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등장과 의미

정교한 중앙 정보 처리기관의 등

by 미친생각

약 40억 년 전 RNA가 등장한 이후,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지구를 둘러싼 정보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단순한 증식과 절단을 반복하던 이 분자는, 점차 입력과 출력이 가능한 화학적 구조를 갖추게 되었고, 더욱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감각 수용과 반응을 담당하는 신경계, 그리고 마침내 중앙 정보 처리 장치에 해당하는 기관, 즉 뇌라 부를 수 있는 구조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중앙 정보 처리 장치가 형성되면서, 신경계라는 배선 구조도 함께 등장하고 점점 정교해졌습니다.


특히 동물계에 속한 생명체는 보다 능동적인 행동이 가능해졌으며, 입력된 자극에 대해 호불호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보다 동적인 출력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먹이를 보면 먹고 싶어지고 먹으러 갈 수 있으며, 포식자와 같이 피해야 할 존재가 나타나면 도망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지요. 사실 이러한 기본적인 입력·반응 구조는 원핵생물과 식물에서도 이미 나타납니다. 원핵생물 역시 먹이가 많은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식물 또한 햇볕과 수분이 풍부한 쪽으로 잎과 뿌리를 전개합니다. 동물은 이러한 출력이 더욱 적극적이고 복잡한 수준으로 확장된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 동물에서는 하나의 특이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중앙 정보 처리 장치가 기억과 학습이 가능한 구조로 진화한 것입니다. 외부 정보를 단순한 반응으로 처리하는 단계를 벗어난 것입니다. 입력된 외부 정보를 호불호의 형태로 저장하게 되었고, 이후의 출력에 반영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는 뇌와 신경계라는 기관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현상이며, 이 구조는 전류의 흐름을 ‘있음’과 ‘없음’으로 정교하게 조절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현대 컴퓨터의 매우 원시적인 형태와도 유사하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이러한 능력 역시 유형 정보의 물리적 구조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 특성이 극대화된 존재가 바로 인류입니다. 인류는 중앙 정보 처리기관에 해당하는 뇌 구조의 발달이 특히 두드러진 종이며, 단순한 입출력을 넘어 정보의 저장 능력과 연산 능력, 그리고 예측 능력이 다른 생명체에 비해 현저히 뛰어납니다. 인류의 장점이라고 불리는 모든 능력은 근원적으로 이 세 가지 범주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비로소 지구에는 정보 통제의 주체가 등장한 것입니다. 매우 신비롭고 놀라운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 이전까지 지구의 정보는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거나 의도적으로 통제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전이되고, 선택압에 의해 소멸되는 과정의 연속이었을 뿐입니다. 이 주체의 등장과 함께, 지구의 정보에는 비로소 목적이 개입하기 시작했고, 통제가 시작됩니다.


인류라는 정보처리 기관의 등장으로, 지금껏 자료로만 존재했던 삼라만상은 정보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것이 인류의 의미라고 판단됩니다.

이전 06화종(species)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