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종영

끊어진 이야기와 남아버린 사람들

by 임일규

-아침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외출복을 검은색으로 갈아입었다. 
급작스러운 부고는 자주 부르던 이름을 마치 처음 듣는 글자처럼 낯설게 만들었다. 모르는 이름인 듯, 혹은 잘못 들은 것을 확신하며 여러 번 되물어도 몇 번이고 같은 이름이 되돌아온다. 

어릴 때부터 가까이 지내던 사촌동생이다. 성별이 달라 그런지, 사는 지역이 달라 그런지 나이가 먹으며 자연스레 거리감이 생겼다. 하지만 녀석은 너무 멀어지지 않게 몇 달에 한 번씩은 내 눈앞에 있었다. 아산에 오면 꼭 연락을 줘서 커피 한잔하면서 근황을 나누곤 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르바이트하는 이야기.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어릴 때 추억 이야기. 가족 이야기. 돈 모아서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수많은 에피소드를 미리 엿볼 수 있었으나 녀석의 드라마는 허탈하게 조기종영했다. 그 많던 예고편은 하나도 진행되지 못했다.


예정과 다르게 끊어진 이야기는 부자연스러운 여백을 이룬다. 그 여백은 남아있는 자들의 한숨으로 채워진다. 아쉬움, 미안함, 허망함, 분노, 원망. 각기 다른 모양의 한숨들이 뒤섞여 무거운 공기를 만든다.


조문객이 없는 시간에 녀석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본다. 검은색 화면의 부고를 마지막으로 채운 피드. 미쳐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게시물을 하나씩 보며 뒤늦은 하트를 누르는 못난 손가락.


언제쯤 난 제때 충분한 마음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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