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남짓 살아오며, 십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였다. 한 번의 이직을 하였고, 현재의 직장에서 10주년을 맞이하였다. 그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보고, 듣고, 경험하였다. 자연스레 만나는 모든 이들을 나의 상황에 빗대어 비교해보았다. 잘난 사람을 알게 되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많이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반대로 나보다 좀 안되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우쭐대기도 하였고, 오만해지기도 하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들쑥날쑥한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였고, 평가에 따라 내 기분도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난 아래의 선언이후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지난해 이맘때 즈음이었다.
"나는 큰 부자가 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그때 가서 급하게 부자처럼 굴려고 이것저것 챙기고, 격 떨어지게 행동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자."
선언 이후, 실제로 난 부자가 될 준비를 시작했다. 근본적인 두가지 질문에서 시작했다.
어떻게 벌어서 부자가 되지?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나의 능력/경험치는 어느 정도 인가? 자기평가에서 시작하자.
나름 좋은 트랙을 밟으며 흔치 않게 업계 경쟁자들과 비교해보아도 큰 프로젝트들을 많이 경험하였다. 십수 년간 한우물을 팠으니, 업계 전문가라는 호칭이 어색하지는 않을 정도이다. 말단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성장하였고, 머지않은 시점에 중요한 승진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지금 하는 일로 성공한다는 전제에서 의미가 있는 배경이다. 직장생활로는 큰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러니 큰 의미가 있는 경력은 아니다. 뭐든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의 경험치는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보조전력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다시 처음부터 생각하니, 이 첫 번째 질문에 답을 당장 할 수가 없다. 그러면, 계속 고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관찰하며 내가 잘할 수 있는/그리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일단 이 정도로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어떻게 일상을 보내지?
물론 열심히 일하고 창의적이며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니, 차치하도록 한다.
그 외의 생활습관을 보니, 물론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루틴 (Routine) 이 확실하다. 몇 시에 일어나고, 책을 읽어나 메모를 하고, 출근하고 점심에 짧게나마 운동을 하고, 한 끼 정도는 샐러드를 먹고, 퇴근하면 다소 과격한 운동을 즐기며, 와중에 가족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낸다. 모두가 미라클모닝은 아니지만, 대부분 의미 있는 아침시간을 보낸다.
키워드로 뽑아보니, 크게 건강과 가족, 그리고 부지런함 정도인 것 같다.
책이나, 메모 등은 워낙에 취미가 없는지라, 다음 단계에서 시도해 보고자 의도적으로 배제해본다.
A. 일단 건강한 몸을 만들어 놓자.
생각하고 여러 옵션을 고민하다가, 혼자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인 달리기를 선택했다. 그냥 달렸다. 일과를 마치고 해가 지면 한강에 나가서 달렸다. 대략 3/4월 즈음부터 달리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약 10개월을 평균 주 4회 정도 달리고 있다. 달리며 생겨나는 기록/거리 욕심에 두 번의 하프마라톤도 성공하였다. 2020년은 약 900킬로를 달렸고, 2021년은 1,000킬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운동하는 습관을 가졌고,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더 나아가, 이른 시간을 활용하는 성공한 부자들을 보며 달리는 시간을 오전으로 변경하였다. 건강한 안색과 체형도 은근히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미라클모닝을 적어도 흉내는 낸다고 할 수 있겠다.
B. 술을 끊자.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도 다양해서, 가장 단순하지만 확실한,
"아내가 싫어하는 일을 안 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기로 했다. 온 가족이 술을 즐기지 않는 가정에서 성장한 아내는, 술을 좋아하고 종종 자제력을 잃어버리는 남편을 전부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늘 조금이라도 더 마셔보려는 나는 늘 아내와 실랑이를 하였고, 음주 전후로 크고 작은 다툼이 늘 생겨났다.
술을 끊어보자. 나에겐 워낙 엄청난 일이기에, 완벽한 정당화가 필요했다.
- 아내는 무조건 좋아할 거야. 물론 아이들도.
- 사실 달리기 시작하며 마침 저녁에 마시던 맥주 한 두 캔이 부담스러워. 뛸 때 힘들어.
- 코로나라 어차피 회식도 없어졌고, 거절할 수 있는 좋은 시기야.
- 요새 들어 점점 건망증이 생기는 것 같아. 끊으면, 좋아질 거야.
정리해보니, 여러모로 부자의 루틴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끊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절주는, 현재 일 년정도 무사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예상했던 바와 같이 가족은 전보다 훨씬 화목해졌다. 우리 부부는 다툴일이 없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1. 부지런인 아침운동, 2. 절주, 이 두 가지로도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겠다.
이제 상상해본다. 성공한 나를 찾아온 기자와 인터뷰를 시작한다.
"아침에는 되도록이면 달리려고 해요. 컨디션에 따라, 5~10K 정도를 달리지요. 달리다 보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게 되고 하루의 일과가 머릿속에 정리되죠. 사실 상당수의 새로운 아이디어도, 이 시간에 달리며 떠오른 것이랍니다. 꾸준히 달린다는 것은 물리적인 운동 이 외의 많은 생활에 영향을 줍니다. 정신적으로도 내일의 러닝을 위해 준비하게 되지요. 나의 오전 러닝은 제 삶의 고정핀과도 같아요. 흐트러질 수도 있는 일과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술은 즐겨하지는 않아요. 여행을 간다던지,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할 때 한두 잔 즐기지만 상황에 떠밀려 술을 마시지는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저는 누군가 술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조심하는 그런 관계라고 할까요? 제가 좋아하는 술이 저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받기를 원하지 않아요. 반대로 칭찬을 받았으면 하지요. 그렇게 의도적으로 조심하며 술을 멀리하다 보니, 낙이 없을 것 같지요? 신기하게도 오히려 소소하지만 다양한 즐거움들을 많이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커피는 하루에 두 잔 정도 마시는 편입니다. 청량감을 느끼고 싶을 때는 탄산수를 즐기지요. 냉장고에는 늘 탄산수가 가득합니다. 가끔 마시는 포도주스도 뒷목이 짜릿할 만큼 달고 맛있고, 사이다는 말할 것도 없고요."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조금씩 부자가 되어도 부끄럽지 않은 일과를 갖춰가고 있는 것 같다. 뭐가 또 있을지 찾아보고, 하나씩 더 추가해야지.
이제, 부자만 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