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의 핵심은 호환성이다.
약 40억 년 전, 정보 확산의 기본이 되는 RNA가 먼저 등장하였고, 이후 DNA가 형성되었으며, 이 정보를 담는 세포라는 구조가 성립되었다고 판단됩니다. 이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이른바 RNA 월드 가설이며,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초기 생명 기원 이론에 해당합니다. 이후 단일 규모의 세포는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고, 점차 분화의 단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세포의 시작은 세포 분열 이후 완전한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우연적 결함이 출발점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결함은 그저 실패작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구조는 정보의 보존과 확산에 특화된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초기 콜로니 단계에서는 대부분의 개체가 거의 동일한 기능을 수행했으며, 오늘날 배아 발생 과정에서 나타나는 안과 밖, 앞과 뒤, 위와 아래의 구분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저 동일한 개체들이 확산과 증식을 반복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곧 에너지 획득의 불균형과 노폐물 배출 문제, 내부 물질 교환의 비효율이라는 한계에 직면하게 됩니다. 결국 전이에 최적화된 정보가 전이를 거듭한 끝에, 기능 분화라는 해법에 도달하게 되었다고 판단됩니다. 이는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는 현상입니다. 당신의 신경세포와 내장세포, 근육세포가 같은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기관으로 발현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사 조절, RNA 가공, 후성유전적 조절 등의 편집 과정을 통해 같은 정보가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단세포에서 다세포로의 이행 과정은 오늘날에도 일부 생물에서 관찰 가능합니다. 볼복스와 후편모충류, 점균의 생태계가 바로 그 중간 단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세포 생물이 콜로니를 이루고, 다시 다세포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보의 호환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세포 단위에서의 호환성은 결국 물리적인 구조의 일치성이라고 판단됩니다. 세포는 수용체–리간드 결합과 같은 분자 적합성 메커니즘을 통해, 받아들일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합니다. 정보의 구분 방식은 외형적 구조의 경우도 존재하고, 화학적 구조의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화학적 구조 역시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배치로 이루어진 입체 구조물이며, 이 구조가 일치할 때 비로소 수용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동일한 유전자 정보에 의해 구축된 세포는 자신의 구조와 맞지 않는 정보는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다시 말해, 세포는 이미 구조 차원에서 정보의 필터링과 배척이 가능한 존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이 과정을 거치며, 에너지 위에 얹힌 정보 전이의 네트워크 시스템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해지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즉, 유형으로 구현된 정보는 반드시 구조를 지니게 되며, 이 구조로 인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가 필연적으로 구분됩니다. 구조가 일치할 때 비로소 호환성이 성립되며, 호환성이 맞아야 집단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레고 블록이 다른 회사 제품과 호환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호환성은 구조적 호환성과 알고리즘적 호환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 출발점은 언제나 구조라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