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여러 색의 꽃이 피면 봄이 오는 거라고 할아버지가 알려주셨어요. 나는 봄이 뭔지는 몰라도 겨울 다음이 봄이구나 생각했어요. 봄은 따뜻한 날인가 봐요. 손이 시리지 않아서 나무에 올라가기 딱 좋은 날이 봄인 것도 같아요. 우리는 이렇게 따뜻한 날에는 나무에 올라 이야기를 나눠요.
우리는 누가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나 시합도 했죠. 그러다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면 나무에 누워서 하늘을 봐요.
사실 하늘을 볼 때가 제일 좋아요. 내가 꼭 나비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큰 나무에서는 우리 셋이 나란히 누울 수도 있어요.
작은 나무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그럴 때는 서로의 팔과 다리, 얼굴에 매달려 눕기도 해요.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하늘을 볼 수 있어서 괜찮아요. 혼자 저 큰 하늘을 보는 건 시시하니까 이 정도는 참아야죠.
음. 그런데 이건 비밀인데요, 제일 편한 건 저 나무 의자에 눕는 거예요.
이제 엄마가 우릴 찾기 전에 집으로 가야겠어요. 엄마 몰래 나왔거든요. 그래도 마스크는 했으니까 혼나지는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