이 지났잖아?! 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심지어 맨날 2만보 이상 걷느라 허리가 아픈 상황에서도 또 어디갈지 궁리를 하다니.. 또 무리하려고 했던 마음을 반성하면서, 오늘은 여기서 이만 마무리하자-! 했다. 타겟에 가서 요거트랑 비타민 음료랑 물을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새 여행의 반이 지났다. 언제 반이 지난거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은데, 지난 만큼 더 지나가면 끝이라는 생각에 벌써 서운하다. 늘 업무 생각에, 사이드 프로젝트 생각에, 사람들과의 관계 생각에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놓으니 꽤나 편안하다. 돌아가서도 이 상태 그대로, 조금 편안하고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 겉으로는 바빠보이지만 은근히 배려해주고, 신경써주고, 모른척하지 않는 뉴욕의 사람들처럼 나도 할 일 잘 해내며 주변 신경도 잘 쓰는 사람이고 싶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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