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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Mar 25. 2020

교사의 일과 - 1 (근무시간 속 스케줄)

모든 직장인이 정해진 근무 스케줄에 의해 일하듯 (물론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비슷합니다..) 교사도 기본적으로 일정한 근무시간 내에서 일을 합니다. 공무원의 9시~6시 근무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교사는 보통 8시 40분~4시 40분의 근무시간이 일반적입니다. 이유는 점심시간 1시간을 교육 업무의 일환으로 보아 1시간이 줄어든 것이며, 아침에 학생들 등교 맞이 활동을 미리 해야 하기 때문에 8시 40분 출근이 기본이라 5시 퇴근에서 20분 앞당긴 4시 40분 퇴근이 되는 것입니다. 8시 40분 ~ 4시 40분. 물론 이는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초등교사는 이 근무시간이 일반적입니다.


보통 8~8 40 사이에 출근을 하게 되는데 이 시간에 교실에 가보면 언제나 먼저 와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 안전을 위해서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이프존' 등을 운영합니다. 이 시간에 등교하는 학생들은 부모님의 출근 스케줄에 맞춰 집에서 일찍 나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냥 학교가 일찍 가고 싶어서 일찍 오는 학생들은 거의 드물죠. 어쨌든 교사는 아침 출근과 동시에 학생들 맞이 활동을 시작하고, 하루 수업을 준비합니다. 이 시간은 20분 남짓의 시간이라, 이 시간을 활용하여 1교시 수업 시작 전 학생들과 아침 활동을 하곤 합니다. 1교시 수업은 보통 9시 10분에 시작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9시까지는 학교에 와야 정상적인 일과 준비와 참여가 가능합니다.


9 10분부터는 정규 수업시간이 시작됩니다. 수업은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있는데 1~4학년은 주당 수업시수가 적으므로 6교시가 많이 없습니다. 어쨌든 교사는 정규 수업시간 내에는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칩니다.


흔히 '전담시간'이라고 부르는 전담교과 교사가 담당하는 수업시간이 있는데 이때에 담임교사는 또 다른 수업을 준비하거나 아이들의 과제물 체크 혹은 학교 행정 업무를 수행합니다. 물론 이 시간에 잠시 한숨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이때 방심하게 되면 칼퇴는 물 건너가게 되므로, 쉬지 말고 일을 해줘야 합니다.


대망의 점심시간은 초등학교는 1시간 수업이 40분 기준이기 때문에 보통 12시 20분부터입니다. 점심시간에는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릅니다. 식당에서 급식을 먹거나 교실에서 급식을 먹거나 둘 중 하나인데 어느 경우라도 절대로 편하게 밥을 먹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도 업무의 일환인 것이지요. 한가지 아쉬운 점이 점심시간을 50분으로 정하는 학교들이 많은데 이 시간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너무 짧습니다. 밥먹고 한숨돌리고 다음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한시간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아이들 배식을 케어해주고 심한 장난을 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때때로 급식양 문제로 배식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남는 반에서 얻어오거나 급식실에서 추가로 반찬을 받아와야 하기 때문에, 교사가 마냥 편하게 밥을 먹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상반기에는 아이들이 배식하는 것에 숙달되지 않고, 양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배식을 당번들과 함께 하고 모든 아이들이 급식을 다 받고 난 뒤에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사 후에도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식사는 10분내에 마치는 편입니다. 더러는 밥먹는 중간중간에도 움직이면서 급식 지도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먹게 됩니다. 군대에서 빠르게 먹는 것이 몸에 익었는데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심시간은 일반 직장인과는 다르게 휴식시간이라는 느낌이 - 없습니다. 보통은 식사지도를 모두 마친 뒤에 갖는 10분 정도의 쉬는 시간에 양치를 하거나 다음 수업을 부랴부랴 준비합니다.


정규 수업은 6교시 기준으로 3시전에는 마무리가 되는데, 퇴근시간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에도 열심히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칼퇴는 불가하기 때문이죠. 


보통 사람들이 수업이 끝나면 교사는 할일이 없는게 아니냐?라는 의문을 갖게 마련인데 실상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 교사는 매사에 치열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교육과정 개별화' 당연한 교사의 의무가 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배움이   있을지 연구하고 수업을 짜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업 하나를 구성하는데 최소 한시간은 걸리는  같습니다. 때문에 수업후 퇴근 전까지의 2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죠.


안타까운 것은 이 시간을 모두 교육과정 구성과 학급 운영 아이디어 기획 등과 우리 반 아이들 상담 등에 쏟아도 부족한데, 우리에겐 각종 회의와 연수, 그리고 개별 행정 업무 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여기서도 ''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짬이 쌓이게 되면 교육과정과 학급 운영의 아이디어 구성에 좀 더 박식하게 되어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업무에 투입되는 시간도 단축됩니다. 그것이 '짬'의 역할입니다. 만약에 본인이 짬에 의한 효율성 증대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간 경력을 허투루 쌓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반성합시다. 저도 반성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이 모든 일들을 4시40분 전에 마무리하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칼퇴를 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렇게 교문을 벗어나 퇴근하게 되면 아직 해가 떠있는 오후입니다. 이때 느끼는 기분은 상쾌함과 동시에 불안함입니다. '열심히 했으니까!' 보다는 뭔가 해야할 일을 남겨두고 나오는 찝찝함이 더 큽니다. 이런 불안으로 결국 집에서도 업무를 연장하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5시쯤 퇴근하는 루틴을 가진 시기에는 업무와 회의, 연수 등을 학교에서 하고 집에 와서 수업준비를 하는 식으로 생활했었습니다. 학교에 남아서 일을 하기 보다는 칼퇴를 하고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좀 더 편했기 때문이죠. 퇴근 시간 이후에 학교는 너무 춥고 어둡습니다. 안타깝지만 아이들이 떠난 후에는 냉난방을 해주지 않는 학교가 많습니다.


또한 교사는 개인적인 이유?의 초과근무로는 초과근무수당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유는 초과근무가 사전신고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 오늘 일이 많아서 학교에 남아서 늦게까지 일을 하고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도 당일에 초과근무를 신청하거나 일을  마무리한 후에 사후에 초과근무를 신고하는 것이 불가합니다. 초과근무는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소 어이없는 현실이긴 합니다. 만약 제가 초과근무를 하고 싶다면 며칠 전에 미리 교장선생님께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제가 이틀 뒤에 일이 많아 늦게까지 남아서 업무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실상 이런 사유로도 사전에 결재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초과근무는 보통 학교의 행사나 공식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서만 가능합니다. 이래저래 이런 식으로 불합리한 방식으로 초과근무 체계가 변형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유야 어찌 됐건 합리적인 시스템은 아닙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라도 교사는 보통 학교에 남아서 일을 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더위와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학교에 남아 일하는 걸 정말 싫어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일이 잘 되는 곳이 학교인지라 보통 6시까지는 일을 하고 퇴근합니다. 야근이 잦은 우리 나라의 직장인들이 보면 아주아주 배부른 이야기지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도 교사라 좋은 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교사의 일과는 순서나 시간만 따지고 보면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형태를 띕니다. 물론 퇴근 후에도 교사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적어도 학교에서 이뤄지는 일과는 이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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