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도 없고, 문명도 없다.

서문. 세상에 대한 해체와 재조립에 대한 출사표

by 미친생각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인지한 정보를 뇌와 신경계를 통해 분석하는 작업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해 왔습니다. 글자와 그림 같은 기록 수단이 발전하면서, 이 정보들은 기록되었고 점점 더 많은 정보가 누적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분류와 정리라는 과제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분류의 여정은 수많은 분야와 장르, 단어와 학문을 만들어냈습니다. 각 분야의 종사자들은 자신의 틀 안에서 생각하고 연구하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전문성은 더욱 깊어졌지만, 그만큼 분야와 분야 사이의 연결고리는 희미해졌습니다. 각자는 자신의 길만을 걷게 되었고, 통합된 사고는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과학자는 사회와 역사를 멀게 느끼게 되었고, 사회학자는 과학을 남의 세계처럼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형성된 괴리감과 선입견은 어느새 하나의 감옥처럼 굳어져 버렸습니다.


물론 이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 분야만 통달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조건에 막히고, 누군가는 재능에 막히고, 누군가는 생각의 한계에 막히기도 합니다. 설령 연구와 사유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이 방대한 지식을 전부 별개로 익히고 이해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분명히 변했습니다. 지금은 내가 알고자 한다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AI의 등장이 있습니다. 알고 싶은 것이 생기면 가장 적절한 논문과 자료를 즉시 찾아볼 수 있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주장과 반대되는 관점까지도 혼자서 충분히 탐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에 대해 토의하는 것마저 가능해졌습니다. 이 토의 상대는 때로는 허언을 하기도 하지만, 질문자의 예리함과 부지런함에 따라 점점 더 진실에 가까워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제가 오래도록 파고들고 싶었던 여러 문제들을 AI와 함께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왔습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생물학, 물리학, 화학, 사회과학, 경제, 문명이라고 부르는 영역들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하나의 제 나름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명도, 문명도 실재하는 어떤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정보와 정보처리라는 개념으로 통합할 수 있으며, 이 흐름은 약 40억 년이라는 시간을 항해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서로 다른 분야라고 나누어 왔던 모든 것들은, 사실 하나의 흐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 것입니다.


물론 제 생각이 옳을지, 세상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러한 생각에 이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AI가 아니라, 무수히 오래전부터 이 세계를 탐구하고 기록해 온 학자들 덕분입니다. 그들이 인생의 조각, 혹은 인생 전체를 바쳐 남긴 연구의 결과들이 지금의 저에게 커다란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AI는 그저 이 방대한 기록들을 빠르게 찾아내고, 제 사고에 또 하나의 활로를 열어 주었을 뿐입니다.


이 글이 많은 반발과 비난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도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모든 개념을 한 번 해체해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조립해 보려고 합니다. 가능하다면, 이 시도를 세상에 알리고, 언젠가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이제 파괴와 조립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2025년 12월 1일,
생물학도를 꿈꿨던 소방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