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 안에서 내다본
밤하늘에 뜬 달
외로운 술잔 속 반영
흐린 거울 속의 모습
익숙하지만 낯설어 보이는 한 사람
조용한 슬픔으로 자라난
안개와 같은 의문들
명확하지 않은 대답
길잃은 영혼의 방황
창밖의 달은 아무 말 없이 날 비추고
거울 속 누군가도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본다
때때로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익숙해야 할 얼굴인데, 조용한 밤에 혼자 마주하게 되면 마치 타인의 얼굴을 보는 듯 어색해집니다. 그럴 때면 저는 습관처럼 창밖을 올려다보곤 합니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달은 고요하게 빛나고 있지만, 제 마음은 그 달빛과는 다르게 복잡하게 뒤엉켜 있습니다. 방 안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달빛은 오히려 제 마음속 깊은 곳의 어둠을 더 선명하게 비추는 것만 같습니다.
고뇌의 순간이란 이렇게 불쑥 찾아옵니다. 이 고뇌는 단순히 일상의 작은 고민들이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이죠. 그 순간마다 명확한 답은 떠오르지 않고, 흐릿한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듭니다. 무엇을 찾고 있는지, 또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아서 마음 한구석에는 조용한 슬픔이 자리 잡기도 합니다.
이런 밤에는 제 안의 의문들이 자라나 길을 잃고 방황하는 영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뇌가 저를 괴롭히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순간들이 있기에 저는 스스로에게 좀 더 솔직해지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고요한 방황의 시간은 나를 이해하고 발견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창밖의 달과 거울 속의 제 모습은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저는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저는 이 고뇌의 밤을 통해 또 한 걸음 저 자신에게 가까워지는지도 모릅니다.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