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species)과 성(SEX)의 관점으로 보는 정보 호환성
우리가 생명이라 부르는 정보의 등장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분기되어 왔습니다. 이 분기 과정 속에서 성(SEX)이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그 결과 유성생식을 하는 생명과, 분열 등을 통해 번식하는 무성생식을 하는 생명으로 나뉘게 됩니다. 진화 과정에서 ‘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보의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다른 정보를 가진 개체와 더 이상 번식이 성립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죠.
생식세포간의 만남에서, 다른 종과 수정이 되지 않는 결정적 이유는, 우선 DNA 염기서열과 염색체 구조의 비호환성으로 환원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보는 유형의 정보와 무형의 정보로 나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저장된 정보는 반드시 분자 이상의 유형의 매개체 위에 구현됩니다. 유전 정보 역시 분자라는 유형의 물질 위에 저장됩니다. 이러한 분자들은 마치 레고 블록처럼 결합하여 고유한 구조를 형성합니다. 모든 개체는 각자 고유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유한 분자 구조를 지니게 되는 것이지요. 번식을 위해 감수분열로 만들어지는 생식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식세포 역시 고유한 유전정보와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동종 간의 생식세포는, 열쇠와 자물쇠처럼 정확한 구조적 호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정상적인 염색체 세트로 통합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구조가 호환되어 수정이 이루어지면 배아가 생성되고, 이것은 개체발생의 초석이 됩니다. 하지만 수정만으로 완벽한 개체발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말과 당나귀는 번식으로 수정에 성공하고 다음 개체를 형성할 수 있지만, 감수분열이 되지 않는 노새를 출산합니다. 라이거도 같은 사례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배아발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며, 생식세포의 수정 이후 작동하는 알고리즘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 또한 전기신호나 화학결합 등 물리적 구조의 비호환성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종이란, DNA에 기록된 정보의 유사성은 물론, 특히 유성생식을 하는 생명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정보가 하나의 개체로 통합될 수 있는가라는 ‘정보 호환성’ 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저장된 정보는 유형으로 구성됩니다. 동시에 고유한 구조를 지닙니다. 이 고유한 구조로 인하여, 호환성과 비호환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구조에 따른 알고리즘이 호환될 때, 진정 같은 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