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키지의 '뻐꾸기 동지 위로 날아간 새'
맥머피가 싱긋 웃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어보며 미소를 짓는다.
내가 규칙을 어길 것 같다 싶으면 꼭 그런 말을 하더군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내 손을 놓는다.
그런데 지금은 전에는 없었던, 맥머피가 들어오기 전에는 결코 없었던, 탁 트인 들판의 먼지와 흙 냄새, 땀과 노동의 냄새가 난다.
밤에 내 침대를 찾아가기가 점점 어렵다. 씹어서 붙여 놓은 껌을 찾을 때까지 여기저기 네 발로 기어 다니며 스프링 밑을 만져 보아야 한다. 안개가 자욱해도 아무리 불평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제 나는 안다. 안개가 자욱할수록 그 속에 안전하게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맥머피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안전하게 있기를 원한다는 것을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우리를 안내 밖으로, 발각되기 쉬운 탁 트인 바깥으로 끄집어내려고 계속 애를 쓴다.
나는 시트에서 빠져나와 침대 사이로 차디찬 타일 바닥을 맨발로 걸었다. 발바닥으로 타일의 감촉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수천 번이나 똑같은 타일 바닥을 걸레질했는데 한 번도 그 감촉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 걸레질은 나에게는 꿈만 같았다. 오랜 시간 걸레질을 해 왔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발바닥을 통해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리놀륨만이 진짜였다.
그들은 단지 텔레비전 시청에 찬성해서 손을 드는 게 아니다. 수간호사에게 반항하기 위해, 맥머피를 중환자실로 보내려는 그녀의 생각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그녀가 말과 행도와 가혹한 행위로 수년 동안 그들을 쥐락펴락한 소행에 대항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명확하게 깨달았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중 누구도 맥머피를 말릴 수 없다는 사실을....
..... 우리로서는 맥머피를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맥머피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우리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그런 행동을 하도록 강요한 사람은 수간호사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였다. 그는 의자의 가죽 팔걸이에 큼지막한 손을 대고 천천히 일어섰다.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우뚝 서서 마흔 명의 주인이 내리는 명령에 따랐다. 몇 주일 동안 그가 행동하게 만든 것은 우리였다. 그의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게 된 뒤에도 그를 일으켜 세워 오랫동안 서 있게 하거나, 몇 주 동안 윙크를 하고 웃게 하거나, 그의 유머가 두 전극 사이에서 말라 없어진 뒤에도 그가 계속 행동하도록 한 원동력은 바로 우리였던 것이다.
피트 영감은 마치 정확한 시간을 알려 주지도 않지만 정지해 버리지도 않는 오래된 시계, 시침과 분침이 휘어지고, 문자반의 숫자를 떨어져 나가고, 자명종은 녹슬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시계, 아무 의미 없이 계속 움직이면서 뻐꾸기 소리를 내는 그런 낡고 쓸모 없는 시계 같다.
수간호사는 벽시계를 그녀가 원하는 속도로 맞출 수 있다. 쇠 뚜껑을 열어 안에 있는 문자반들 가운데 하나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 그녀는 갑자기 일을 빨리 진행시키기로 한다. 그녀는 속도를 높인다. 시침과 분침이 바퀴살처럼 문자반 위를 빙빙 돌아간다. 스크린처럼 보이는 창틀 속 광경이 아침부터 한낮, 그리고 밤으로 어지럽게 광선의 변화를 내비친다. 울리는 소리가 났다가 잦아들었다 하면서 낮과 밤이 격렬히 반복된다. 모두들 정신없이 떠밀려 조작된 시간의 흐름을 쫒아간다.
그를 내보낸다고 해서 우리 병동이 입은 피해가 지워지겠습니까? 아닙니다. 오늘 오후 이후로 계속 남아 있을 겁니다. 그가 중환자실로 보내진다면, 바로 환자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겠죠. 그는 다른 환자들에게 순교자가 되는 겁니다......
.....그는 비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단순히 한 인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처럼 두려움도 느끼고, 겁쟁이이기도 하며 소심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