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정보가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방식

by 미친생각

프랑스는 독립 전쟁 이후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게 되었고, 재정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파산 직전의 상황에 내몰리게 됩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프랑스는 세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프랑스는 왕을 제외하고 세 개의 신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성직자, 귀족, 그리고 평민이 그것이었는데요. 문제는 이 구조에서 성직자와 귀족이 사실상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대 국가에서 상위 계층이 재정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러한 구조는 국가 유지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상태였습니다. 결국 문제는 명확했습니다. 국가는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은 기존 구조로는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789년, 삼부회가 소집됩니다.


하지만 이 회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신분별 한 표씩을 행사하는 기존 방식에서는, 평민이 아무리 많아도 귀족과 성직자의 연합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이 구조에서는 개혁은커녕 어떤 합의도 성립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순간 드러난 것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국가의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기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소가 겹칩니다. 1780년대 후반, 기후 문제로 인해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고, 여기에 투기와 사재기까지 더해지면서 빵값이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빵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였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곧 생존 위기로 직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미 누적되어 있던 불만은 폭발 직전까지 치닫게 됩니다.


이 시기, 왕실과 귀족에 대한 불만은 인쇄물의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삼부회 이후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며, 평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정보가 전국 단위로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정보에는 사실뿐 아니라 유언비어와 혐오를 자극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인간의 신경회로를 자극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동원되었습니다. 반복되고 확산된 정보는 왕실에 대한 혐오를 강화했고, 여기에 “이길 수 있다”는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혁명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종교개혁과 네덜란드 반란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파간다는 새로운 정보를 확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인코딩된 내용과 결합하여 작동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생존이나 생계와 연결된다고 인식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종교개혁은 신앙인이 교회의 착취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자극했고, 네덜란드 반란은 외부 지배로부터의 피해를 현실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객관적인 사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현실에 반응하는 것이지요. 결국, 인간이라는 정보처리장치의 알고리즘을 자극한 프로파간다는 혁명이라는 형태로 현실을 바꾸게 됩니다.


1793년, 루이 16세는 단두대에서 처형됩니다. 그러나 혁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권력을 잡은 세력 역시 기대와는 달리 공포를 확대하며 내부 숙청을 이어갔고, 정치는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게 됩니다.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안정에 대한 필요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틈을 타 등장한 인물이, 나폴레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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