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아니었다면 역시 할 수 없었다
정의를 한다는 것의 힘은 대단하다. 그것 자체로 믿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정의를 꼭 해보길 권한다. 내가 무얼 잘한다는 정의를 하게 되면 실제 그것을 나 스스로가 믿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적당히 할 줄 아는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이 무언지에 대해서 사실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바로 '팀을 이루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을 잘한다는 것'. 추상적이지만 스스로에게도 관대할 필요가 있다. 10년간 수많은 사람들과 많은 경험을 함께 해왔는데 이걸 못한다면 나 자신을 부정해 버리게 되는 셈일지도 모른다. '팀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줄 안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나에게 진짜로 잘하길 바라는 기대치일 것이다.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것도 두 개의 각각 다른 브랜드를 동시에 론칭했다. 한 번도 브랜드를 론칭해 본 경험이 없는데, 생명체와도 같은 브랜드를 하나도 아닌 두 개를 만들었다니 아주 일반적이진 않은 것 같다. 더군다나 한 팀이 모두 달라붙어 매일같이 두 개의 자아를 가지며 두 개의 브랜드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팀원들에게 불어넣으며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론칭을 준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스스로에 물었다.
도대체 왜 브랜드를 하려고 하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싶었다. 적지 않은 결과를 지난 10년간 이루어냈지만 그 끝은 '부족했다'로 끝이 났다. 내가 리더의 역할을 하며 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부족했고 결과적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귀결되었다. 더 이상 내가 역할을 하지 않아도, 그리고 내 역할이 다 했다고 생각하니 나의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적어도 내가 속해 있는 이 조직에서 내가 해온 일이 아닌, 그간 해내지 못했던 도전을 통해서 '또 한 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브랜드였다. 적어도 와디즈 안에서는 팀을 이루어 브랜드를 론칭시킨 케이스가 없었으니까. 어쩌면 나의 오기로부터 시작된 것이 가장 큰 게 사실이다. 새로 팀을 구성하고 이 얘기를 팀원들에게 했을 때 패기 넘치는 신입 멤버가 한 마디 했다. '이유가 조금 실망스러운데요...' 마음 한 구석에서는 너무 솔직했나 싶기도 했고 또 한 구석에서는 브랜드를 한다는 것을 꼭 멋진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 싶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3월부터 나의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는 구성원들을 새롭게 채용하여 팀빌딩을 시작했고 이들은 지금 너무도 주도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내가고 있다. 이들과 함께 만든 브랜드는 사실 결과물일 뿐. 나의 생각이 깃든 팀을 이끌어가는 방식과 각 구성원들의 장점과 다양한 순간들이 모여 '브랜드라는 것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지켜낼 수 있었다. 시작은 나의 오기로부터 시작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팀을 꾸려나가며 이 안에서 팀원들과 지지고 볶으며 무언가를 탄생시켰다는 것은 꽤나 자랑스러울만한 경험이라 생각된다.
둘째. 새로운 영역에 에너지를 쏟고 싶었다. 다시 말하지만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저 대상으로 삼았을 뿐이었다. 내가 쌓아온 나의 역량을 다시 한번 제로투원 해야 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 10년 간의 나의 일을 돌이켜보면 대부분이 '타인의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좀 더 쉽게 말하면 남의 일에 기여하는 것 외에도 나의 일을 하고 싶었다. 망해도 내가 망하고 잘되도 내가 잘되는 그런 경험을 말이다. 누군가의 예전 그 말처럼, 동해바다에서 물고기 그만 잡고 대서양, 인도양, 지중해라 나가서 물고기를 잡고 싶었다. 바다에 둥둥 떠있는 모양새는 같을지라도 잡히는 물고기는 다 다를 테니 쓰이는 에너지도 다를 것. 브랜드라는 것을 대상으로 삼아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또 몰입하며 달려온 시간들은 지난 10년간 쌓아온 시간들 못지않게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이제 이쯤 되니 왜 브랜드를 하려고 하는가? 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돈다. 결론은... '나도 모른다'. 난 모르는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순간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의 연속이었다. 하다 보면 다 배우게 된다. 하다 보면 다 알게 된다. 그것을 얼마나 나와 우리 팀의 역량으로 바꿔 놓느냐가 실력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있다면 지금 해나갈 브랜드들도 쌓아온 좋은 인연들로부터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기도 할 것이고 브랜드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 기대도 된다. 너무 낙관적이었나. 맞다. 망할지도 모른다. 10년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간 브랜드를 한 두 번 본 내가 아니다. 내가 한다고 잘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
그냥 브랜드를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첫 제품 한 번 냈을 뿐인데 뭐 그리고 호들갑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가 하느냐, 누구와 함께 하느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치가 너무나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난 하루하루를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처럼 최상의 정신력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 개인에게 이렇게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느껴지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늘 시간이 부족하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 그래서 그 일을 왜 하려고 하는가? 앞으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도 계속 더해 나갈 것이다.
(안 궁금하겠지만) 어떤 브랜드를 만들었는지 소개합니다.
1st Brand
- Brand name : mot_o_mo_nt / 모토몬트(클릭)
- Slogan : 피부에 위안을, 순간에 환기를
- Category : 뷰티
- first product : 페이셜 미스트
- main efficacy : 메이크업 지속을 돕는 유수분 밸런스 최적화 미스트
- launching channel : wadiz
- pre-open : 2024/09/10 ~ 2024/10/02
- start date of sales : 2024/10/02 ~
2nd Brand
- Brand name : sentens / 센텐스 (클릭)
- Slogan : 읽는 순간을 우아하게
- Category : eyewear
- first product : Windsor Rim series 2-type model
- material : beta-titanium, steel, acetate
- launching channel : wadiz
- pre-open : 2024/09/12 ~ 2024/10/04
- start date of sales : 2024/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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