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름 카메라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와 카톡으로 대화하는 중 내가 물었다.
"내일 뭐하냐?"
"남대문으로 카메라 사러가"
"아 그럼 심심한데 같이 가자"
이렇게 나는 친구를 따라 카메라를 사게 되었다.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매력적인 필름 카메라의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
첫 필름 카메라. 초보자도 쉽게 사용 가능한 자동, 반자동 카메라도 있었지만 나는 카메라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어 조작이 어려운 수동 카메라를 택했다. 나의 첫 필름 카메라는 니콘 fm2이다. 구입 당시에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 기종이 내가 한때 푹 빠져 봤던 드라마 '남자 친구'에서 박보검이 사용했던 카메라였다. 생각해보면 이때 이미 나도 모르게 필름 카메라에 대한 매력을 느꼈었던 것 같다.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필름 카메라는 사진관에서 스캔을 하기 전까지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초보자들에게는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진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카메라를 구입하고 사진이 너무 찍고 싶어 무작정 강릉으로 향했다. 아직 카메라를 다룰 줄도 모르고 기본적인 지식도 없었지만 일단 덤비고 보는 스타일이라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을 찍기 전 초점 및 조리개 값을 항상 신경 써야 한다. 초점은 감으로 맞춘다 쳐도 조리개 값은 도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빛의 양에 따라 조리개 값을 알맞게 조정해야 원하는 사진이 나온다. 노출이 부족하면 어두컴컴한 사진이 나오고 과하면 새하얀 사진이 나오게 된다. 인터넷에 나온 필름 카메라 노출값에 대한 간단한 도표를 참고하여 설렘 반 두려움 반의 기분으로 셔터를 눌렀고, 이틀 동안 강릉 이곳저곳을 열심히 걸어 다니며 필름 1통(36장)을 사용했다.
필름 카메라의 또 하나의 매력을 꼽자면 한 장 한 장 집중해서 신중하게 촬영하는 것과 많은 양의 사진을 찍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찍은 사진을 보게 되면 사진을 찍을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또한 평소 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핸드폰에 수백 장의 사진이 남지만 필름 카메라는 많아야 50장을 넘기지 않아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카메라를 잡으면 다양한 장소들을 담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많이 걷게 된다. 이를테면 일부러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게 된다거나 원하는 구도를 찾기 위해 한 장소를 이리저리 배회한다. 이러한 이유로 동행자가 있으면 꽤나 곤욕을 치르게 할 것 같아 사진을 찍을 때는 혼자 다니는 편이다.
수평과 수직을 정확히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 대수롭게 넘어갈만한 조금의 기울어짐도 내겐 너무 크게 느껴진다.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어쩌면 마음에 불안함이 가득해 올곧은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주로 찍는 대상은 풍경 사진이다.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항상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다. 계절, 햇빛, 구름 등 수많은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같은 시간과 장소에 간다 해도 매번 다른 보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러한 풍경의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은 내가 그 순간에 있었음을 다시금 생생하게 기억나게 해 준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주변을 더욱 자세히 보기도 한다. 평소 그냥 지나치던 나무 한 그루, 돌, 그림자 조차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처럼 세상의 작은 부분들을 새롭게 보는 것이 일상의 작은 재미를 가져다준다.
사진 찍는데 집중하여 혹여나 풍경을 눈으로 담지 못할까 봐 자리에 더욱 오래 머물고는 한다. 훗날 사진들을 다시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게 더욱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 꼽자면 단연 재밌어서다. 셔터를 누르기 전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고, 누를 때 집중하는 순간이 재미있고, 누른 후 사진을 기다리는 시간이 재미있다. 어쩌다 사진을 핑계로 다녀온 강릉 여행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받았고 이 에너지를 지금 글을 쓰는 데 사용하고 있다. 아직 좋은 글이 뭔지 좋은 사진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스스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록들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