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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비 Jul 26. 2022

3. 통장 잔고의 압박

회사는 자본금 1억으로 시작되었다. 보통의 초기 스타트업에게 1억은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지만, 제조업에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인건비, 식비, 사무실 임차료, 기타 수수료 같은 것들 외에 재료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미 내가 통장과 카드를 넘겨받았을 때, 남은 돈은 고작 두 달 정도를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다. 과연, 이 돈으로 잘 굴러갈 수 있을까. 지원사업에 두 개 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선택하는 방법은 투자를 받는 것이다. 투자는 투자자에게 돈을 받는 대신 회사의 지분, 즉 주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투자 유치는 매우 힘든 일이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 증거인 매출, 혹은 제품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에도 단계가 있다. 엔젤투자-시드투자-Series A,B,C..으로 기업이 커가는 과정에 맞춰 받을 수 있는 투자금의 형태와 규모도 달라진다. 초기 스타트업이 받을 수 있는 투자는 보통 엔젤투자나 시드 투자이다. 다행히 입사 후 바로 엔젤투자가 확정되었다. 엔젤투자는 보통 개인들이 투자를 한 대가로 회사의 주식을 받는 것으로, 말 그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엔젤투자자들은 천사에 가깝다.


그런데, 이게 돈을 받는 게 다가 아니다. 투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절차가 존재했는데, 이걸 이해하는 것 또한 오래 걸렸다. 회사가 투자금을 받기 위해 보유한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유상증자'라고 하는데,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안건에 대하여 승인을 해야 한다. 이사회는 이사가 3인 이상이어야 가능한데, 회사에는 이사 3인이 없었다. 자본금이 10억 미만이면, 이사가 3인이 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주주총회로 이를 승인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정관에 따른다.) 그런데 주주총회는 또 자본금이 10억 미만이면, 주주 전원의 서면결의서로 생략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결국 주주 전원의 서면결의로 회사의 보유 주식을 늘리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투자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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