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 of Life

뉴욕 여행 D+6

by 위다혜

오늘의 아침은 베이글! 다이너와 베이글을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먹어보고 있다. 베이글은 연어 베이글, 햄치즈 베이글처럼 재료가 풍부한 걸 시도해보다가 오늘은 블루베리 베이글에 딸기 크림치즈를 바른 심플한 조합을 먹어봤다. 미국은 베이글도 양이 많아서, 재료가 풍부한 조합은 내가 반밖에 못 먹기도하고 심플하게 먹었을 땐 어떤 맛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크림치즈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크림치즈만 여러개 시도해봐도 재밌을 것 같았다. 오늘의 조합은 대성공!

오늘은 자연의 날. 자연사 박물관을 구경하고 <라이온킹> 뮤지컬을 보러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허리가 좀 아프고 골반쪽이 뻐근해서 베이글을 먹은 뒤 숙소에서 뒹굴거리다가 느즈막히 나왔다.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크게 동물관, 공룡관, 해양관, 천체관을 위주로 봤다.

첫 번째, 동물관은 동물모형이 넘 실제처럼 만들어져 있어서 놀랐고, 디오마라의 퀄리티가 매우 높아서 놀랐다. 우리나라의 박물관에 가면 디오마라의 퀄리티가 낮아서 인형극 세트장을 보는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이곳은 매 장면마다 실제 그 동물이 살고 있는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둔 것 같았고 배경 그림 자체만으로도 넘 아름다웠다. 거의 예술 작품에 가까울 정도로 공들여서 만든 거라고 하던데 넘 대단하다.

이게 어떻게 그림이고 모형이냐고요..!

두 번째 공룡관. 정말 난생 처음 보는 류의 전시였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은 화석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19세기~20세기에 미국에서 많은 공룡 화석이 발견됐다. 자연사 박물관은 이런 화석을 수집하기도 하고 연구/후원하는 기관이었기에 공룡관에 정말 많은 화석이 모여있었다. 자연사 박물관의 가장 대표적인 화석이자 어릴 때 책에서만 보던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도 보고, 다양한 공룡 및 동물의 화석을 봤다.

날으는 익룡이나 맘모스, 거북이, 양서류의 화석들도 많이 있어서 신기했다. 이 동물들은 자신의 뼈가 발굴되어서 이렇게 박물관에 전시될지 알고 있었을까? 먼 과거의 생명체들을 상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공룡의 시대가 정말 있긴 했던걸까 싶고 그냥 이야기처럼만 느껴졌었는데, 실제로 존재했던 흔적들을 보니 정말 이런 과거가 있었구나 더 와닿았다.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 지구가 잘 보존되고 발전되어서 지금 이 시대까지 이르렀다니 신비롭기 짝이없다.

앞에서 우와 우와 하면서 공룡 화석을 보다가 마주한 정말 거대한 공룡 화석... 이 화석에 비하면 앞에서 본 화석들은 미니미에 불과했다... 이 공룡은 티타노사우르스라고 한다. 4층 높이의 길이이고 코끼리 10마리의 무게라고.. 위로도 길고 앞뒤로도 너무 길어서 머리와 꼬리가 전시장을 삐져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놀라운 화석을 발견하다니 담당자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스케일의 전시를 보니, 사람들이 무언가 연구하거나 공부할 때 왜 미국으로 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 세상에 대한 정보, 모으기 힘든 정보도 엄청난 양의 연구를 통해 이렇게 모든 시민들이 접근 가능하게 공유되고 있으니 연구자들 사이에는 얼마나 꿀정보(?)들이 많이 있을까. 뭔가를 서치할 때 괜히 영어로 서치하라는 게 아니다..이제야 깨닫는다. 그리고 미국은 국토도 정말 넓고, 다양한 기후의 지역을 가지고 있으니 연구하고 싶은 환경을 찾기도 쉬웠을 것 같다. 환경마다 다른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도 한 몫할 것 같고. 심지어 이민자들의 나라니까 다양한 인종/문화에서 온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을거고, 이를 발판 삼아서 더 더 발전했겠지? 유럽에 지낼 때는 별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 미국은 좀 부러운 것 같다!

전시 보다가 넘 배고파서 점심 먹으러 잠깐 나왔다. 어제 채널 십오야의 <이서진의 뉴욕뉴욕2>를 보고 잤다. 이서진 관심 하나도 없었는데, 나영석/정유미와 나온 이 콘텐츠를 보니까 꽤나 재밌는 사람이더라! 아무튼, 뉴욕뉴욕에 나온 딤섬 집이 너무 맛있어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박물관 근처에 있어서 바로 가봤다. 고수 차우펀, 새우 차우펀, 새우 쇼마이, 쇼비뇽 블랑 와인 한 잔 시켜서 먹었는데 진심 너무 행복했음... 너무 맛있다.. 심지어 이거 먹기 전에 너무 걸어서 허리가 아팠는데 딤섬이랑 와인 먹고 갑자기 멀쩡해짐

다시 들어와서 박물관 2차전! 맘모스는 볼 때마다 신기한 동물

아르마딜로와 비슷한 종의 화석도 봤다. 신기했다.

동물, 조류 뿐만 아니라 버섯부터 식물, 거북이, 산호, 조개 등 넘 다양한 종이 전시되어있었다. 자료가 너무 많아서 주체가 안 되는 느낌

다음으로는 해양관과 천체관! 박물관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고래가 넘 멋졌고, 돌고래 모형도 진짜 같았다..

갑자기 알라딘 과학 문진과 비슷한 과학 스노우볼...?을 발견함

빅뱅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보고 나왔다. 빅뱅 이후 시작이 얼마나 길었는지를 빙글빙글 내려가는 동선을 통해 보여주는 전시를 봤다. 빅뱅 이후 정말 긴 - 시간이 지났다. 심지어 태양계가 생겨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미생물이등장한 건 더 최근의 일이다. 전체 우주의 시간으로 봤을 때 지금은 얼마나 찰나의 시간인걸까. <궤도>라는 책을 읽고 있어서 더 공감이 가기도 했고, 늘 우주의 관점에서 삶을 보고 싶은 내 가치관이랑도 맞닿아있는 전시여서 좋았다. 다음 생엔 꼭 과학자가 되고 싶다.

1일 1공원. 공원에서 잠시 앉아 책을 읽었다. 그리고 결국 운동화를 사러 아디다스로 향했다. 운동화를 챙기려다가 여름이니까 샌들만 있으면 되겠지라는 나이브한 생각으로 운동화를 안 챙겼다가 호되게 당하는 중이다.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몸 상태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평소에 1만보 좀 넘게 걷다가 2만보 넘게 걸었다고 발바닥이 다 갈라지고, 다리 아프고, 심지어 허리도 아프고, 골반도 뻐근하고 ㅠㅠ 어릴 때 왜 엄마가 자꾸 앉았다 가자고 했는지를 이제서야 이해하게 된다. 더 이상 샌들로 버티기는 무리일 것 같고, 더 많이 놀고 싶은데 허리 아파서 못 걷는 게 짜증나서 그냥 운동화를 사버렸다. 항상 컨버스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못 샀던 아디다스 가젤을 샀다.

이른 저녁으로는 타코와 멕시코 맥주! 타코가 너무 맛있어..

그리고 또 엘피샵을 구경했다.

a24는 정말 인기가 많구나. 나도 사고 싶은 영화 굿즈가 가득이었다. 매거진도 있었다.

프라하 교환학생 시절부터 내 스벅 최애 메뉴인 펌킨 스파이스 라떼가 오늘부터 출시된다는 광고를 봤다. 으악! 벌써 가을이라니 ㅠ ㅠ .. 그래도 뉴욕에서 내 최애 메뉴를 먹어보고 갈 수 있다는 것은 기쁜일이다! 내일 바로 가서 사먹어봐야지~ 펌킨 스파이스 라떼는 왠지 한국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안 난다..

집에 와서 운동화로 갈아신고 라이온킹 보러 출발 !

로터리 당첨된 것 치곤 자리가 너어무 좋아서 럭키비키였다. 1층의 정 중앙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제일 유명한 circle of life 오프닝 장면 볼 때는 살짝 눈물이 날 뻔 했다. 오전에 자연사 박물관에서 봤던 동물들이 다 무대로 나오는 것 같아서 재밌기도 했다. 자연의 날이네! 노래는 사실 유명한 넘버들 빼고는 그저 그랬는데, 연출이 넘 좋았다. 인형을 가지고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이라든지, 사람이 동물의 몸짓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든지, 넓은 대자연을 좁은 무대에서 표현하는 방식이라든지, 심지어 잔디나 선인장 같은 식물을 사람이 연기하는 방식이라든지 신박함 그 자체..! 어떻게 라이온킹이라는 작품을 뮤지컬화할 생각을 했을까. 인형극 + 무용극 + 뮤지컬 + 어린이 공연의 느낌이 모두 있었던 신기한 공연이었다.

내일은 보스턴 당일치기를 가는 날이었는데, 그냥 취소해버렸다. 샌들 때문인건지, 속이 안 좋은건지, 컨디션이 안 좋아진 건지 원인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엄청 좋은 것 같지는 않아서 무리하지 않고자 쿨하게 취소..! 다행히 수수료 조금 빼고 다 환불이 되어서 넘 다행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뉴욕에서 할 거리가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그냥 뉴욕을 더 즐겨보려고 한다. 보스턴은 다음 기회에, 안녕!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