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내 하루가 담겨있었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너와 나를 다시 생각했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엔
괜찮지 않은 내 마음이 담겨있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괜찮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진심으로 괜찮아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최선의 답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괜찮지 않은 순간에 ‘괜찮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곤 합니다. 그 말에는 언젠가 제가 겪었던 작고 깊은 실망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잡힌 약속이 불현듯 취소되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흔히 ‘쿨한 성격’이라 불리는 유형은 아니기에, 그런 상황에서도 저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저에게 약속은 단순한 일정이 아닙니다. 하나의 사건이며, 그 약속이 있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소중한 마음이 담기기 마련입니다. 약속이 잡히면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 안에 자리 잡습니다. 하지만 이 기대가 갑작스레 꺾일 때,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이나 장소가 취소된 것 이상의 실망을 안겨줍니다.
약속이 깨지면 우리는 흔히 ‘괜찮다’고 대답하죠. 그 말에는 ‘이해한다’라는 의미도, ‘괜찮은 척’하는 자기 위안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그리 쉽게 따라오지 않습니다. 그 날을 위해 품었던 작은 기대가 사라지고, 나름의 준비를 했던 일들이 허공으로 흩어질 때, 마음 한편에는 묵직한 공허감이 자리하게 됩니다. 특히 그 약속이 저와 상대방 사이에서 중요하다고 느꼈다면, 그 미묘한 섭섭함은 더 깊어집니다.
저는 ‘괜찮다’라는 말을 통해 마음을 다시 다잡고,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 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 뒤에는 여전히 괜찮지 않은 제 마음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쩌면 ‘괜찮다’는 말은, 우리 내면에 깊이 숨겨진 복잡한 감정을 쉽게 표현할 길이 없어 내뱉는 일종의 자기 방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진짜 괜찮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반복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 자꾸 ‘괜찮다’고 말하게 됩니다. 그 말 한마디에 담긴 작은 기대와 복잡한 마음들이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우리의 방편인 것이지요.
윤태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