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을 '정보'로 바라본다는 것

by 미친생각

이제 제가 말한 ‘정보’의 관점에서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모든 생명은 DNA라는 분자에 자신의 신체 정보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DNA가 정보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는, RNA라는 정보처리장치를 통해 해석되고 실제 물질로 구현되기 때문입니다. RNA는 전사, 스플라이싱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DNA로부터 정보를 읽어냅니다. 그리고 그 정보에 맞게 아미노산을 조립합니다. 조립된 아미노산은 단백질이 되고, 단백질은 다시 조직을 형성하며, 조립된 조직들은 서로 연계되어 하나의 생명체가 되는 것이지요.


즉, 모든 생명체는 RNA라는 정보처리장치가 DNA라는 설계도 자료를 읽고, 그 설계도에 맞게 아미노산을 조립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같이 DNA 없이 RNA만으로 구성된 부류도 존재합니다. RNA도 DNA와 유사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례까지 포함해 보더라도, 생명체란 분자 이상의 물질로 구현된 정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DNA 또는 RNA로부터 조립된 모든 결과물들은 일관된 특징을 가집니다. 외부 정보를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할 수 있으며, 이 정보는 버튼처럼 작용하여 행동이 유발된다는 점입니다. 생명이 외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자신의 정보를 유지하고 확산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항상성, 번식, 생장 등으로 분류하여 부릅니다. 그러나 이 과정들에는 어떠한 목적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해당 알고리즘이 외부 환경에서 정보 확산에 유리했기 때문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즉, 생명체란 외부 변수 속에서 자기유지와 정보 확산에 유리한 알고리즘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고 판단됩니다. 이 알고리즘은 입력에 따른 연산, 그리고 출력이라는 회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보처리장치의 알고리즘과 같습니다. 이 구조는 단순한 화학적 메커니즘으로도 구현될 수 있고, 신경계를 통해서도 구현될 수 있습니다. 기존 학계는 이 알고리즘을 처리하는 하드웨어의 발달 수준에 따라 하등동물, 고등동물 등으로 생명을 분류해 왔습니다.


사실 이러한 알고리즘의 탑재라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생명은 기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계 또한 감지, 처리, 출력이라는 정보처리장치의 구조를 동일하게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술 수준에서 생명과 기계는 분명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 핵심은 세포 기반 구조라는 것입니다. 생명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두 가지 매우 중요한 특이점이 발생합니다.


첫째, 생명은 자기 정보와 그 정보를 입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동시에 내재된 구조라는 점입니다. DNA의 형태로 정보 자체가 내부에 저장되어 있으며, 동시에 그 정보를 입력받고 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 또한 세포 내부에 함께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를 기반으로 손상에 대한 복구, 생장, 신경회로의 분화 등 다양한 기능이 파생됩니다. 이 점에서 기계는 외부에서 주어진 정보의 결과물에 불과하지만, 생명은 자기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저장하고, 해석하며, 복제하는 정보 시스템 그 자체라고 판단됩니다.


둘째, 생명은 비가역적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생명체가 어떤 음식물을 섭취하든, 이는 결국 칼로리 단위의 에너지로 환산됩니다. 이 에너지는 전자전달계와 막전위를 통해 전기화학적 에너지(전위차)로 사용됩니다. 이는 기계든 생명이든, 근본적인 에너지원이 전위차라는 공통점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너지를 획득하는 과정 또한 자기 유지 알고리즘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이 알고리즘을 식욕같은 단어로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식물은 다소 다르게 부르지만요. 최근 몇몇 인공지능 로봇들은 스스로 배터리를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구현되기도 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명과 기계 모두 에너지를 획득하는 알고리즘이 장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과 기계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기계는 전원이 꺼져서 전위차가 유지되지 않아도 구조적 정보가 유지되기 때문에 다시 켜면 작동합니다. 반면 생명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명의 구성 단위인 세포는, 작동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전위차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전위 유지가 붕괴되면, 보통 5~7분 이내에 세포는 사멸 상태로 진입하게 되는데요. 이 절박한 시간을 '골든타임' 이라는 단어로 부르기도 하지요.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에 생명은 한 번 꺼지면 다시 켤 수 없는 것입니다. 즉, 생명의 죽음은 비가역적이며, 이는 곧 정보 해석 상태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이 점이 바로 생명과 기계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이 모든 관점을 종합하여 생명을 다시 정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명이란,

RNA 또는 DNA 정보기반의 유형화된 정보로 구성된 세포단위 자기 확산, 유지적 정보처리 장치입니다.

외부 또는 내부 정보를 입력받아 에너지를 획득하고 구조를 유지하며, 자신의 정보를 전이하는데 유리한 알고리즘으로 연산하고 출력하는 정보처리장치라는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