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가정이나 직장에서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한 손을 들어 보세요. 그 과정에서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느꼈다면 다른 손도 들으시구요. 대부분 양손을 번쩍 드는 모습이 쉽게 그려지네요.
네. 맞습니다. 제 모습입니다. 저는 지금 양손을 번쩍 들고 있습니다.
저는 부탁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니, 매우 불편합니다. 아주 사소한 일도, 심지어 가족에게 하는 부탁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직장에서 동료나 타부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일이 있을 땐 불안한 마음으로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짜기 바쁩니다.
이 책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는 저 같이 부탁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소심한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도움을 전략적으로 어떻게 요청할 것인가'와 '도움을 효율적으로 주고 받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알려주어 읽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더군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나만 불편한가>
1부.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에 따르면 부탁을 불편해 하는 것은 나만 힘들어하는 일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인 불편함입니다. 하지만 부탁이나 요청을 하거나 들어주지 않고 사회를 살아가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줄 조력자를 찾아 부탁하는 방법은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부탁이라는 게 이렇게 불편한 일이지만 부탁을 받은 사람들조차도 거절을 한다는 것 역시 불편한 일이라는 것이지요. 게다가 한 번 거절했는데 두 번째 역시 거절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부탁을 들어주고자 하는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도움을 주는 행위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안겨 주기 때문에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세상을 좀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안겨줍니다. 부탁을 제대로만 한다면 도움은 요청한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에게 기분 좋은 일이 되는 것이지요.
<도움을 제대로 요청하는 방법>
그렇다면 도움을 어떻게 요청할 수 있을지는 2장. ‘삶의 무기가 되는 도움 청하기 기술’에서 구체적으로 하나씩 짚어 봅니다.
일단 부탁을 할 때 조심해야 할 점입니다. 1장에서 배운 것처럼 도움을 베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이라도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도와주고 싶다는 욕구가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또한 직접적으로 부탁의 내용을 전달하기 보다는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어요?’라는 접근법이 좀더 유효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덫에 걸렸다(?)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은 역시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도움을 요청할 상대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에게 다음의 4가지 단계를 확인해 봅니다.
Step 1. 당신에게 도움을 필요하다는 점을 상대방이 알아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당신의 기대보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요청해야 합니다.
Step 2. 당신이 도움을 원한다고 상대방이 믿어야 합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요?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땐 잠시 잊으세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Step 3. 상대방이 당신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주변에 도와 줄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은데 왜 하필 나야? 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말이죠. 혹시 응급처지 교육을 받아 보셨다면 알 거에요. 응급상황이 벌어지면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안경 쓰신 분은 119에 신고해주시고 빨간 티 입은 분은 제세동기 가져다 주세요!’라고 지명하라고 배웠습니다. 책임감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서지요.
Step 4. 상대방에게 당신을 도와줄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많이 하는 말인데요, 내 코가 석자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상대에게는 도움을 받기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자, 이제 부탁을 요청할 상대도 찾았겠다, 부탁을 하면 되는데 여전히 내 마음은 불편하잖아요. 이럴 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 7가지입니다. 즉, 도움을 요청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하는 행동입니다.
1. 감정에만 호소하지 마라.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감정 전달이 지나치면 상대는 불편해 합니다.
2. 지나치게 사과하지 말아라.
살아가면서 지원은 상호적인 겁니다. 지나친 사과는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 수 있어요.
3. 구구절절 변명하지 말아라.
불편한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불필요한 변명이 많은 우울하고 비참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도와주는 사람의 긍정적 기분을 감소 시킵니다.
4. 상대의 이익을 부풀리지 말아라.
이걸 계속 강조하면 순수하게 도움을 주는 기쁨이 사라져요.
5. 상대의 노력을 축소하지 말아라.
이런 사람이 제일 싫은데요, 도와주다 보면 얼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 알게 되잖아요. 한가해서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 조력자의 시간과 노력은 나의 시간과 노력만큼 소중합니다.
6. 과거 사례를 자꾸 들먹이지 마라.
과거에 신세 진 일을 들먹이면 관대함도 기분 좋음도 사라집니다. 이건 상호성이 아니에요.
7. 칭찬과 감사를 아끼지 마라.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도와 준 것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자, 이렇게 상호 도움이 잘 이루어지는 사회라면 정말 살맛나겠죠. 그렇다면 더 좋은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 3부 ‘서로 돕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알아봅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내집단 의식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구성원들간에 공통의 감정과 경험을 만들어 우리 모두가 같은 여정을 공유하는 동료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지요.
또한 도움을 주고 받는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려면 상대방에게 도움의 효과를 알려주는 겁니다. 상대가 도와줌으로써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제일 먼저 알려주고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도움의 동기부여 방법이 되는 것이지요.
인간은 호모 레시프로쿠스(Homo Reciprocus)라고 합니다. 상호의존하는 인간이라는 뜻이지요. 평생을 베푸는 사람(giver)으로만 혹은 받는 사람(taker)으로만 살아갈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제대로 도움을 요청할 줄 안다는 것은 그 도움을 또다른 곳에 제대로 베풀 줄 안다는 뜻입니다. 도움을 제대로 주고 받는 것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