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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닿은 May 13. 2016

신과 경쟁하지 말아요

Q : 제 자신의 너무나 부족한 면을 본 것 같아요.

평소의 저는 사람들의 장점들이 단점보다 먼저 눈에 보여요. 그런데 이번에 모임을 만들면서 새로 만난 분의 단점이 처음부터 보였고 그 사람의 단점에 물들고 싶지가 않았어요.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적당히 넘기다가 어느 계기로 많이 불편해졌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분의 단점으로 보였던 부분이 제 안에 있는 부분인것 같았어요. 제 안의 제가 싫어하는 부분을 그 분한테서 본거죠.

사람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분에 대해서는 저는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어요.

사람은 어쩔수 없구나, 내가 선택해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위주로 보려고 하는구나. 역시 인간이 최고의 존재는 될 수 없어. 신이라는 존재가 최고인건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A :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런 면이 있지 않나요?

반대로 어떤 사람의 장점을 크게 보고 단점을 덮어줄 때는 이러한 면이 좀 더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것이겠죠. 

그냥 쉽게 생각하세요.


맞고 안 맞고의 차이일 뿐입니다. 

나라는 사람의 자아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껴안고 보듬지 못한다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어요.

그런 이들을 보듬고 껴안는 행위는 칭찬 받을 만한 일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게 비난과 비판의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죠.


자신의 기준을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멈추도록 말이죠.



 

왜 인간이 최고의 존재가 되어야 하나요.

왜 신과 경쟁해야 하나요. 

신은 애초에 우리와 다른 별개의 존재입니다.

우리가 꽃과 경쟁하지 않고,

새와 경쟁하지 않고,

의자와 경쟁하지 않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인간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꽃은 꽃 그 자체로 아름다워요


꽃은 꽃대로, 

새는 새대로, 

의자는 의자대로

모든 존재는 그 존재 자체로 유가치 합니다. 

우열을 나눌 필요가 없지요. 


신적인 사랑과, 앎 그리고 행동은 결코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신은 본디 전지전능 하니까요.

그에 비해 인간은 분명 불완전한 존재이죠. 하지만 이 불완전함이 우열의 이유는 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신도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신의 기준과 신의 세계에서 때때로 불행하고 외롭기에 세상을 창조하고 불완전한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닐까,

더 나아질 여지, 더 발전할 여지가 없는 존재이기에 오히려 인간을 부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자신의 결핍을, 원하고 꿈꾸기 마련이니까요. 

유일무이한 그도 때때로 얼마나 지루하고 외로울까를 생각하면, 차라리 지금 제가 느끼는 고통이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허세도 좀 떨게 되네요. ^-^


정리하자면, 


지금 님이 느끼는 고민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것이며 단지 호불호의 문제로 정리하고 말 것이지,

인간의 존재론적 물음으로까지 확장시켜 본인을 자학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 보여집니다. 


경제적, 정치적, 정서적.. 그 어떤 이유라도 단점을 뛰어 넘는 가치가 존재한다면, 

이 관계는 어느 정도 자연스레 유지될 것이라 봅니다.

쉬운 예로, '애기 분유값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아버지' 처럼 말이죠.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의 단점을 크게 보고 있는 나를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1) '나 자신이 느끼는 이 관계의 필요성과 가치가, 그 사람을 지켜보는 고통에 비해 큰 것인가' 라는 질문일 것이고, 

만약 관계의 가치가 더 크다면

2) '어떻게 이 사람을 통해 받는 내 고통의 크기를 합리적, 건설적으로 승화하거나 적당히 조절하면서 이 관계를 지속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고심하는 것이겠죠. 


 

신과 경쟁하지 마세요.

내 부족함을 봤다고 낙심하지 마세요.



부족함을 자각하고 고통 받으며, 그것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한다는 건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고, 

충분히 격려 받고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반증이지요. 



-와닿은, 폴






*모든 글, 그림, 사진의 저작권은 와닿은-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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