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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건 Nov 05. 2024

#5_고양이

길가에서 불현듯 마주친 고양이

그 무심한 눈빛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오래 바라보았다


조심스레 움직이면서도 떠나지 않는 고요

그 속에 나도 잠겨들었다


왜 나를 보는 걸까

무언가를 기대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머무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 시선은 내 마음의 소리였음을


비록 손은 비었지만,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었고

그 작은 존재를 내 삶으로 들여올지 고민 중이었다


나는 고양이가 아닌 내 마음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무심한 눈빛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그 눈빛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길가에서 마주한 한 마리의 고양이가 보여 준 무심함, 그 시선 속에는 경계심 없는 순수한 고요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고양이는 제 존재에 아무 기대도 의도도 두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도 모르게 그 작은 존재에게 깊이 이끌렸습니다.


우리는 본래 남의 시선과 평가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관계 속에서 내면의 생각들을 계속해서 예측하고 분석하게 됩니다. 대화조차 단순히 말과 말의 교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고 해석하려는 피로한 과정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러한 피로감 속에서 나와 내 생각을 비추어 볼 때면, 그저 단순한 시선과 존재가 주는 의미가 더욱 강하게 다가옵니다. 마치 이 고양이가 그러했듯, 그저 바라봄에 지나지 않는 무심한 시선 속에서 저는 오히려 제 내면의 목소리를 마주했습니다.


제가 고양이의 시선을 예측하고 해석하려 애썼던 건, 결국 저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에 불과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작은 생명체가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내게 의지하려는 것처럼 보인 것은 제 내면이 비춰진 결과였을 뿐입니다. 마치 다른 존재를 통해 '나'를 인식하는 것처럼, 그 고양이를 통해서 저 스스로와 대화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깨달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타인의 삶과 경험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우리가 과연 확신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렌즈로 상대를 비추고, 해석하며, 자신의 색을 덧씌운 채 그들의 뜻을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조차, 결국 우리는 자신의 관점을 투영해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고양이와의 짧은 교감은 말과 의미를 얽어내려는 노력을 내려놓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에 잔잔한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복잡한 관계와 끊임없는 해석에서 지친 내면을 내려놓고, 그 무심한 시선 속에서 오롯이 나 자신을 다시금 마주하는 느낌. 결국, 그 고양이의 진짜 의도보다는 제 마음 속에 깃든 감정들이 저를 이끌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윤태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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