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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드 Aug 30. 2024

1. 서른 다섯 미혼에 잃은 서른 살 남친

청천벽력보다 무서운 어린 연인과의 사별


'에휴.. 얼마나 슬퍼 그래. 근데..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안 해서 다행이야'

그의 장례식에서 한 지인이 나에게 말했다.


 무슨 뜻인지도, 나를 위해 한 말인 것도 너무너무 잘 알았지만, 결혼을 안 해서 서러운 일이 많았던 그 당시엔 그 말이 마냥 고맙지만은 않았다.


 서른이 갓 되었던 남자친구는 오토바이를 좋아했는데, 바람을 맞으면 시원하고 탁 트이는 기분이라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항상 천천히 조심히 다녀라 운전 조심히 해라 귀에 딱지가 앉게 잔소리를 하고 알겠다는 대답도 꼬박꼬박 들었지만 마음 한편이 언제나 쪼그라들었고 불안했다. 겁이 많은 나를 태울 땐 천천히 달렸지만, 혼자 탈 때는 빠르게 다닐 것 같아서.


 오토바이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탔지만 여태 사고 한 번 없었던 무사고 운전자였다. 확신에 확신이 없는 것은 장담하는 일이 없던 그는, '내 과실로 사고는 절대 안 난다'며 걱정 말라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그 말은 정말 맞았다. 자기 신호에 가고 있던 중에, 불법유턴하던 차량에 부딪혀 일생일대 최악의 사고가 나고 말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카톡 메시지를 하고 통화도 했던 사람이 갑자기 뇌사라는데 믿기지도 않았고, 믿고 싶지 않았다. 손이 벌벌 떨리고 제대로 된 사고도 할 수 없는 와중에,  중환자실 면회 기회가 오면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간신히 정신줄을 잡았다.

 그 이후 조금은 정신이 차려졌을 땐, 여러 사람에게 그리고 다양하게 화가 치밀었다. 35년을 넘게 살며 이처럼 긴 시간동안 명치부터 장까지 새까맣게 타오르는 느낌에 머리가 띵할 정도로 화가 났던 순간들이 없었다.


 억울하고 화가 나고 슬프고 그리웠다. 나쁜 짓 안 하고, 바르고 선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나였는데.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아기를 둘씩이나 낳고 행복하게 사는 마당에 나는 삼십 대 중반에 오래 만난 애인과 끔찍한 이별을 하고도,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앓아눕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위치의 미혼녀 1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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