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 D+10
뉴욕 마지막 아침도 베이글로 시작! 다이너에 갈까 하다가 주말 아침이라 사람 많을 것 같아서 그냥 베이글을 먹었다. 베이글 집에도 사람이 많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좀 더 활기찬 에너지가 거리에 가득했다.
어느새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 시간이 너무 빠르다. 마지막 날은 일부러 아쉬웠던거 하려고 계획을 세우지 않고 비워두었다. 주변에 나눠줄 기념품을 사러 트레이더 조에 갔다. 트레이더 조가 지점이 많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몇 개 없어서 갈 때 마음 먹고 가야한다는 게 의외의 포인트였다. 늘 뉴스레터나 아티클에서만 보던 곳인데 직접 와보니 신기했고, 역시 자체 제작 상품들 중 특이한 것, 다른 마트에서 보지 못 했던 것들이 많았다. 이래서 이 마트가 인기가 많구나 싶었다. 특히 트레이더 조 에코백이 유행이라고 소식만 들었었는데 그 유행을 진짜 실감했다. 뉴욕 거리에 이 가방 맨 사람 거의 1분에 한 번씩 보이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전세계적인 인기 아이템! 직접보니 가방이 진짜 튼튼하고, 물건도 많이 들어가는데 저렴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미국은 정말 피클을 좋아하는 나라구나 라고 느낀다. 피클맛 과자가 있다니 신기.. 쇼핑을 하고 너무 무거워서 숙소에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뉴욕에서 꼭 다시 먹고 싶은 것을 먹으러가자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딤섬이 너무 맛있었어서, 징퐁에 또 갔다. 하가우와 고수 창펀을 쇼비뇽 블랑과 함께 먹었다. 창펀 한국에 가서 또 먹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파는 곳이 많지 않다고 해서 한 번 더 먹어야지 결심한 것도 있다. 의외로 와인도 꽤 맛있고(뉴욕에서 마신 와인 중에 제일 맛있음..), 딤섬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행복했다. 딤섬과 와인 조합 한국가서도 또 먹어야지!
뉴욕에서 제일 좋았던 곳인 센트럴파크에 한 번 더 갔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쿠키를 먹을까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하다가, 쿠키는 저번에 먹었으니까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결심한다. salt&straw라는 아이스크림 점에 갔는데 애플 사이다 맛, 올리브오일맛, 스트로베리 허니 발사믹 맛 등 진짜 다양한 맛이 많았다. 나는 인기 많다는 허니 라벤더 맛을 골랐다. 역시 미국은 아이스크림도 크기가 커서 먹기 버거웠다. 그래도 넘 맛있었던 보라색 아이스크림!
센트럴 파크 아래쪽인 쉽 메도우에 지난 번에 못 왔어서 그쪽을 향해 걸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청혼을 받은 사람도 보고, 햇빛 아래 책읽는 노부부도 보고, 한 쪽엔 기타를 한 쪽엔 가사를 쓰는 노트와 연필을 잡고 잠든 사람도 봤다. 정말 낭만의 도시다.
거의 강아지만한 청설모도 구경하고,, 돗자리 펴고 앉아서 잠깐 책 읽다가, 나머지 기념품 쇼핑도 좀 하다가 숙소로 일찍 돌아왔다. 돌아다니면서 밀린 <무소속 생활자> 팟캐스트를 몰아서 들었는데, 최근에 내가 한 생각이랑 정말 비슷한 얘기들을 해서 공감하면서 들었다.
7시에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공연이 있어서 갈까했는데, 내일 떠날 짐도 싸야하고 기념품 정리도 해야해서 엄청 고민하다가 그냥 가지 않았다. 근처 델리에 가서 올리팝도 사고, 사고 싶었던 티도 사고 천천히 돌아왔다.
마지막 식사를 와인이랑 파스타 먹을까 하다가, 내일 결혼식에서 많이 먹을 것 같아 뉴욕에서 꼭 먹고 싶었던 판다 익스프레스를 샀다. 원래 미드에 나오는 것처럼 하얀 종이 박스에 들어있는 걸로 먹는 게 로망이었는데 ㅠㅎㅎ 내가 시킨 건 이런 박스에 나왔다. 기대 안 했는데 꽤 맛있어서 놀랐다. 볶음밥 + 차우멘 + 오렌지치킨 조합이었는데 맛있었다. '아메리칸 차이니즈'라는 음식의 카테고리가 항상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이런게 아메리칸 차이니즈인건가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중식이랑은 또 다른 맛이었다. 어떤 나라에서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중국인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오는 길 델리에서 만난 고양이. 델리에 고양이까지 있는 게 뉴욕 풍경의 완성이라고 하던데, 진짜 고양이가 있어서 신기했다.
뉴욕 여행을 마치며...
*뉴욕 여행을 하며 했던 생각들
-뉴욕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시다.
-우리나라에서 꽤나 개성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이어도 뉴욕에 오면 뉴욕사람들과 비교도 안 되게 평범할 것 같다. (다양한 타투를 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봐서, 내 팔뚝에 있는 작은 타투 정도는 애교로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조금 눈치보일 때도 있다.)
-재즈바, 뮤지컬 공연장, 서점에 시니어들이 많이 보여서 좋다. 즐기는 사람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일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또한, 장애를 가진 분들도 많이 보여서 좋다. 어떤 사람이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사회같다.
-복잡한 도시에 자연을 넣으려는 시도들, 시민을 위한 공용 공간을 만드려는 시도들이 좋았던 도시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도시다. 혼자 여행해도 전혀 눈치보이지 않았다.
-뉴욕 사람들은 다정하다.
-미국은 뭐든 양이 많다. (음식도, 아이스크림도, 과자도, 음료도, 연구 자료도, 유물도, 그림도!)
-뉴욕은 내가 가 본 도시 중에 책을 가장 사랑하는 도시다. (노숙자도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 .)
-단 한 번도 위험하거나 기분 나빴던 순간이 없었던 도시다.
*뉴욕 여행을 하며 했던 다짐들
-서로 무관심하고, 굳이 오지랖 부리지 않으려고 하고, 밀치고 다니고, 조금만 피해를 줘도 흘겨보는 서울의 바이브에 물들지 않고 싶어졌다. 굳이 챙겨주고, 문 잡아주고,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주하는 애티튜드를 배우고 싶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정말 많고, 하나의 정답 하나의 완벽함 같은 건 없다. 강박적으로 완벽해지려고, 갓생살려고 노력하기 보다 완벽하지 않은 결핍, 결점도 다양성을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고 여기자. 본업도, 사이드 프로젝트도 너무 완벽하려고 부담가지지 말자.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거나 망해도 퇴사하거나 그만두면 되는거다. 큰 일 나지 않는다. 느슨하게, 진지하지 않게, 캐주얼하게 살아가고 싶다.
-뉴욕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행복한 순간은 거창한 순간보다 작고 사소한 순간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런 작고 사소한 행복들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큰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순간들보다, 작게 행복을 누리는 순간들을 일상에 많이 만들자. 큰 일을 하고자 하는 순간은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그 때 딱 집중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일과 삶을 잘 분리하자. 여행 오기 전의 내가 얼마나 한숨을 많이 쉬고,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예민해져 있었는지 여행이 끝나가는 지금 돌아보니 알겠다. 늘 감사할 일들로 가득차 있었는데 얼마나 그 기쁨과 감사를 못 보고 살았는지를 느낀다.
-5년 동안 사무실에 앉아 일만 하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진 것 같다. 오래 여행하기 위해 내년은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한 해를 보내자. 근력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사도 잘 챙겨 먹고, 유산소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삶을 꾸리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남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나를 위한 삶을 살자.
-세계의 수도라는 뉴욕에 오면, 더 야망에 불타서 큰 일을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또 그렇지도 않았다. 뉴욕 그리고 미국의 대단함을 느끼긴 했지만 일부였고, 오히려 일상 생활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다정함과 배려, 다양성과 행복함에 더 눈길이 갔던 것 같다. 세계에서 제일 바쁜 도시에서도 다정과 행복과 여유과 휴식을 지키려는 모습이 오히려 더 인상깊었다. 공연장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 넘치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이 맛이 어떤 맛인데, 진짜 맛있어. 내 최애 맛이야!! 라면서 눈을 반짝이며 말하던 직원분이 기억난다.) 내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나, 그와 별개로 내 일상의 행복을 더 많이 발견하고 싶어졌다. 이 다짐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이전부터 계속 했던 다짐인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한 다짐은 꼭 실패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초심을 되찾으며)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넓어진 시야와 마음이 다시 줄어들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지!
*뉴욕 여행을 하며 들은 노래들
아멜리에 - 포터블 그루브 나인
great pretender - dominic fike
같애 - 거니
7번 국도 - 정미조
have a good summer(without me) - valley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 김광석
언젠가는 다시 마주치게 되는 것들 - 소수빈
pined for you my whole life - matt maltese
do nothing - 혁오
lady lady - olivia dean
둥글게 - 이상은
샤워를 해야해 - 김뜻돌
juno - sabrina carpenter
플레이리스트 링크 : https://music.youtube.com/playlist?list=PLvXStHTgFZDtOJYglDlKWKgOEQVRbdHTM&si=O0pd6wPEZ42r-7tb
*뉴욕 여행 베스트 순간!
1)센트럴파크에 누워서/앉아서 책읽기
2)하데스타운 뮤지컬 보기
3)딤섬이랑 와인 먹기
4)moma 전시 보기
5)자연사 박물관에서 공룡 화석 보기
6)첼시마켓에서 피자랑 맥주 먹기
7)허드슨 야드 모래사장에 누워있기
8)가을 시즈널 펌킨 스파이스 라떼 출시되자마자 먹기
9)구겐하임에서 내가 아는 작가님 전시 발견하기
10)이른 아침의 다이너에서 아침먹기
내일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다른 지역에 간다. 미국 여행이 끝나간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