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란 무엇인가?

정보관점에서 바라본 진화

by 미친생각

앞선 글에서 정보와 생명에 대해 먼저 정의했습니다. 이제 그 다음 단계인 진화를 정의해보고자 합니다. 기존의 진화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나무위키는 진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물체 또는 생물이 변화하는 것. 간단히 말하자면 무작위적으로 다양한 개체가 출현하고, 그중 생존에 유리한 개체만 살아남아 그 유전자를 이어가는 과정.


틀린 설명은 아닙니다. 다만 이는 현상에 대한 정의이지, 본질에 대한 정의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본 글에서는 진화를 정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시 정의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보의 본질과 생명의 역사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형의 정보가 하나의 시스템을 통해 자기 자신을 전이시키기 시작한 최초의 사례가 바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보를 두 가지로 분류해왔습니다. 분자 이상의 구조로 구현된 유형의 정보와 광자, 주파수, 파동처럼 형태를 갖지 않는 무형의 정보입니다. 그리고 무형의 정보는 반드시 유형의 정보를 통해서만 저장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현상은 결국 정보로 환원이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생명의 DNA와 RNA도 예외는 아닙니다.


약 40억 년 전, 최초의 생명이라 불리는 물질이 발생한 이후, 이 계보는 지금까지 단절 없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는 물질로 구성된 유형 정보 전이의 시발점으로 해석되며, 이 최초의 정보 매체는 안정적인 DNA가 아니라, 단순하고 불안정한 RNA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됩니다. 이 가설은 구조적으로도 타당해 보입니다. DNA는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일 뿐, 그 자체로는 정보를 구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DNA는 읽어 줄 시스템이 이미 존재할 때에만 의미를 갖는 저장 매체입니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 단계에서 DNA보다 RNA가 먼저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 구조적으로도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RNA의 기원과 증식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가설 중에서, 저는 최초의 RNA는 정밀한 ‘복제’가 아니라, ‘증식과 절단’이 반복되는 구조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합니다. 즉, 무작위적인 생성과 절단, 재결합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형태였을 것으로 추측하는 바이지요. 이것이 가장 단순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기능이 분화된 tRNA나 mRNA 같은 RNA는 훨씬 이후에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이 시점의 RNA는 아직 해석 체계가 부재한 상태였으므로, 이것은 정보라기보다는 자료에 더 가까운 상태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즉, 무작위적인 자료의 확산이 생명의 출발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저의 입장이지요. 이후 RNA라는 자료가 점차 축적되고, 이를 정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촉매 물질과 번역 구조가 등장하면서, 자료는 비로소 정보로 전환되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처럼, 보다 안정적인 저장이 가능한 DNA가 등장하게 되면서, 일관된 정보가 장기간 유지되고 확산되는 것이 가능해졌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변화는, 유형화된 정보의 확산이 더 이상 전적인 확률의 영역에서 벗어나, 구조와 시스템의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한 사건으로 해석됩니다. 즉, 제가 바라보는 생명의 탄생 과정이란, 유형 정보가 구조적으로 안정되게 저장되고 확산되기 시작한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로 물질과 에너지입니다. 정보의 저장과 확산에 필요한 물질과 에너지는 자체 생성이 아닌,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획득을 통해서만 확보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정보의 분화와 확산은, 서로에게 더 이상 단순한 자료가 아닌 상호작용하는 정보 환경으로 전환됩니다. 자신의 정보를 유지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에 포함된 물질과 에너지를 반드시 획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정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인 구조로 변화하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각 정보의 비율이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학자들은 이 비율 변화가 DNA라는 저장 매체에 제한될 때, 이를 ‘유전자풀’이라 부릅니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이 유전자풀 구성비의 변화는 단 한 순간도 멈춰 있던 적이 없습니다. 결국 유형화된 정보 구성비의 변화이지요.



결국 제가 정의하는 진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화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보가 잔존하고, 재구성되며, 확산되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