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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디즈 Sep 16. 2019

IT와 농산물 유통업이 만나
아일랜드박스로

농산물 유통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제주도의 한 스타트업

귤은 겨울이 제철인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따뜻한 이불 안에서 까먹는 귤은 사탕보다 달았으니까요. 그런데 실제 하우스 감귤의 제철은 8, 9월이었다는 사실을 아일랜드박스 프로젝트를 통해 알았습니다. 


제주에서는 귤을 비롯해 천혜향, 한라봉 등 각종 감귤류가 생산됩니다. 과일마다 가장 맛있는 제철이 다르고, 제철에 맞게 먹어야만 적당히 상큼하고 단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트에서 사먹었던 한라봉이 왜 그렇게 밍밍했는지도 아일랜드박스 프로젝트를 통해 알았습니다.




제주에서 먹은 한라봉과

마트에서 산 한라봉의 맛이 다른 이유


'한라봉이 제철이래서 사먹었는데 영 맛이 없네.' 마트에서 제철 과일을 사서 맛봤지만 생각보다 달콤하지 않아 실망하셨던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유통업체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철보다 이른 시기에 과일을 수확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박스는 제주도의 제철 신선 식품 사전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쉽게 말해 과일을 제철에 맞게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수산물 유통 시장은 소비자나 생산자보다 유통 업체의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제철 상품을 구입할 기회가 많지 않고, 생산자는 수확한 상품의 품질이 좋아도 더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왼쪽 : 전진호 메이커, 오른쪽 : 박용순 메이커


과일가게의 주인과 고객으로 

처음 만난 공동 창업자


아일랜드박스의 전진호, 박용순 메이커는 과일가게의 주인과 고객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박용순 메이커는 삼성전자, 노키아에서 근무하여 IT 업계에서 얻는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의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었죠. 보다 안락한 생활을 위해 제주로 이주한 후에도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당한 사업을 찾던 중 전진호 메이커를 만난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께 드릴 시지 않고 당도 높은 귤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고객이었어요. 그때 가게의 주인은 품종별로 맛이 좋은 제철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좋은 품질의 귤을 보내주었죠. 소비자로서 저와 제 가족이 겪은 이런 경험이 환상적이었고, 이를 토대로 구상한 사업의 주변 반응이 좋았어요. 또 최근 들어 도시에 계신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저희 서비스에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큼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전진호 메이커는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온 아내와 건강한 인생의 후반기를 꿈꾸며 2015년 제주도로 이주했습니다. 제주에서 중년의 이주민이 잘 자리 잡기 위해서는 펜션이나 카페처럼 유행을 타고 경쟁이 심한 영역이 아닌, 안정된 시장이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온오프라인을 함께 운영했던 자동차용품 유통업 경험을 살려 과일 유통 사업을 선택했지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전, 현지 시장을 이해하고 사업에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제주시에 있는 대형 마트 청과 부서에 들어가 말단부터 시작했습니다. 


"과일은 식당의 음식과 같아서 맛있고 믿을 수 있는 가게에서 꾸준히 구매합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그전에 믿음이 가던 한 곳에서만 과일을 구매했어요. 즉, 고객에게 주는 신뢰가 바로 매출로 직결됩니다. 최근에는 가격보다 품질에 보다 초점을 두는 고객이 늘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현재 곱은과일 (아일랜드박스의 오프라인매장) 은 전화와 문자로 주문하시는 단골 고객의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귤이 다른 이유


아일랜드박스의 주요 제품은 귤입니다. 겉모습만 봤을 때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지요. 차이점은 단 하나. 아일랜드박스의 귤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과일 유통의 문제점, 제철에 잘 고른 맛있는 과일, 창업자들의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진 이야기까지. 이 스토리에 공감하고 더 높은 품질의 먹거리를 기대하는 소비자가 마트에 파는 귤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끔 만드는 것이 아일랜드박스의 비즈니스모델의 관건이었습니다. 


이들의 스토리를 자세히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와디즈였습니다. 한 번의 펀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기도 했죠. 사전 구매 성격을 띠는 리워드 펀딩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상호 신뢰가 있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아일랜드박스의 성격과도 일치했습니다. 


그리하여 아일랜드박스는 2018년 12월, 와디즈에서 첫 펀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이후 2019년 8월까지 6차례의 프로젝트를 오픈했고 총 2억 6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습니다. 





아일랜드박스의 펀딩 이야기



스토리를 보니 과일의 제철을 계절이 아닌 월로 나누시더라고요. 심지어 귤의 제철은 겨울이 아닌 8, 9월이었고요.


좋은 식품, 맛있는 음식을 먹기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보통의 소비자들은 수많은 식품들의 가장 맛있는 제철을 알기 어렵습니다. 또 겉모양 만으로 진짜 맛있는 과일, 채소, 생선 같은 신선 식품을 골라 먹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박용순 메이커님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최첨단 기술이 매일같이 등장하는 IT 분야의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시다 전통 산업 분야인 농수산물 유통에 도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셨을 텐데요.


저는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외국 기업인 노키아에서 근무하면서 국내외 IT 업계를 꽤 오랫동안 경험했습니다. 다이내믹한 IT 업계도 재미있었지만 이 시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영역에서 창업한다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술 분야로 창업을 했다가, 두 번째는 아시아의 에어비앤비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숙박 공유 플랫폼으로 창업을 했죠. 


이번 농수산물 유통 스타트업 역시 IT와 동떨어져있지 않습니다. 기존의 유통 서비스업에 인공 지능, 데이터 분석 같은 정보 기술과 감성적인 사용자 경험을 융합한 '스마트 농수산물 유통' 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일랜드박스의 목표입니다.




전진호 메이커님은 마트의 말단 직원으로 일을 시작해 1년 만에 매출을 월 3천만 원에서 1억 2천만 원으로 키우며 팀장으로 진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시골 마트에서 과일은 주된 매출원이 아니었어요. 기존 과일 매출과 잠재 수요를 분석한 결과, 지역 내 소비자는 제사나 사찰 의식에 필요한 과일의 수요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격에 덜 민감하고 좋은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수용 과일을 집중 공략해 주변 마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큼직하고 예쁜 고급 과일들을 구비해두었더니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는 고객까지 생겼습니다. 


또한 기존에 매출이 거의 없던 여행객을 대상으로 과일 택배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마지막 날 번거롭고 급하게 기념품을 사던 여행객에게 '마트에서 쇼핑하고 택배로 보내면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으로 갈 수 있다'는 서비스의 장점을 부각했죠. 덕분에 매출이 급신장했습니다.




‘제철과일’이라고 해봤자 여름에는 복숭아, 겨울에는 귤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아일랜드박스의 스토리를 보면서 과일의 진짜 제철을 알게 된 기분이랄까요? 그런데 제철에만 수확할 수 있는 귤의 수가 충분한가요? 모자라서 내 차례가 안 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1년 동안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귤 품종의 규모를 모두 합치면 금액으로 했을 때 9천억 원에서 1조 원입니다. 이중 6-7천억 원이 육지 시장으로 팔리고요. 저희가 목표로 하는 상위 10% 이내의 고급 상품 규모는 어림잡아도 600억 원 규모입니다. 이만큼 큰 규모의 시장에서 생산량을 걱정한다면 아일랜드박스가 이미 거대한 대기업이 되어 있었겠죠. (웃음)






다행이에요. 제가 먹을 과일은 넉넉하겠습니다. 퀄리티 컨트롤은 어떻게 하시나요?


품질 관리는 서귀포 위미농협과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됩니다. 위미농협은 제주도 내 최대의 감귤 단위 농협인데요, 수확 전에 수시로 당도를 측정하며 품질을 관리하고 있어 저희에게 품질이 우수한 농가들을 추천해줍니다. 또한 만감류의 자동 당도 선별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보다 높은 품질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기한 점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제주도민이 선호하는 귤 맛과 도시인이 선호하는 귤 맛이 조금 다릅니다. 저희는 그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추천받은 농장을 방문해 농장 안의 위치별, 과일 크기별 샘플을 직접 맛보고 가장 맛이 좋다고 생각하는 농장의 과일을 구매합니다.  




첫 번째, 두 번째 펀딩의 서포터 분들의 재 펀딩률이 높습니다. 후기도 아주 좋고요. 펀딩 금액도 금액이지만 좋은 반응을 보실 때마다 힘이 날 듯합니다. 펀딩의 결과는 만족스러우신 편이었나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핵심 성과 지표 (KPI)가 바로 재구매율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재 펀딩률이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연속해서 펀딩 해주시는 서포터 분들의 기대를 어떻게 계속 만족시켜드릴까에 대한 부담과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고요. 




아일랜드박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제주 내 다른 과일을 활용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갈 수도 있고, 과일이 아닌 농산물에도 적용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아일랜드박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브랜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당분간은 아일랜드박스를 제철 제주 귤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와디즈를 통한 개별 품종 펀딩뿐 아니라 한 번 주문하면 여러 품종을 제철마다 보내드리는 연간 구독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요. 단체 선물용, VIP 고객 관리용 B2B 상품 등 귤과 귤을 응용한 상품 만으로도 1년 간의 사업 로드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보 기술을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우리나라 1차 산업에서도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후 비즈니스가 자리 잡으면 귤 이외의 상품도 추가할 수 있을 거고요. 아일랜드박스가 제주 내에서 확실히 포지셔닝을 한 후에 전국 규모의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제주와 달리 다른 지역은 자기 고장 상품 만으로 1년 내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각 지역별로 파트너를 발굴하고, 생산자와 판매자가 협업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서 전문가의 검증을 마친 가장 맛있는 전국의 특산물을 1년 내내 구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수확기 내내 상시로 판매하고 배송하는 다른 유통 서비스들과 달리 1년에 단 한번, 제철에 맞게 맛볼 수 있는 별미를 보내드리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일랜드박스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아일랜드박스 <6차 앵콜, 초고당도만 선별한 하우스감귤> 프로젝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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