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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비 Jul 13. 2022

2. 스타트업에서 처음 한 일은?

출근하기 전날, 남자친구에게 열심히 자리배치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사용할 컴퓨터는 있나?"


공동 창업자 세명은 깜짝 놀라 부랴부랴 노트북을 주문했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각자 개인이 사용하던 PC를 가지고 일을 해서 새롭게 PC를 사야 할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창업자 외에 새롭게 직원을 뽑는 경우가 처음이었다. 과연 이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굉장히 어색한 소개가 지나고, 근로계약서를 쓴 뒤에 회사 소개를 한참 들었다. 회사는 바이오 기반의 제조업이었다. 대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품에 대한 설명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예상수익에 대해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얘기를 듣게 되었다.


나의 업무는 일단 경영지원이지만, 사실 연구와 개발에 관련되지 않은 일은 전부 다 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인지 몰라서 들으면서 막막했다. 그리고 전혀 생소한 분야인 연구지원사업 연구비 집행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신규직원 맞이 새롭게 변한 사무실의 모습과 새로운 업무를 위한 지침서


그나마 급여나 자산관리에 관한 대부분의 일은 전 회사에서 하던 일이었는데, 연구지원 사업은 나한테 생소한 분야였다. 나는 대학이나 전 회사에서 연구지원사업에 속해서 연구원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지원사업은 기업이 연구개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지원한 후 선정되면, 연구개발비용(현금)을 지원받는 것이다. 매출이 적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현금이 지원되는 것은 생명줄과 같은 것이었다. 연구비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나의 첫 번째 임무였다.


이미 회사는 두 개의 지원사업이 선정된 상태였다. 각각의 지원사업의 연구비 중 비목별로 얼마나 선정되었는지 확인하고 사용을 위한 증빙방법에 대해서 알아봐야 했다. 비목은 인건비, 재료비, 연구활동비 등으로 나뉘었는데 각 비목마다 사용하기 위한 증빙방법이 다 달랐다. 혁신법이라는 생소한 안내서를 읽어가며 필요한 서류를 정리했다. 품의서, 구매 의뢰서, 각종 규정 등 필요한 게 많았지만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지독한 서식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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