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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드 Nov 13. 2024

14. 바르셀로나의 심신 미약자



런던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온 지 3일째 되는 오늘은 오전에 가이드투어를 하나 하고, 비가 쏟아져 이른 시간에 숙소로 귀가했다. 비를 맞아 으슬으슬하던 차에 따뜻한 물로 씻으니 심신이 편안해져 잠시 낮잠을 잤다. 온열 안대와 핫팩을 하나 까서 뒷목 쪽에 두니, 그 잠깐의 낮잠에는 어떤 꿈도 꾸지 않고 1시간을 내리 잤다.


 여행 내내 비슷한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었다. 그가 살아 돌아오는 꿈. 너무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운, 복잡한 마음을 가지는 나. 꿈을 꾸면 현실로 돌아올 때 너무 끔찍했다.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혼돈이 오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몸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돌아왔구나. 근데 휴대폰이 없어서 나한테 아직 전화를 못 한 건가? 카톡이 와 있나? 어 근데 살아 돌아오면 이미 안치되어 있는 유골은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어떻게 되긴, 꿈이지..


 이렇게 가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중 마지막 장면은, 나에게 집에 간다고 남긴 마지막 메시지와 사고 당시 CCTV의 캡처 화면, 그리고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로 병원에 누워있는 그 모습. 염하는 장면, 뜻한 유골함. 꿈 한 번에 똑같이 끔찍한 과정을 세트로 겪어야 하니 어느 날은 모든 기억이 지워졌으면 했다. 차라리, 그 사람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같이 여행을 온 지인과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잘 시간쯤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대화가 끝나지 않았는데 연락이 갑자기 끊겼고, 알아서 잘 들어오겠지 하고 누우려는데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쳤다. 공용 공간에 잘 있는데 연락으로 호들갑을 떨면 오히려 놀랄까 봐, 일단 가보기로 했다. 주방에도 없고, 라운지에도 없었다. 숙소 바깥을 나가봐도 비슷한 사람이 없었다. 해외 유심으로 발신이 안되어 채팅 앱으로 전화를 걸었는데도 받지 앉자 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무리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타입이 아닌 걸 알았지만 이미 하얘지기 시작한 머리는 어느새 텅 비어버렸다.


인터넷이 잘 안 되거나 알람이 안 울려 전화를 못 받았나 싶어 로비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에게 전화를 빌리려는 그때 메시지가 왔다.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고.


8명 도미토리실 중 같은 라인에서 1층은 지인, 2층은 내가 쓰고 있었다. 불이 모두 꺼져있었고, 누워있는 걸 못 본 내가 혼자 설레발을 친 것이다. 이미 벌렁벌렁한 마음은 쉽게 진정이 어려웠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왔어도 이랬을까? 잘 모르겠다. 편안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즐거운 일도, 변수도 많은 유럽 여행에서도 똑같은 꿈을 꾸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더 끔찍하지 않을까?


바르셀로나의 호스텔 침대에 누워있는 이 심신 미약자는, 빠르게 달아나는 행복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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