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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돌이 Jan 15. 2020

현직 교사가 본 [블랙독]

현실과 판타지의 절묘한 조합

제가 교사인 걸 아는 친구들이 최근 술자리에서 '블랙독 봤냐?'라고 많이들 묻더군요. 학교를 다룬 드라마인 건 알았지만 제겐 일터인 학교의 이야기를 집에서 쉴 때도 봐야 하나 싶어 안 보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힘들었던 2019년이기도 했구요) 그러다 신년회 자리에서 다시 언급이 되고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제게 묻더군요. 실제로도 그 정도냐고. 종업식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1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아닌데?', '이건 좀 쩐다'를 번갈아 토해내며 어느새 어젯밤에 방영된 10화까지 다 보게 됐네요.


10년 조금 넘게 사립학교 정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입장에서 본 드라마 '블랙독'의 현실과 판타지를 조금 나누어볼까 합니다. 일반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미생'을 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저는 '블랙독'에서 맛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수학여행 사고 장면 [현실+판타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월호 사건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실제로 수학여행 때 교통사고가 날 수는 있습니다(현실). 하지만 몇몇 대형 사건 이후로 2019학년도말까지는 대부분 학년 전체 단위의 여행이나 이동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해당 장면에서 두 교사가 버스 안에서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에 대해 다르게 대응하는 장면은 꽤나 디테일한 현실입니다만 그 이후의 전개는 주인공의 배경을 위한 억지스러움 때문에 낯간지러운 부분들도 있더군요.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별 대우 [현실]

교사 : 같이 일하는 동료 교사들의 경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기간제니까 일 좀 더 시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진 않죠. 문제는 관리자(교감, 교장)입니다. 그들의 마음가짐이 어떠냐에 따라 굉장히 심하게 고생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학생 :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끔 '저 사람은 기간제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녀석들이 나오곤 합니다. 만의 하나라도 그런 발언이 공개되면 그 학생은 다른 선생님들에게 매우 혼이 납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학부모 : 저는 신입 교사 때에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모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알고 있고 어떻게 표현하냐의 문제만 다릅니다. 그리고 이번에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깜짝 놀랐는데 '내 자식의 담임이 기간제라면 조금 꺼려지긴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드라마의 주된 줄거리 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만, 이런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립학교에는 낙하산이 있다 [현실]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낙하산으로 들어오는 케이스들이 종종 있습니다. 학교라는 곳이 워낙 소문이 잘 도는 곳이라 금방 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참 뒤에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정교사 채용 과정은 교육청에서도 많이 신경 쓰고 실제로 사회적인 문제도 몇 번 불거진 사항이라서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죠. 사학법 개정 필요성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선발과 처벌 모두를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으니 교육청에서는 개입 여지를 늘리려고 하고 학교 측에서는 권리 침해로 여기려고 하는 것이죠.


교과 지도 파트너, 실제로 그런가? [현실+판타지]

학교 실정마다 다릅니다. 드라마 상의 학교는 꽤 규모가 큰 학교입니다. 바나나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국어과 전체 교사의 수가 15명 이상인 것으로 묘사되는데 단순히 3개 학년으로 나눠봐도 한 학년당 5명 정도씩 배정된다는 거죠. 이 정도 인원과 규모의 학교에서는 운영 방식이 저희 학교와 세부적인 면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틀은 동일합니다.

학년 초 수업 시수 배분 후 같은 과목을 가르치게 된 교사들끼리 모여서 수업 들어가야 할 반을 나누고 교과 진도와 평가계획을 의논합니다. 이 부분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은데, 다행히 저희 학교에서 제가 맡고 있는 과목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다들 좋으신 분들이거든요. 다만 모든 과목이 이런 분위기는 아닙니다. 굉장히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죠. 다만 개인적으로 첫 해 수업에서 방향성을 잡는 데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저런 식의 제도가 잘 사용된다면 신입 교사들에게는 매우 유용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단, 못된 선배를 만나지 않아야겠지만요.

실제로 최근의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의 수업권을 보장해 줍니다. (엄밀한 법적 용어는 교육권이라고 하네요) 부당한 국가 권력의 요구에서 자유로운 것인데 예전에는 교장 교감이 수업 중에 불쑥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지만 요새 그랬다간 큰일 납니다. 문제는 한 학년에 동일 과목을 여러 명의 교사가 가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편차를 해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시험과도 직결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교사들끼리의 예민함이 부딪치는 과정이 드라마에 매우 잘 드러나 있더군요.


실제 대학에 방문하는 진학부 [현실+판타지]

매년 입학처에 가서 학교 현황과 학생 현황, 해당 대학의 입시 요강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듣고 오는 시간을 가집니다. (현실) 그 과정에서 대학 측은 갑질(판타지) 하지 않고 학교 측에 최대한 많은 배려를 해줍니다. 드라마의 극적 전개를 위한 요소로 입학사정관의 위치를 이용했지만 실제 입학사정관들은 학교에 설명회를 오거나 찾아갔을 경우 본인들도 해당 학교의 특성을 파악하고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요소를 파악해야 하므로 친절하게 잘 대해줍니다.


특정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건 학교에 문제가 있는 것 [현실+판타지]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과 그 세부적인 운영 방법은 드라마에 굉장히 잘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좋은 성적의 학생인데 특정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경우 학교 교육과정이나 기타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실) 다만 이건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부터 학생부종합전형 시행 초기 때에 주로 불거진 문제였고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런 차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특히 드라마를 보다가 '아, 이건 잘못하면 학부모들이 오해하기 쉬운 건데...'라는 걱정이 되기도 했던 부분입니다. 대학 측에 제공하는 자료는 '학생부'와 '자소서'이고 이걸 토대로 학생을 선발하며 학교 운영의 문제점도 이를 바탕으로 지적하거나 유추하는 것으로 등장합니다.(일부 판타지) 하지만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료 제출이 빠져있습니다. 대사에서 잠시 언급하긴 했는데 최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교육청 보고 자료 외 학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교육과정, 연간 학사일정, 평가계획이나 특색 사업 등이 담겨있는 것이죠. 사실은 이 자료가 학교별 차이를 가르는 굉장히 큰 부분입니다. 그래서 사실 저희 학교도 초반에 저 부분에 염두를 많이 두었다고 들었습니다. 자소서의 항목수, 글자 수도 줄어드는 추세이고 추천서는 거의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이외에 매년 많은 부분들이 또 바뀌게 되겠죠.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힘든 부분입니다.


진학부와 다른 부서의 갈등 [현실]

이건 저희 학교의 경우만 한정해서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고 굉장히 유기적으로 잘 협력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진학부의 이름은 조금 다른 이름으로 (개인적으로는 썩 좋은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시작했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내용을 한꺼번에 추진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학교 단위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더라도) 구성원들의 동의 절차를 거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다양한 의견과 갈등을 '대입'이라는 명목 아래 묵살했고 암덩이처럼 몰래몰래 돌아다니던 갈등과 충돌이 한 번씩 크게 쏟아져 나올 때도 있죠. 심화반 운영 문제도 마찬가지이고 이건 주변 학교들에서도 비슷하게 겪고 있을 겁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부서 초기 멤버로 일하기도 했고 고3 담임도 오래 하고 행정 부서 업무도 맡아보면서 느끼는 점은 오직 하나입니다. 학교는 굉장히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므로 그 방향성을 관리자가 정리 정돈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세, 입장을 정했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여유 등이 교직 사회에는 우선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왜냐구요? 아시잖아요. 꼰대 중의 꼰대들이 모여 있는 곳이 교무실이라는 걸... (저도 어느새 그 반열에 들어선지도.. ㅜㅜ)


동료 평가와 학생 평가 [현실+판타지]

학생들의 평가에 서술형이 있고 실제로 거기에 욕을 써놔서 화가 나거나 절망에 빠지는 교사들이 있습니다(현실) 동료 평가에서도 만점 주자고 해놓고 점수 낮춰주는 사람도 있습니다(현실) 그런데 그걸 빌미로 학부모들에게 5점 달라 또는 만점 달라는 식의 연락은 안 합니다(판타지) 설령 교감이 그런 짓을 했어도 찾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현실) 드라마 중 이 이야기에서 머리 위에 점수가 따라다니고 욕이 따라다니는 장면은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 그 점수가 뭐라고 전혀 신경 안 쓸 줄 알았는데 막상 보고 나면 하루 종일 머릿속에 붙어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꼴랑 오늘 하루 점수 하나로 이러는 데 애들은 성적표 보면 장난 아니겠다' 싶죠.

특히 서술형 항목을 보며 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몇 년 전에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났습니다. 사실 교사란 게 별 거 있나요. 월급 꼬박꼬박 받고 방학 좀 쉬고 하면서 사는 건데 학기 중에 오만가지 고생들을 다 하고 그러면 학교 때려치울 생각도 몇 번씩 하게 됩니다. 그럴 때 제자들이, 제가 가르쳤던,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저에게 보람을 줍니다. 그 맛(?!)에 교사하는 거죠. 사실은 저는 그런 게 진짜 학생들의 평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녀석들의 눈빛이 차가워지거나 그조차 볼 수 없게 되면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뭐 솔직히 평가 점수에 따라 등급을 3등급으로 나누긴 합니다. A, B, C로 나누다가 이젠 S, A, B로 나누죠. 이게 뭡니까? 우리가 무슨 애도 아니고. 아무튼 뭐 이런 꼬락서니인데 저게 학교별로도 등급이 나눠지죠. 그리고 그 결과로 '돈'을 다르게 줍니다. 이명박 때 처음 시작했는데 점점 격차를 벌리고 있어요. 이젠 없애도 될 거 같은데. 암튼 뭐 S 받은 사람과 B 받은 사람의 성과급 차이가 백만 원 넘게 납니다. 사실 그 돈도 연봉 인상분에 포함시켜야 할 걸 따로 떼서 주는 것 같은데 막상 저 성적표 받아 들고 통장에 돈이 꽂히면 기분이 묘한 건 사실이죠. 뭐 그래서 저는 마음 맞는 학교 선생님 몇 분들과 매년 돈을 모아서 다시 1/n 합니다. 교육청에선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전 계속하려고요. 저 선생님이 얼마나 좋은 선생님인지, 저 선생님이 얼마나 나쁜 선생님인지 우리가 어떻게, 얼마나, 그것도 점수로 평가할 수 있나요? 잘못을 했으면 벌을 주고 잘했으면 상을 줘야 하겠지만 그게 돈인 경우, 그리고 그곳이 학교일 경우, 의도와 달리 굉장히 비교육적인 상황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왜 윗사람들만 모를까요. 아무튼 이거 쓰다 생각나서 또 애들이 써준 서술형 읽고 왔어요 기분 좋네요. 히히. (매년 저장해둡니다. 좋은 건 좋아서, 나쁜 건 반성하려고. 애들은 항상 정확하게 써줍니다. 무서울 정도로. 여러 가지로 힘든 해라고 스스로 느꼈던 학년도가 있었는데 그때 우리 반 학생들이, 제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애들한테 티를 너무 낸다고 조절하라고 하더군요. 잘생겼지만 그래도 그건 용서가 안되니까 조심해달라고 쓴 애도 있었고. 학생들이 이렇습니다. 그러니 제가 참고, 교사 열심히 하려구요.)


생기부는 교사의 무기[현실+판타지]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고 나서 나타난 현상입니다(현실). 깨알 같은 디테일이 가득한 드라마 장면들도 많아서 더 몰입하게 되더군요. 학생부 기록 중 동아리 2개 이상의 경우 분량이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현실) 그걸 모르는 수는 없어요(판타지) 몇 년 전엔 몰랐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처럼 해야 했는데 요새는 아예 화면에서 동아리가 몇 개이고 전체 글자 수 중 몇 자를 입력했는지 표시가 됩니다. 학교마다 다르긴 한데 입력 전 글자 수/동아리 수로 정해서 1000자 중 500자는 동아리 1, 500자는 동아리 2 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학생 활동 경중에 따라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그 수정/삭제에 대해 예민한 선생님들은 있습니다.

학생부를 교사의 무기로 생각하는 경우는 많아졌지만 대놓고 학생 앞에서 그걸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판타지)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교사가 있다는 말은 학생 통해서 들은 적이 있긴 합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앞에 와서 살랑거리는 녀석들의 빈도 수가 많아지는 건 사실인데 드라마보다 훨씬 더 티 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저한테 그렇게 왔다가 혼난 녀석들도 많아서 제 책상에 그런 목적으로 오는 녀석들은 줄었습니다. 먹을 거 달라고 오는 애들은 간혹 있지만;;

학생부 기록이 무기가 되는 건 그걸 신경 쓰는 학생들인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대학 진학에 관심 없는 애들에게 학생부 기록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잘못했다간 오히려 훨씬 더 힘든 상황을 초래하기 쉽죠.




현실과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 하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긴 했는데 남은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지네요. 어떻게 끝맺음을 할지 기대되기도 하구요(스카이캐슬 꼴만 안 나면 좋겠는데).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굉장히 현실감 있게 전달하면서도 교사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을 적절히 녹여놨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줍니다. (일단 학교에 저런 예쁘고 잘생긴 선생님들이 계시면 굉장히 열심히 다니겠죠. 서현진은 로코퀸이라는 말만 듣고 제대로 본 드라마가 없었는데 이번에 보고 알았어요. 이런 역할에 특화된 배우였네요.) 게다가 남녀공학 학교의 여교사를 주인공으로 한 것도 한 수. 남자고등학교의 남교사였으면 이야기할 게 욕 빼곤 거의 없었을 겁니다. 굉장히 재미없어지거나. 나중에 이 남자 버전으로 패러디도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흐흐. 그런데 그 디테일한 현실감이 학교의 알맹이보다 포장지에서 그치고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슨 편지지와 무슨 펜으로 어떤 글씨체를 사용해서 몇 분 동안 작성했는지 보여주지만 편지의 내용은 무엇이고 왜 그런 편지를 써야 되는지 알려주지 않는 느낌입니다.

드라마의 주된 갈등은 기간제 교사로서의 정체성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왜 '기간제 교사'가 생겨났고 없어지지 않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을 것 같네요. 진학부와의 갈등, 심화반의 부활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설득보단 빠른 회피가 보였거든요. 대입설명회에서 학원 강사 섭외를 거절하고 심화반 부활을 우려하면서도 진학부장을 맡은 박성순 캐릭터는 사실 훨씬 더 복잡하고 밀도 있게 그려질 수 있는데 안타까웠습니다. 라미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성순의 캐릭터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붕 뜨게 되는 건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드라마가 현실의 단순 스케치를 넘어,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되돌아보고 그간의 안일함과 나태함을 일깨워줄는지, 교사가 아닌 시청자들이 작금의 교육을 돌아보게 할지, 자신들의 직장을 떠올리며 인간관계에 대해 진지한 감동을 되새기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늘 그랬던 것처럼 익숙한 말로 포장하고 뻔한 이야기로 마무리한 다음 결국 현실 앞의 입시 문제로 귀결시킨다면, 스쳐 지나간 영상물로 치부해버리겠지요. (초반엔 작가가 굉장히 조사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후로는 실제 교사 경험이 있는 작가라고 느끼게 됐고, 10화까지 본 지금은 '실제로 5년 미만의 기간제 여교사 경험이 있는 작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켜봐야죠. 남은 절반이 흡족하게 흘러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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