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 D+7
오늘 아침도 베이글로 시작! 다이너에 가는 날이었지만 이제 슬슬 귀찮아져서 그냥 숙소 근처 새로운 베이글 집에 갔다. 오늘도 심플한 조합으로 도전! 어니언 베이글 + 베이컨 스칼리온 크림치즈 조합으로 먹었다. 줄서서 기다리던 중에 발견한 초콜렛 피스타치오 프랄린 크림치즈..!? 도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하다. 프랄린하니까 생각나는 나의 빵 프로젝트, 잘 되고 있을지 걱정된다.
아침부터 경찰이 말 타고 돌아다니는 어메이징 뉴욕의 아침 스타트-! 오늘은 사고 싶었던 향수도 사고, 엄마 아빠 선물 살거 있는지 구경하러 소호 지역으로 향했다. 아디다스 매장이 있길래 괜한 궁금증에 들어가서 신발을 둘러봤는데, 어제 본 매장보다 더 다양하고 예쁜 색깔의 운동화가 많이 있어서 주먹울음..ㅠㅠ 색 너무너무 예쁘다.. 눈여겨보고 있었던 아디다스 태권도도 있었음..흑흑 이왕 살거 뉴욕에서만 살 수 있는 걸로 샀으면 좋았겠지만 남색도 무난하니 잘 신을거니까 괜찮아! !
그리고 드디어 가본 글로시에! 화장품 패키지도 예쁘고, 매장도 예쁘고, 컨셉도 힙하고, 직원분들도 친절하고.. 왜 미국 mz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었는지 너무 잘 알겠다! 이것저것 테스트해보다가 제일 궁금했던 글로시에 유 향수 겟! 새로운 향수가 생겨서 넘 좋다 -! 하루종일 향기 킁킁 거렸는데 맡으면 맡을수록 좋음. 나에겐 뉴욕의 향기로 기억되겠지
구경할 샵들이 많아서 재밌었던 소호거리! 그리고 서점도 꽤 많아서 의도치 않게 서점 투어를 했다.
housing works bookstore는 중고 의류, 중고 물품을 책과 함께 파는 서점이었다. 베스트셀러의 향, 종이책의 향, 리딩 타임의 향 등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궁금해할법한 향의 향초를 많이 팔고 있었다. 향 자체는 무난한데 이름을 넘 궁금하게 잘 붙인듯. 그리고 읽으려고 가져온 폴 오스터의 뉴욕 삼부작 원서도 발견했다. 한국판 책 보다 훨씬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는 표지인 것 같다고 느낌. goods for study 는 미국에서 흔치 않은 아기자기한 문구샵이었다. 파스텔 모나미가 있어서 반가웠다.
깔별로 문구 정리되어있는거 마음에 안정이 돼.. 오랜만에 이런 아기자기 편집 문구샵을 만나니까 신기했다. 확실히 이런 작고 귀여운 감성은 한국-일본-대만 동아시아 쪽에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지나가던 길에 들린 슈퍼마켓. 먹을 거리가 정말 많아서 이 동네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일 부러웠던 건 후무스와 또띠아를 종류별로 한 코너에 판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팔면 집에서 타코를 해먹거나 후무스랑 팔라펠을 넣은 피타 브레드 샌드위치를 자주 해먹을텐데 ㅠ ㅠ 부럽다..
요즘 유행하는 깍두기 망고..? 그게 미국이 원조였는지 마트에도 있었다. 납작 복숭아도 있어서 사고 싶었는데 갈길이 멀어서 숙소 근처에서 사려고 안 샀다.
점심 또 타코! 역시 타코 중의 타코는 피시 타코야..! 로제 와인과 함께 먹는 점심 넘 행복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간단한 타코 바 같은 게 많이 생기면 좋을텐데.. 그냥 간단하게 타코 두 조각만 먹어도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가 된다.
여기는 중고 서점이었던 것 같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런던 리뷰 오브 북스가 있어서 반가웠다.
여기는 ofr같은 느낌의 아트북 전용 서점 같은 곳이었다.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을 간단하게 스케치한 책이 재미있어서 사고 싶었다. 나도 이런거 그려보고 싶다! 하나의 주제를 꾸준히 기록하는 건 정말 멋진 일 같다.
돌아다니다가 뉴욕에서 유명하다는 라 콜롬브 카페가 있어서 커피를 마실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여기도 펌킨 스파이스 라떼를 판다고 해서 바로 마셔봤다. 역시 맛있어 ㅠㅠ 왜 미국에서 이 음료가 인기있는지 찾아봤는데, 미국에서 호박은 가을, 추수감사절, 할로윈과 관련이 있는 상징성 있는 재료이기도 하고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호박 파이 같은 노스탤지아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한다. 게다가 스타벅스에서 가을에만 한정으로 내놓는 음료다보니 희소성이 더해져서 더 사랑받는 음료가 되었다고. 신기하다. 이런 문화적 맥락 없어도 맛있는데 있으면 더 맛있겠지
뉴욕대학교 서점도 구경했다. 뉴욕대학교 학생들 부럽다.. 학교 로고가 박힌 굿즈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심지어 강아지 옷, 리드줄까지도 있음 ㅠㅠ 자신의 학교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겠지!
오늘은 운동화를 신어서 다행히 허리가 많이 아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걷다보니 지치긴해서 북클럽 바 라는 곳에 갔다. 우리나라의 북 바 처럼, 책 이름을 살짝 비튼 이름의 칵테일도 팔고 커피도 팔고 술도 파는 서점 겸 바인 곳이었다. 들어갔는데 바 자리에서, 쇼파 자리에서 다들 책을 읽고 있어서 분위기가 넘 좋았다. 나도 오렌지 와인을 한 잔 시키고 푹신한 쇼파에 앉아서 <비효율의 사랑>을 완독했다.
근데 뉴욕에 와서 와인을 시킬 때마다 이렇게 평범한 목이 없는 와인잔에 와인을 그냥 콸콸콸 따라주는 게 너무 웃겨서 왜 이런 잔에 주는 건지 검색해봤다. (정확히 이거랑 똑같이 생긴 컵을 나는 집에서 물컵으로 쓰는데...) 뉴욕은 격식 있는 fine dining 문화와 더불어 편하게 캐쥬얼하게 즐기는 와인 문화도 강하게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통적이고 형식적인 것보다 편안한 잔들을 쓰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고 한다. 더불어, 뉴욕은 공간이 비싸고 좁다보니 와인잔을 효율적으로 보관하려면 목이 긴 와인잔보다 이런 잔을 쓰는 게 편리해서 그렇게 된 것도 있다고. 신기했다.
뉴욕에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이런 '격식없음','신성시하지 않음' 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은 고급스럽고 우아하고 종류를 다 알고 즐겨야하는 술처럼 여겨지는 반면, 미국의 바에서는 그냥 목없는 물컵에다 콸콸 따라주는 경우가 많다.
또,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도 우리나라는 한 번 보는 뮤지컬 집중해서 제대로 봐야한다는 생각에 조금의 소리나 미동도 있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하고 '시체관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꼼짝않고 보는 문화가 강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그냥 아예 팝콘이나 초콜렛 같은 간식 반입이 가능하고 극장 내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음료나 술도 마실 수 있고, 공연 중에 주문하면 자리로 가져다 줄 수도 있으니 많이 구매하라는 안내를 하우스 어셔가 하는 걸 보기도 했다.
책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책 읽는 게 대단한거라도 되는 것마냥 숙제처럼 의무처럼 여기지만, 미국에서는 왜인지 그냥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느낌이다. 공원에서, 바에서, 카페에서, 지하철에서 책 읽는게 유난이거나 멋있는게 아니라 정말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밖에서 책 읽는 사람의 성비가 거의 반반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나는 종종 진지해지는 사람이어서, 꼭 이런 문화생활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이런 태도를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 그 어떤 일도 그토록 대단한 일은 없다. 그냥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뭐.. 그냥 한 번 가볍게 시도해보는 자세, 너무 진지하게 비장하게 임하기 보다는 조금 헐렁하고 느슨하게 즐기는 자세를 가지고 싶다.
스위트 피클 북스! 중고 책 한 권을 가져가면 피클과 교환해주는 아주 귀여운 서점이다.
책 훔치려면 저기 있는 아마존 북스토어 가서 훔치라는 말이 왤케 웃기냐 ㅠㅠㅋㅋㅋㅋ
넘 귀여웠던 피클 굿즈들! 손님과 사장님이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던 바이브도 넘 좋았다. 내가 언젠가 서점을 운영하게 된다면 이렇게 유쾌하고 따뜻한 느낌의 서점을 열고 싶다고 생각했다.
스태프 픽을 보면서 the body keeps the score 라는 책이 다른 서점에도 갈 때마다 스태프 추천 리스트에 올라와있던 게 생각나서 검색해봤다. 한국어 판 <몸은 기억한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2016년 을유 문화사에서 출간되었던 책이다. 교보문고 사이트에 안 들어가려고 해서 순위를 보진 않았지만 한국어판은 딱히 인기가 있지는 않았던 듯 한데, 뉴욕에서는 355주 베스트셀러를 지속한 책이라고 한다. 왜인지 찾아보니 뉴욕은 이민자, 다양한 인종, 성소수자 등 굉장히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여서, 이 사람들이 이주, 차별, 빈부격차 등 다양한 사회적 사건을 통해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어 트라우마에 대해 다룬 이 책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또 뉴욕은 웰빙, 치유,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도시라고. 각자 테라피스트가 있는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문화일 정도라고 한다. (미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같은 책이어도 어떤 사회문화에서 잘 받아들여지는 지가 다른 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다정이 필요했던 혐오의 시대에 출간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잘 팔렸던 것처럼, 책은 그 책이 필요한 시기에 맞춰 딱 맞게 도착한다.
잠깐 숙소에 들러서 피자 한 조각 먹었다. 마트에 잠시 들렀는데 <올리팝>이라는 프리바이오틱스 소다..?라는 게 있어서 사와봤다. 꽤나 맛있다. 소다인데 설탕이 적고 장내 미생물 어쩌구를 더 건강하게 해주는 소다라고 한다. 꽤나 맛있었다. 한국에도 들어오면 인기 많을듯
숙소에 한 번 들어오니 나가기가 싫어서 브루클린 브릿지 그냥 가지 말까..하다가 나왔는데 가길 넘 잘했다. 일몰 시간에 럭키하게 딱 맞춰 도착해서 넘넘 예쁜 분홍빛 보라빛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사진에는 1도 담기지 않는다.. 하늘이 너무 너무 예뻐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넘 행복했던 순간! 진짜 미국에 왔구나 하는 순간이었다.
다리를 건너다가 도미닉 파이크의 신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앨범을 전체 재생했는데, 늦여름 ~ 초가을의 무드와 넘 잘 어울리는 곡들이 많아서 행복하게 들으며 다리를 건넜다. 이어폰을 끼지 않고 도시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순간들도, 지금과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걸으는 순간도 모두 행복하다-!
운동화를 신어서 그런지 다행히 허리의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골반의 뻐근함도 약간만 남아있다. 이제는 샌들을 신고 2만보를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귀중한 깨달음을 얻으며.. 그래도 통증이 사라졌음에, 아프지 않음에 감사하는 오늘 하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