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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다혜 Feb 21. 2024

일기장의 지난 페이지를 뒤적이는 일

이제야 깨달은 회고의 중요성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회고와 기록에 빠진 것은. 그동안 나는 회고와 기록의 필요성을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날의 감정을 뱉어내듯 일기를 쓰고 그 뒤로는 일기장의 지난 페이지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한 달 단위는커녕 연 단위의 결산과 회고도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회고를 하지 않으니 업무적으로도 당연히 그랬다. 회사 전반의 분위기가 그랬던 탓도 있지만 프로모션을 오픈하고 뒤돌아 보지 않는 사람, 오직 기획과 실행에만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재작년말부터 업무적인 회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그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 중간 회고를 통해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왔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파악하면 추가적인 액션을 수립하거나 방향성을 수정해 목표에 더 잘 다가갈 수 있다. 최종 회고를 통해서는 이번 프로모션에서 잘 한 점, 부족했던 점,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볼 점을 돌아보면서 다음 프로모션에는 잘한 점을 더 강화하고 부족했던 점은 보완하면서 기획할 수 있다. 좋았던 점과 부족했던 점은 기록하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이다. 기억에서 잊히면 다음 일을 진행할 때 하던 대로, 또다시 같은 방식을 반복하게 된다. 단 하나라도 다르게, 새롭게 시도해 보고 이전의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는 일들이 쌓이면 큰 성장이 된다고 믿는다. 

이 좋은 회고를 일상생활에도 적용해 보자고 다짐했다. 2023년은 중도 포기 없이 정기적인 회고를 진행한 첫 해였다. 2023년에는 일과 삶에 있어 크게 5가지의 회고를 진행했다.


(1) 월말회고 - 일상 기록용

김신지 작가님이 만드신 '월말결산'노션 템플릿을 공유받았는데, 한 달을 가볍게 돌아보기에 딱 좋아서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올해 좋았던 영화/드라마/음식/사람/장소/문장 등을 기록할 수 있다. 보통 사진첩을 뒤적이거나, 한 달 동안 작성한 일기를 들여다보거나, 스케줄 캘린더를 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복기하며 적는다. 매 월마다 그 달이 어땠는지 한 줄 요약 타이틀을 붙여둘 수 있어, 1년이 지난 뒤 읽어보면 올 한 해가 어떤 해였는지 한눈에 돌아보기 쉽다.


(2) 상반기 회고 - 일상 기록용

상반기 회고도 월말 회고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 1~6월까지 진행한 월말회고 시트를 쭉 돌아보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상반기 회고로 남긴다. 1년 목표 중 얼마나 달성을 했는지 점검하고, 하반기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다짐, 목표 재설정 등을 진행한다. 


(3) 월말회고 - 콘텐츠 감상 후기 기록용

월말마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후기를 남긴다. 회고라기보다는 후기 기록에 가깝다. 책은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보는데, 좋은 문장이 있으면 일단 무조건 사진을 찍어서 책 폴더에 수집해 둔다. 원래는 구입한 책에 한해 밑줄만 긋고 말았는데 그랬더니 어느 문장이 제일 좋고 기억하고 싶었는지 구분하내기 어려워서 아예 사진으로 남겨둔다. 월말에 그 사진을 보면서 좋았던 문장을 메모장에 옮겨적고, 내 감상을 간단히 덧붙여서 인스타그램 책계정 & 브런치에 업로드한다. 올해는 책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에 대한 감상도 모아서 올려볼 예정이다. 이렇게 기록해 두면 나중에 책을 추천할 때 어떤 부분, 어떤 문장이 좋았는지 찾기도 쉽다. 


(4) 연말 회고 - 업무 / 일상 기록용

연말 회고는 KPT 형식을 사용한다. KEEP(지켜야 할 것), PROBLEM(개선해야 할 것), TRY(새로 시도해 볼 것) 세 가지 항목을 기본으로 작성한다. 나는 앞에 카테고리, DONE(무엇을 했는지) 항목도 추가해서 어떤 카테고리의 일을 회고할 것인지, 그 카테고리에서 내가 해낸 일은 무엇인지도 함께 기록한다. 업무(스크럼 멤버들과 함께 1회, 개인적으로 1회 진행)와 일상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기록한다. 연말에 한 번 이렇게 적어보고 나면 내년엔 어떤 도전을 할지, 어떤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할지가 보인다. 연말회고를 바탕으로 새해 목표를 작성한다. 


(5) 프로젝트 회고, 분기 회고 - 업무용

프로젝트 회고와 분기 회고는 회사에서 kpt 형식을 사용해 진행한다. 각 프로젝트와 분기가 끝날 때마다, kpt를 기록해 두고 다음 분기,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아쉬웠던 점을 반영해 개선한다. 


2024년에는 몇 가지 회고를 더 추가해보려고 한다. 

(6) 월말 혹은 분기 회고 - 개인 업무 기록용, (7) 분기 회고 - 일상 기록용 이렇게 두 가지 회고이다. 팀원들과 함께 업무회고를 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 혼자 하는 개인 업무 회고는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회고도 필요하지만, 나 스스로 내 업무를 어떻게 느끼는지 그리고 앞으로 내 커리어 패스에 맞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점검도 꼭 필요하다고 느껴서 추가했다. 또한 일상 기록용 회고도 월별로 작게, 분기로 크게만 하고 있었는데 그 중간 스케일인 분기 회고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월말회고처럼 단순히 좋았던 것을 결산하는 식이 아니라 내가 세운 2024년 목표를 잘 달성하며 가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함이다.


신년에 1년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행 이후에 이루어지는 회고들이 더 중요하다. 내가 잘한 것과 못한 것이 무엇인지, 메타 인지를 가지려고 노력하며 현재 내 상황이 어떤지 점검해야 한다. 내가 어디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지 못하면 그에 맞지 않는 계획을 짜게 될 수도 있다. 회고를 통해 나의 위치를 점검한 뒤, 잘한 점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못한 점을 더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내가 어디쯤 왔는지 나를 좀 더 들여다보기가 올해의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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