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뉴욕 여행 D+4

by 위다혜

오늘 아침도 다이너-! 저번에 갔던 다이너에 또 가고 싶었는데,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줄이 길어서 다른 곳에 가봤다. 미국 음식은 항상 양이 너무 많아서 1/4 정도밖에 못 먹는데, 이 아보카도 토스트는 다행히 다 먹었다. 미국은 커피에 후하다더니, 다이너에서 커피 무한리필을 해줘서 좋다. 근데 커피가 엄청 맛있는 도시는 또 아닌듯

오늘은 주말에 열리는 빈티지 마켓 2탄. 브루클린 플리마켓에 갔다. 다양한 엘피랑 오래된 코믹스들이 빈티지 마켓에 있는 게 신기했다.

스누피 만화도 구경하고, 캠코더도 구경했다. 빈티지 캠코더는 진짜 사고 싶었다.. 하지만 동묘가서 사야지 라는 생각으로 꾹참음. 덤보도 봤다.

어제 하루종일 2만보 넘게 걸어다니고, 저녁 늦게까지 뮤지컬을 봐서 그런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다. 엄마한테 사진을 보냈더니 귀신같이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다니라고 했다. 맞아, 나 쉬엄쉬엄 여행하기로 했었지! 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컨디션도 안 좋고, 코어도 무너져서 오래 걸으면 허리 아파하면서 이렇게 무리하다니! 아까워도 내 몸이 먼저니까 쉬엄쉬엄 여행해야지 하고 공원에 그냥 누워서 쉬었다. 약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았는데, 그 사이에 갑자기 응급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계속해서 얕게 깔려있다. 의식해서 그런지 은근한 통증도 계속 있는 것 같다. 뉴욕 또 올 수 있으니까 여유롭게 여행하자. 내년에는 내 몸을 회복시키는 것을 1순위 목표로 잡을거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여행을 하기 위해! 무리함없이, 건강하게!

컨디션 니엔~조를 극복하기 위해 태국음식점에 가서 밥이랑 똠얌꿍! 너무너무 맛있었다. ㅠㅠ 흑흑..

그리고 엘피 & 카세트 파는 곳 구경. 물가는 엄청 비싸면서 엘피 가격은 또 별로 안 비싼게 아이러니다. 니나 시몬과 스탄 게츠 엘피 중에 뭘 살지 고민 중이다. 앨범 선물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뭘 줘야 좋아할지 모르겠다.

돌아다니다가 미국의 교보문고인 반스앤노블을 발견해서 들어갔다. 트렌드 분석 레터에서 많이 봤는데, 드디어 직접 와보다니! 책과 음반, 문구, 잡화 모두 파는 게 진짜 교보문고 같았다. 근데 북마크가 이게 뭐임..? 이런걸 누가 사.. 교보문고 굿즈들 수출하면 대박나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잠깐 했다. 우리 굿즈 보면 뒤집어질텐데..

트렌드 레터에서 봤던 것처럼 역시나 큐레이션이 잘 되어있더라. 뻔하지 않은 큐레이션들 + 재치있는 큐레이션 pop의 조화가 마음에 들었다. 기념으로 책 한 권 사가고 싶은데 뭐 사갈지 고민이다. 긴 여행을 떠나오면 회사 생각이 안 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생각들은 점점 옅어졌지만, 어떤 생각들은 점점 짙어진다.

이런 걸 어떻게 레고로 만든거지 신기하다

매그놀리아 바나나 푸딩 먹고 오늘은 일찍 숙소로 -!

쉬엄쉬엄 여행하려고 숙소에서 쉬면서 이틀치 기록을 쓰고 있다. 근데 너무 졸리다. 눈이 반쯤 감긴채로 뭐라고 쓰는지도 모른 채로 글을 쓰고 있다.

뉴욕은 세계의 수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전에는 지들이 왜 수도야?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와보니 뭔가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계 생명체를 만났을 때를 대비해 온 세계의 언어와 음악을 담은 보이저호처럼, 만약 외계인이 지구로 와서 너희 행성을 가장 포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 하나로 데려다줘. 라고 한다면 뉴욕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렇게나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 다양한 언어, 다양한 음식, 다양한 취향, 다양한 역사와 예술과 건축과 사람과 동물과 자연과 도시가 있는 곳은 뉴욕밖에 없을 것 같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도 없고, 별로 특이하게 보지도 않고, 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좋기도 하면서 신기하기도 하다. 다른 여행지에 비해 '이방인','관광객'이라는 아이덴티티가 가장 약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뉴욕을 더 많이 알고 가고 싶다. 그치만 너무 졸리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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