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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범 Jun 30. 2024

뭐 했다고 10년이 지났을까

'누군가에게 주제넘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과거 브런치라는 채널이 처음 나왔을 즈음, 이거다 싶은 마음이었다.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직무를 소화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시간 속에서 뚜렷하게 나보다 앞서나가고 있는 선배들이 주변에 없어 질문할 사람을 찾기보단 스스로 해나가 보기로 했다. 그것이 브런치에 내가 비즈니스를 하면서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기록하게 된 결심의 맥락이었다.


일종의 나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는 2021년에 멈춰있다. 한 때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기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글쓰기 과제까지 주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나는 무언가 기록을 남긴다는 것에 대해서 어려운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주제넘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정확히는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두려워진 것 같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내가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단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상징도 있지만, 그보단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생각들이 있다. 조심스럽게 그 내용을 공유해본다.


뭐 했다고 10년이 지났을까.



첫째, 나는 10년간 언제든 다시 작은 조직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나는 작은 스타트업에 몸담는 행위를 '일을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다면 스타트업은 그다지 좋은 시작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이유가 있다. 스타트업, 아니 이것도 너무 거창하다. 작은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나를 입증하고 싶은 사람들의 무대이다. 사람이 많을수록 나를 입증할 기회는 부족하다. 작은 조직일수록 나의 기여가 곧 조직과 회사의 성장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가 생기면 결국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 그것이 최소 1명의 동료와 함께하는 팀일지라도. 작은 회사의 장점은 내가 입증하고자 한다면, 유연하게 팀을 이룰 수 있다. 조직도 상에 반영하는 오피셜 한 팀 구성이 아닐지라도, 눈앞의 새로운 과제가 놓였을 때 이 일을 누구와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운이 좋게도 실무자에서 영업총괄이사라는 직책으로 일할 기회를 부여받아 조금 더 주도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영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겸직으로 총괄해 왔다. 그때마다 해야 하는 일의 첫 시작은 팀을 만드는 일이었다. 


성수에 와디즈 플래그십스토어인 공간 와디즈를 만들 때도 오프라인 사업엔 1도 지식이 없는 내게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팀빌딩이었다. 플랫폼에서 광고라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된 상황에서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시작을 할 때도 역시 팀빌딩이 그 시작이었다. 기존에 구성되어 있던 팀의 결과가 아쉬운 상황에서는 팀을 재편하는 일도 하게 되었다. 내 의도일 때도 있었고, 나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이었지만 팀을 리빌딩해야 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늘 지표 성장을 위해 달려야 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수 없이 생기는 스타트업 와디즈에서 나 역시 수많은 팀빌딩을 해왔다.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결국 내게 남은 것은 '언제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힘'이다. 나는 적어도 소수의 구성원(그것이 나 혼자 시작해야 하는 것일지라도)으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다. 



둘째, 10년이 지나 보니 멋진 어른이 되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늘 관계를 맺게 된다. 가깝게는 내가 리더인 울타리에 있는 동료들과 관계를 하기도 하고 함께 일해야 하는 내외부 관계자들이 정말 많다.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하면서 이따금, '아, 저 사람 참 멋진 분이다'라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그 사람만이 가진 힘이 느껴지고, 주변 모두가 그를 따르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일종의 '격'이 다른 사람이다. (이번에도) 운이 좋게도 수많은 사람들의 리더로 역할을 해온 나는 내가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길 바랐고 그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함께 성장해 나가고, 좋은 동료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제법 능통하다 싶기도 하지만 과연 내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격'이라는 것을 내재화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도 있겠지만 그렇기엔 정말 너무 부족한 점이 많다.


지나고 보니 주제넘은 피드백을 했던 경우가 허다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는 동료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성과가 안나는 사람들을 품으며 진정한 동기부여를 했던 적이 내겐 있었나?라는 자책이 마음이 더 크다. 상대적으로 큰 조직을 해왔고 수십 명의 리더로 역할을 해오며 과했던 순간이 너무나도 많았다. 


착한 사람, 사람 냄새나는 사람. 난 단순히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절제하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끌어가고 품을 수 있는 격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다음 10년이 지났을 때 나는 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수 있을까. 



꾸준함이라는 것은 내가 특출 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형성된 강점이다. 어쩌다 보니 10년이 지났는데 오히려 리셋된 느낌도 든다. 지금부터의 10년이 지난 후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지금보다는 좋은 영향을 미치는 어른이 되어있길 바란다.

더불어 나와 함께한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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