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아이.. 중간고사가 드디어 끝이 났다. 시험 마지막날. 아이 시험이 끝나기 5분 전.. '실수 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아무 탈 없이 마무리하길... '생각하는 찰나. 아이에게 걸려온 전화."엄마 엄마! 모르는 문제가 없었어요!" "아고.. 정말? 잘했다. 잘했어~ 그동안 수고했어!' 마지막 시험은 제일 중요한 수학. 감격스러워 방방 뜬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 진다. 아무 탈 없이 모든 시험이 끝났음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짚고 넘어가자면, 아이가 모르는 게 없었다는 것이 백점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말했다시피 우리 아이는 선행이 그리 빠른 아이가 아니었기에.. 수학이 늘 발목을 잡았다. 다만, 늘 넘지 못할 산이라 생각했던 수학에서 찍지 않고 문제를 다 본인이 풀어냈다는 것에 스스로 감격한 것이었다. 누가 들으면 어이가 없겠지만, 나와 아이는 함께 감격했었다. 결과야 어떻든 정말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이번엔 특히 6일이라는 긴 추석연휴와 한글날까지 끼어 9일이나 되는 주말과 연휴가 있었다. 시간이 너무 많은 게 오히려 문제였다.'와... 이건 멘털싸움이구나' 싶었다. 공부할 시간은 충~~ 분했고 기나긴 이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아이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게임이었다. 매 시험마다 수능보다 어려운 무지막지한 킬러문항들과 시간어택을 견뎌내야만 했다.' 어디 이놈들아! 시간어택에서 살아남아봐라!'라고 아이들을 골탕 먹이는 듯했다. 결과적으로 긴 연휴 덕분에 암기과목들은 만점자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 백점을 맞아도 1등급이 나오지 않는 씁쓸함을 안고 기말을 준비하는 수밖에..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니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의 수가 더 늘었단다. 내신과는 별개로 수능형 학원을 다니며 준비하기로 했다는 친구들이 상당수 늘었다.
'정시파'!! '난 정시파야. 넌?'
이 동네 아이들은 내신이 목표치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순간 어느 누구보다도 빠르게 '정시파'를 선언해 버린다. 목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 현상이 더 심한 듯하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원하는 의대 또는 SKY를 가기 위해서다. 1점 초반대를 받지 않는 이상 이미 수시로 원하는 곳은 못 간다. 상위권이 너무 두텁기 때문에 등급을 찢어먹는 것도 큰 문제다. 1개만 틀려도 3등급으로 뚝 떨어지는 건 예삿일이다. 강남 아이들에게 수시 6장 카드는 몇백대 1의 경쟁률인 수리 논술로나 가능할 뿐 버리는 카드인 셈이다. '정시파'를 선언한 아이들은 학교도 자주 결석한다. 최대한 결석할 수 있는 일자를 다 끌어다가 쓰고, 학교에서는 놀고 자고 학원 가서 수능을 준비한다. 선생님들도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얼른 학원 가서 공부해라~~'는 마음으로 수행이다 뭐다 아이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고들 말할 정도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왜 이리도 변한 게 없을까.. 30년 전 우리 때 모습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달달달 외워야 하는 암기식 교육, 심지어 교실 안에서의 답답함 마저도 똑. 같. 다.
어떤 아이들은 아예 자퇴하고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아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등학교 때 보통 평생친구도 사귀고, 인생에 잊지 못할 좋은 추억들도 대부분 갖게 된다고 하는데, 그건 옛날에나 가능했던 얘기일까? 시험문제 1문제에 서로 예민한 아이들, 과도한 수학선행에 지금은 손 놓고 담배나 피우며 방황하는 아이들. 학교는 무시하고 학원만 절대적인 아이들.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라고 얘기해줘야 할까?
30년 전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공교육인데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것이 무난하고 순리에 어긋나지 않는 삶'이라 생각했었다. 남들 하는 대로 비슷하게 하다 보면 별 탈이 없었고, 중간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의 문제만큼은 소신을 갖고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좀 구불구불 가더라도, 남들과 좀 다르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정말 행복할 수 있는 길로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흔들리는'
그네 위에서 살아가려면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 힘이 필요하다.
남과 집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시야를 계속 넓혀 나가야 하는 것이다.
- 마루야마 순이치 -
시험이 끝난 날 아들은 친한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청평을 다녀왔다.
엄마 아빠와 함께가 아닌 친구와는 처음으로 간 자전거여행!
8시간 넘게 낯선 길을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려 청평 돌짜장집에서 세상 최고로 맛있는 돌짜장을 먹고 돌아온 아들. 집에 돌아온 아들은 휘청휘청 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눈은 반쯤 감긴 상태였지만, 마음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