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운명일까?
3시간 정도를 날아, 이스탄불 사비하공항에 도착했다. 저녁 8시쯤이 되었던 것 같은데, 낯선 나라의 입국장 밖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니 얼떨떨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문을 나서니, 바로 앞에 그가 서있었다. "여어- 히사시부리" 하고 웃었더니, "히사시부리데스"라고 대답하고 킥킥 웃으며 나를 안았다. 열흘 만에 본 그 는, 일을 마치고 와서 그런지 조금은 피곤해 보였지만 여전히 반짝반짝했다.
그는 내 짐을 가져간 뒤, 약간의 금액이 충전되어 있는 빨간색 이스탄불 카드(티머니 같은 교통카드)를 쥐어줬다. 터키에 도착하기 전 터키 인사말과, 기본적인 예절에 대한 글을 읽었다. 이슬람 종교인이 많기 때문에 노출이 많은 옷은 지양하고, 밖에서 스킨십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던데 덥석 손을 잡는 그 사람에게 "이래도 괜찮은 거야?"라고 했더니 "뭐가?"라고 아무렇지 않은 반응이길래,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얘기를 했더니 "응 완전 괜찮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하며 손을 더 꼭 잡았다.
집과 역 사이에 있는 식당에서 탄투니(터키식 샌드위치)와 아이란(요거트 음료)를 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세 번을 만난 낯선 외국인을 따라 걷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선한 사람의 탈을 쓴 거면 어떡하지? 뭘 어떡해? 이미 왔는데. 그것 또한 내 운명이겠지. 아니 근데, 반대로 내가 어떤 사람일 줄 알고 자기 집에 나를 들이는 거지?
걱정이 무색하게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30초에 한 번씩 춥지는 않은지, 목마르진 않은지, 필요한 건 없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 저녁 그에게 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일 줄 알고 집으로 오라고 했어? 범죄자이거나, 니 물건을 훔쳐서 도망가면 어쩌려고."
그가 대답했다. "좋은 질문이야. 나는 위험한 기운을 가진 사람을 알아보는 힘이 있어. 너는 절대 범죄를 저지를 인간이 아니야. 그러는 너는, 나를 어떻게 믿고 왔어? 생각해 보면 니가 더 위험한 상황 아니야?"
맞다. 나보다 힘도 훨씬 세고 키도 크고, 거기다 말도 잘 안 통하는 그의 바운더리에서 그가 갑자기 나쁜 마음을 먹고 내 짐과 휴대폰까지 갈취해 간다면 나는 거지꼴로 영사관을 찾아 헤매야 할 것이다.
무모한 생각이었을지 모르나 나 또한 그에게서 어떤 위험도 감지하지 못했고, 왠지 커다란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왔지만 길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나도 니가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란 건 느낌으로 알 수 있었어"
일주일을 계획했던 이스탄불 여행이 결국 3주가 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