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될 뿐이다.
나무위키의 정보에 대한 정의를 간단히 정리하면, 자연이나 사회 혹은 인간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와 지식을 모아둔 것을 자료라고 말하고, 이 자료가 어떤 목적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을 정보라고 부릅니다. 즉, 정리된 자료를 정보라고 하는 것이며, 정보의 형태는 글, 그림, 부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무위키는 글, 그림, 부호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는데요. 이들을 포함한 모든 정보의 핵심적 특징은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무작위 자료는 패턴을 가질 때 의미를 가지고 진정 정보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목적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합니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에서 패턴을 발견한 것 처럼, 미처 발견하지 못한 패턴을 발견하는 것 또한 정보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 외에도, 저는 정보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구현 형태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보는 일차적으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유형의 정보입니다. 이것은 물건 등 지속 가능하고 공간을 가지는 형태로 구현된 정보입니다. 이것은 분자 이상의 물질로 구성되어 질량을 가지며, 상대적으로 안정된 구조와 위치를 통해 장기 저장이 가능한 정보를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무형의 정보입니다. 이것은 광자, 주파수, 파동과 같이 질량과 고정된 에너지를 가지지 않고 에너지의 흐름으로만 존재하는 정보입니다. 무형의 정보는 반드시 분자 이상의 물질 구조로 변환될 때에만 유형 정보로 고정되어 저장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DNA를 근거로 발현된 생명은 구현된 정보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다음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주체가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수용할 주체가 없을 때, 정보는 자료조차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돌 앞에 다른 돌이 떨어져 깨졌다고 가정해봅시다. 돌이 떨어져서 깨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앞에 있는 돌은 이런 변화와 현상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느 감각기관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감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보가 성립되기 위한 조건은 최소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각기관과 연산장치입니다. 감각기관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박쥐는 초음파로 공간을 인지하지만 가시광선에 의한 공간 인지 능력은 떨어집니다. 이로 인하여, 다양한 자료가 가까운 거리에 펼쳐져 있음에도 박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자료는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박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눈을 통해 가시광선만 인지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며, 무게만을 감지할 수 있는 승강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입력된 정보를 단지 인지할 뿐이라면 그것은 자료일 뿐, 정보가 되지 못합니다. 정보의 핵심적 특징인 패턴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입력된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연산기관이 필요한 것입니다. 연산기관은 알고리즘을 담당하는 기관이며, 종류와 성능에 따라 같은 정보도 처리하는 방향과 능력이 달라지게 됩니다.
성능이 완벽하게 같은 두 개의 컴퓨터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두 컴퓨터의 유일한 차이는 GPU의 장착 여부라고 가정해보지요. 두 개의 컴퓨터에서 최신 총싸움 게임을 돌린다고 가정하면, GPU가 없는 컴퓨터는 게임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GPU가 있는 컴퓨터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같은 자료를 제공받았음에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장치의 존재 여부입니다. 반대로 같은 종류의 부품을 내장하고 있더라도, 성능에서 차이가 있다면 두 개의 컴퓨터는 다른 결과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것은 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마다 같은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에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뇌의 가소성에서 시작되는 문제이며, 이것은 성능의 차이와도 같습니다. 인지된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연산장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입력된 자료는 정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감각기관과 연산기관이라는 필수적 장치 외에도 저장장치도 중요한 존재로 보입니다. 저장장치는 더 많은 패턴을 연산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로 판단합니다. 저장장치가 없으면 대조군이 존재할 수 없으며, 패턴이라는 결론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초에는 단순 자료에 불과하지만, 추후 연산장치나 감각기관의 발전에 의해서 정보가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예를 들어, 지문과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없던 시절의 범죄수사에서는 체포할 수 없었던 범인을, 지문인식장치와 유전자 감식장치가 도입된 이후에는 잡을 수 있던 것처럼 말이지요. 같은 자료라 할지라도, 추후 감각기관과 연산장치의 발전에 의해 정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저장장치의 존재 여부는 자료의 누적을 가능하게 하며, 더 많은 정보의 발견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인류는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다양한 현상을 인지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과거의 무의미했던 자료가 이제는 정보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증명할 수 없었던 논리와 사고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속되고 발전하는 증명과 연산, 누적되는 정보 저장으로 과학의 발전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정보의 발전이 과학의 발전이라고 해도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끈 주체는 분명히 인류였습니다. 그리고 인류가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감각기관과 연산기관, 저장장치가 발전할수록 정보처리의 주체는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3차 산업혁명에 이은 4차 산업혁명은 이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지요.
제가 이 글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생명은 DNA에 저장된 자료를 RNA를 통해 구현된 정보인 동시에, 정보처리장치입니다. 심지어 DNA 없이 RNA만 있는 생명체도 존재합니다. 결국 생명은 정보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둘째, 정보는 자료를 수용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처리장치가 있을 때 비로소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현재 DNA 기반의 생명 중 가장 뛰어난 정보처리장치로 판단됩니다.
지금까지 정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문명의 발전이 정보처리의 능력과 매우 밀접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전까지는 문명에서 정보처리의 주체가 오로지 인간뿐이었지만, 3차 산업혁명 이후 정보처리의 주체는 오로지 인간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문명 발전의 주체는 이제 인간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또한 문명의 자원도 인간만을 위한 자원이 아니기도 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문명의 정보처리 장치였던 것인지도 모르지요.
생명과 마찬가지로, 문명 또한 정보로 구성된 존재일 뿐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