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식물 산책>
최근 파주에서 일하게 되면서, 독립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왠지 가까운 미래에 나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커피머신, 좋은 스피커와 클래식 음반, 차분한 머그컵 등 다양한 로망들이 있지만 그중 제일 해보고 싶은 것은 식물 기르기였다. 물론 본가에서도 기르려면 기를 수는 있지만, 이미 집 안은 엄마 취향의 식물들로 채워져 있어서 뭔가 나의 취향을 얹기가 애매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내 취향의 식물들로만 채운 창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땐 왜 어른들이 식물 사진, 꽃 사진을 그렇게 좋아할까 궁금했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지 풀과 나무, 산과 꽃이 정말 좋아졌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푸른 색의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남미 여행 갔을 땐 대자연의 거대함 앞에서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분홍색을 제일 좋아하던 나는 자연을 닮은 초록색이 최애 색깔로 바뀌게 되고, 강아지를 키우길 바라는 것보단 조용히 앉아 식물을 가꾸는 삶을 동경하게 되었다.
또 예전부터 채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 들어 채식 관련 책을 자주 읽어서 그런지 식물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졌다. 읽다 보면 예전에는 그저 맛없다고만 생각했던 채소들의 세계가 이렇게나 풍성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환경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심지어 환경을 정화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뿌리부터 열매까지 버리는 것 없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식물이다. 또 과일들을 얼마나 달고 시고, 채소는 얼마나 고소하고 아삭하고 맛있는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앞으로 먹어보고 싶은 채소 요리들이 많다.
이렇게 지구와 생명체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조용히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할 일을 다 해나가는 식물들. 그리고 그 식물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그들에 대한 연구를 하는 이소영 작가님의 글들을 읽어 내려가면, 바람 부는 들판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마음으로 식물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기록하기 위한 세밀화를 그리는 이는 절대 나쁜 사람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식물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원예 용품을 판매하는 대형 상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 손님들은 식물을 바라보며 고민하다 내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제가 식물을 잘 죽이는데, 웬만해서 죽지 않는 식물 있나요?” “물을 자주 안 줘도 되는 식물을 뭔가요?” “이 식물은 어디에 좋나요?” … 어쨌든 내가 받은 질문들은 ‘나는 식물에게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지만, 식물은 내게 많은 걸 해주길 바란다’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얻은 결론, 오늘날 인간이 식물을 대하는 태도다. 선인장 같은 다육식물과 틸란드시아 같은 공중식물이 인기를 누리는 데는 이러한 심리가 반영돼 있다. "
이 단락도 인상 깊었다. 나도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진 못 했던 것 같다. 식물을 애정 하는 사람의 눈에는 이렇게 비칠 수 있겠구나 반성했다. 또한 토마토, 바질 같은 식용 식물을 기를 때에도 식물이 나한테 열매를 주기만을 바라지 말고 정말 정성껏 애정을 가지고 길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사람들은 내게 식물을 기록하는 것이 우리 인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 대답을 바로 이 큐가든과 영국의 식물 문화를 두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식물을 가까이하고, 정원을 가꾸는 식물 문화가 활발했다. 식물 문화라는 말이 유난스럽게 느껴질 만큼 식물을 삶의 일부로 여긴다. "
이 책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식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들의 식물원 방문기가 많이 나오는데, 볼 때마다 부러웠고 그 선진 연구에 대한 작가님의 부러워하는 마음도 느껴졌다. 요즘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반려식물'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기르기 시작했으니 우리나라도 점차 식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연구에서 그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식물들에 대한 애정이 사람들의 삶에도 당연한 것처럼 들어와 일상의 일부가 되길, 그 초록빛에서 위안을 받으며 열심히 살아나갈 수 있길 바란다.
+ 이 책에 나오는 식물 사진과 그림들이 정말 정말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봤다. 이렇게 식물을 자세히, 많이 볼 수 있었던 책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림과 사진에서 식물을 소중히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귀여운 동물 친구 사진도,,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