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클래식이 알고 싶다>
지난 일요일, 도이치 그라모폰의 조성진 온라인 콘서트를 보고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이 너무 좋아서 클래식 관련 책을 하나 읽기로 했다. 그 동안 클래식에 대한 많은 책을 시도해봤는데, 너무 어려워서 금방 포기하곤 했다. 한 때 쇼팽에 빠져서 리스트가 쓴 <내 친구 쇼팽>도 샀는데 모르는 음악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제대로 읽지 못 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음악가들의 삶과 그 속에서 작곡된 음악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 설명해줘서 정말 재밌게 읽은, 완독한, 최초의 클래식 음악 책이다. 평소에 궁금해 했던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삶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었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들어볼 만한 곡을 추천해주셔서 유튜브에 음악을 검색해가며 읽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난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내용을 잊어버리곤 하는데 각 챕터의 마지막에 간단한 키워드로 음악가를 표현해둔 챕터가 있어서 굉장히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평소 관심 있었던 쇼팽과 슈베르트, 그리고 클라라와 브람스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쇼팽-
조성진이 쇼팽 콩쿨에서 우승하고 성이 cho씨라는 이유로 조팽(chopin)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걸 안 이후로 나에겐 쇼팽은 조성진의 이미지이다. 쇼팽 관련 챕터를 읽는 내내 쇼팽의 음악과 성품도 조성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환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쇼팽의 첫인상을 “그의 모습은 여리고 꿈꾸는 듯한 것이, 자신의 음악과 꼭 같았다.”라고 묘사한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각자의 해석을 가지고 연주한 곡을 비교하면서 듣다보면 피아니스트들은 자신과 꼭 닮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이 음악에 온전히 드러나는 듯 하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누가 봐도 그 예술가의 작품이야!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개성있는 자아를 표출하는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쇼팽의 곡 중 폴로네이즈 영웅을 가장 좋아하는데, 쇼팽이 자신의 조국에 대한 사랑이 컸다는 걸 알고 나니 그래서 이런 곡이 나올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폴란드의 민속음악을 이용한 작곡을 한 것도 쇼팽다웠다.
-슈베르트-
슈베르트는 방랑자 환상곡을 듣기 전까지는 관심이 없던 음악가였다. 그런데 내가 한창 방황과 방랑을 하다가 정착을 한 이 시점에서 그 곡을 듣게 되니, 이 사람 방랑 좀 해봤나본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책을 읽게 만든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역시 슈베르트는 음악을 하기 위해 많은 갈등과 고난을 헤쳐나가야 했던 인물이었고,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이런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슈베르트의 주변 친구들의 서포트와 연대, 네트워크 형성이었다. 요새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어 함께 성장해나가며 퍼포먼스를 내는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현실에 가로 막혀 음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슈베르트가 용기를 내어 음악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그를 서포트해주고 보호막이 되어준 친구들, 위안이 되어준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 그의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이게 다른 음악과들과 다른 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커피와 맥주, 독서를 좋아했다는 점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세 가지!
-클라라-
이 책에 소개된 유일한 여성 음악가이다. 책을 읽다가 그의 음악이 궁금해져서 찾아봤는데, 다른 남자 음악가들의 영상에 비해 클라라의 곡을 연주한 영상은 적어보여서 슬펐다. 당대에는 정말 유명해서 표를 구하기도 어려웠다고하고, 책으로만 읽었는데도 무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연도 많이하던 음악가였다. 심지어 남편이었던 슈만보다 훨씬 유명했던 음악가였다던데 어째서 나는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 클라라라는 음악가에게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던 건지 갑자기 슬퍼졌다. 남편도 챙기고, 아이도 챙기는 와중에 공연도 하고 주변을 챙기며 정말 오랜 세월 인생을 음악에 바친, 내가 느끼기엔 남자 음악가들보다도 더 치열하게 삶을 살아왔던 음악가였다고 생각한다.
“클라라는 친절하고 섬세했으며, 지혜로운 데다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그녀는 지적 호기심이 많고 독서를 좋아하는 브람스를 위해서 늘 책을 선물해줬고, …여행을 하기도 했어요. 그녀는 사소한 일들도 세심하게 상의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친밀감을 높일 줄 아는 여성이었어요.”
브람스가 평생 클라라를 사랑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요.
-브람스-
“독일 북부의 안개 낀 음산한 날씨는 브람스의 음악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의 음악에는 쓸쓸하고 고독한, 안개가 자욱한 듯한 느낌이 많아요.” 브람스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들을 때마다 정말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브람스가 독일의 함부르크 출신이어서 그 영향을 받은 것도 있었다고 한다는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 졌다. 슈만 43세, 클라라 34세, 브람스 20세일 때 만나 셋이 음악과 문학,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점이 정말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의 이야기는 정말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았고, 그래도 힘든 삶에 서로 의지할 사람이 있었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며 활동을 해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한 편으론 부럽게 느껴졌다.
또한, 결혼 행진곡이라던지 연주회에서 악보를 보지 않고 치는 것, 피아노를 옆으로 두고 치는 것 등 지금은 당연한 '관습'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모두 이유가 있어서 시작된 일들이고 그게 굳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는 사소한 이야기들도 정말 재밌었다.
읽는 내내 당대 유명한 음악가들이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때론 경쟁하고 때론 함께 일하면서 발전하고 성장해나갔던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역시 창작자들은 네트워킹, 연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