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알아가고 보니

겪어보면 알게 되는 것.

by Dodam Byul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소한 문의인데 스쳐가는 과거의 다른 기억이 있었다. 다음 주에 어차피 프로젝트 시작하면 안내가 될 텐데 굳이 지금 이걸 왜 물어보지? 아, 뭔가 꼬였다는 생각도 들며 괜히 방어기제가 떠올랐다. 특정한 누군가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는걸 최대한 '머리'로 막아보려고 노력했다.


# 알아가면 알수록

무표정이 심드렁해 보이기도 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철두철미하고 차가운 느낌이 든다고도 생각했다. 이틀까지는 이렇게 이 주를 과연 보내면서 이 사람과 장벽을 뛰어넘어 무슨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

그런데 마음의 벽이 조금 넘어서고 나자 무슨 말을 해도 잘 웃을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었고, 고민과 생각이 많아 세심하게 다양한 부분을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항상 선입견을 내려놓고 사람을 봐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선입견이 자꾸 작용했던 시간들이 미안해 더 그 사람에게 잘해주게 됐다. 심드렁한 표정 너머 고민이 많았고, 차가운 표정 끝에 다정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는 성향을 갖추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2주 동안 가장 많은 것을 오히려 배운 사람이기도 했다.


#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

연락이 올 때마다 이 사람의 고민의 깊이에 놀라기도 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지만, 어느덧 같은 일을 십 년 넘게 했다는 핑계로 단순하게 지나가는 일들도 한 번 멈춰서 생각하는 다른 시선에 나 역시 같이 멈춰서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어쩌면 이 무덤덤해 보이는 사람 곁에 사람이 많은 이유는 이 깊은 고민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자료도 열심히 제작해놓고 망할 것 같다고 발을 동동거리는 모습을 보며 이런 면이 있는 사람이구나 다시 바라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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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기도 했고, 옆에 다른 여자 두 분이 울어도 멀뚱멀뚱 바라볼 사람일 줄 알았는데, 혼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며 사람에 대해서는 절대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진심으로 무언가를 하면, 그 진심은 결국 통하게 되어있다. 상반기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하반기 사람으로 극복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사람이 달라지면 다른 상황이 펼쳐지니까 절대 과거와 연결 지어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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