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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ckie May 15. 2020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법

이승우의 '소설가의 귓속말'

                                                                                       

그림책 작가들의 대표 작품들을 찾아보려고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읽었습니다. 10명의 그림책 작가를 소개하는 책이었는데 그중 프랑스 그림책 작가인 클로디 퐁티가 천명관의 ‘고래’와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고 감명받았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천명관의 ‘고래’는 읽어 봤지만 이승우 작가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프랑스 사람도 아는 작가를 모르다니 부끄럽더군요. 그래서 찾아 읽게 된 책이 ‘식물들의 사생활’이었습니다. 사랑이야기를 어찌나 서늘하게 풀어내던지, 이야기도 문체도 너무 매력적이라 한동안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승우 작가의 매력은 문체에서 느껴지는 서늘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적확한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의 귓속말’은 에세이집이다 보니 작가의 특징적인 문체가 더욱 명확하게 느껴지더군요.



이 책 ‘소설가의 귓속말’은 작가로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에세이집입니다. 에세이라 하면 주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즐기기 힘든 이유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풀다 보니 읽기에는 편하지만 산만하다,라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새는 건강이나 직장 생활, 혹은 취미 등의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푸는 경우가 많아 좀 더 집중된 느낌을 받는 에세이도 있긴 하지만 저에겐 여전히 지나치게 편안하다랄까요.



그런데 이 에세이 ‘소설가의 귓속말’은 주제가 아니라 작가로서, 창작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사고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라 마치 에세이집 같지만 실상은 혹시 문예창작에 대한 방법론 관련 도서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창작법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작가가 해주는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눈여겨봐야 할 표현들 뿐입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해 사는 모든 말은 결국 자기에 대한 것이다. 자기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사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때 말해지는 것은 타인이 누구인지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다.
감상자의 안목을 통하지 않고 위대해질 수 있는 작품도 없다. 작품이 감상자에 의해 완성된다는 말은 이 당연한 명제를 비틀어 쓴 것일 테다.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챕터는 ‘자화상을 그리는 일’입니다. 자화상은 화가가 자신을 그리는 일인진데 인간에게 있어 자신의 모습이란 복합적입니다. 평면적이고 단세포적인 사람이란 없으니까 말이죠. 그러다보면 자신의 모습을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반복해서 그릴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마찬자기로 한 사람의 내면과 외부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어서 그의 외부를 살펴보면 그의 내면마저 알 수 있다고 했는데요, 예를 들면 반 고흐의 작품들을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흐는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로 유명한데요, 이승우 작가는 고흐의 '구두 한 켤레' 라는 작품을 통해서 그의 내면이 얼마나 외롭고 상처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비슷한 예를 고흐의 의자에서 발견했는데요. 고흐가 그린 자신의 의자와 고갱의 의자를 비교해보면 그의 자의식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의 수수하고 파이프가 놓여진 의자는 고흐의 것이고 화려한 붉은 빛의 초가 놓인 의자는 고갱의 의자입니다. 고흐가 바라본 자신과 고갱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설가의 시선과 사고로 바라 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세상이기에 저에게는 무척이나 신선하면서도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에세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저이지만 이 책만큼은 에세이집이 아니라 쉽고 편하게 쓰인 작법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세상과 자신에 대한 특별한 시선, 그리고 깊고 솔직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다시 한번 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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