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썸니아 쿠키

뉴욕 여행 D+8

by 위다혜

오늘도 베이글로 시작하는 아침! 에브리띵 베이글에 갈릭&허브 크림치즈 조합으로 먹었다. 오늘은 프렌즈 세트장 구경하는 날!

한 때 정말 푹 빠져 살았었던 프렌즈! 오랜만에 보니까 추억이 새록새록이었다.. 내가 이 세트장에 와 있다니!

직원들도 친절하게 사진 찍어주셨는데, 너무 못찍으셔서 건질 게 없었다..ㅎㅎ 한국인들이 사진을 잘 찍는다

프렌즈 주 무대인 central perk!

지나가다가 발견한 <grandma stand> 라는 귀엽고 따뜻한 팝업을 발견했다. 총 6명의 할머니들이 돌아가며 공원에 나타나 뉴요커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팝업이라고 한다. 고민을 따뜻하게 들어주거나, 현명한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이 날의 주제는 "지금 가지고 있는 불만은 뭐야?"였다. 한 여자 분이 앉아서 할머니에게 고민 상담을 하고 있었다. 너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프로젝트!

오늘의 서점 : 스트랜드 북스토어

뉴욕은 내가 가 본 도시 중에 제일 책을 사랑하는 도시같다.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거의 서점 투어가 되어가고 있는데, 넘 즐겁다! 스트랜드 북스토어는 1927년 부터 3대째 이어져온 서점. 다양한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고, 패티 스미스 같은 뮤지션이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일대가 'book row'라고 불리는 서점 거리였는데, 다른 서점들은 모두 사라지고 스트랜드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ㅠㅠ

쭉 둘러봤는데, 지금까지 내가 봤던 서점들 중에는 제일 큐레이션도 괜찮고 대중성이 있는 서점이라고 느껴졌다. 나도 알법한 대중적인 책들이 많이 놓여있어서 사고 싶은 책이 많았다. 마트에서 쇼핑하듯이 빨간색 큰 장바구니를 들고 책을 척척 넣으며 쇼핑하는 뉴요커들이 인상깊었다.

큐레이션 주제에 대한 설명은 구구절절하지 않고 매우 간단하게 보여준다. banned books 라는 큐레이션 테마는 뉴욕 서점에서 항상 등장하는 테마같아 보인다.

꽤 괜찮은 굿즈들이 많이 있어서 살까하고 집었다가 돈 너무 많이 쓴 것 같아서 사진 않았다.

지나가다가 또 마트 구경! 이렇게 일렬로 가지런히 진열되어있는 게 왜이렇게 좋은지..! 서양배 넘 귀엽게 생겨서 먹어보고 싶었다. 유제품도 종류가 엄청 많아서 신기했다. 카라멜맛, 헤이즐넛맛 오트 밀크 너무 신기하다. 미국에 살았으면 모든 맛을 다 먹어봤을텐데. 친구가 미국은 맛의 나라야 -! 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love is louder!

고양이가 있는 고양이 서점에도 갔다. 갑자기 한국산 귀여운 인형 제품들이 튀어나와서 놀랐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그래피티 & 힙합 바이브가 가득했던 거리에 위치한 서점. 동네 분위기 때문인지 서점도 매우 힙했다.

그리고 드디어 뉴욕 공립 도서관 -! 이런 도서관이 있었다면 정말 공부 열심히 했을텐데 . . 유럽의 어떤 궁전 같이 넘 우아한 공간이었다.

귀여운 굿즈도 많았던 뉴욕 공립 도서관. 중간 중간 연구자들이 공부하고 자료조사하는 방들이 있어서 몰래 들여다 봤는데 넘 멋졌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걸까?

천장과 벽에 그려진 그림조차 넘 멋있음

매거진 뉴요커에 대한 전시도 마침 하고 있어서 즐겁게 봤다.

책에 손 발 달리게 그리는 건 모든 나라 공통인가봐

오늘도 저녁은 타코 -! 뉴요커들은 정말 친절하다. 손님한테도 땡큐 마이 러브, 땡큐 스위리~, 퍼펙트!, 어썸! 같은 말을 많이 한다. 나도 다정하게 말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뉴요커들의 다정함은 이겨낼 수 없다. 보통 이런 애칭은 라틴계, 흑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많이 쓰는데, 뉴욕에 다인종이 모이면서 이런 말투가 섞인거라고 한다. 이런 애칭이 디폴트인 사회라니, 바쁘고 혼잡하고 차가워보이는 뉴욕의 다른 면이다. 서울도 좀 따뜻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숙소에 돌아와서 오후의 햇빛을 받으면서 <궤도>를 읽는데 넘 행복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궤도> 넘 좋다. 이 책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이 생각난다.

드디어 위키드 보는 날! 위키드 원조 맛집!

한국, 영국에서도 뮤지컬 위키드를 봤었지만, 오리지널은 또 느낌이 달랐다. 거쉰 극장은 2003년부터 계속해서 위키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거의 위키드 전용 극장인 느낌.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나라의 위키드보다 무대도 더 화려한 것 같다. 입구 들어설 때부터 극장에 들어갈 때까지 모든 부분이 다 위키드 톤에 맞춰져 있어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내내 선생님이 꿈이었던 고등학생의 내가 콘텐츠 업계에서 일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했던 작품인 위키드. 당시에는 위키드가 한국에 오지도 않았던 때여서, 실황 영상 그리고 미드 글리에 나온 위키드 노래, 위키드 뮤지컬 넘버들만 엄청나게 돌려봤었다. 엘파바가 자신의 숨은 능력을 알아봐주는 마법사를 만나(물론 배신당하지만) 힘을 깨닫고, 글린다를 만나 서로의 삶을 변화시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삶을 더 잘 살아보고 싶게 하는, 이 작품이 가진 영향력과 스토리의 힘이 넘 좋아서 나도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꼭 뉴욕에 가서 위키드를 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새 진짜 콘텐츠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되어 이렇게 거쉰 극장에 와있다니 새삼 기분이 묘했다. 공연업계에서 일하고 있진 않지만, 나름 잘 맞는 출판업에서, 나름 사람들에게 그리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고등학생 때 꿈꿨던 나의 모습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 이제 위키드에서 시작한 그 꿈은 마무리를 짓고, 새로운 꿈을 꿔볼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의 테마 중 하나를 향후 5년 간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것으로 잡은 만큼, 고민해보는 시간을 더 가져봐야겠다. 기대되는 나의 30대!

스트레스 받을 때 가끔 엄청나게 단 것(연세우유 생크림빵, 초콜렛 청크 쿠키 등)을 먹는다. 뉴욕에 와서도 유명하다는 르뱅 쿠키, 크럼블 쿠키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인썸니아 쿠키라는 곳을 발견했다. 뭔가 쿠키라고 하면 낮의 환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밤 그리고 불면증을 연결시킨 게 신선했다. 알고보니 새벽 3시까지 운영하면서 밤에도 쿠키를 배달하는 게 특징인 곳이라고. 검색해보니 현지인들에겐 심야 간식점 느낌이고, 대학생들이 밤에 공부하면서 사먹거나 브로드 웨이 근처에서 공연 끝나고 늦게 밤 쿠키 사먹는 것도 인기 코스라고 한다. 나도 지난 번에 뮤지컬 라이온 킹 끝나고 숙소에 가는데 사람들이 이 쿠키집에 바글바글하길래 왠지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공연보고 늦게 쿠키 먹는 게 인기 코스라니.. 정말 사람이란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쿠키집은 쿠키를 따뜻한 상태로 주는 게 포인트다. 반만 먹고 반은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했는데, 따뜻하고 쫄깃한 쿠키가 넘 맛있어서 숙소가는 길에 다 먹어버렸다. 불면증으로 잠이 오지 않는 날 시켜먹을 이렇게 따뜻한 쿠키집이 있으면 왠지 안심될 것 같다.

숙소가는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트럼펫 버스킹. 재즈 음악을 스피커로 틀어두고 그에 맞춰서 트럼펫을 연주하고 계셨다. 재즈 음악이 배경음악인 도시 뉴욕 넘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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