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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뇽스 Aug 12. 2021

한국 국가대표선수들에게 일본 브랜드를 입혀야만 합니까?

벌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도쿄올림픽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코로나로 인한 연기 그리고 취소 가능성이 막판까지 제기되었던 대회이기에, "그간 선수들의 마음고생은 어땠을까?" 다소 결연한 마음으로 중계를 지켜보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을 대표해준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여자배구는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으며, 모든 선수들이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팬덤을 형성하였다. 극적인 한일전과 8강 터키전의 승리. 비록 최상위 팀들에 전력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메달 획득에 실패하였지만, 여자배구는 우리에게 도쿄올림픽 최애 종목 중 하나였다. 바로 그 여자배구,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복 후원사가 일본의 대표 브랜드인 아식스이다. 연일 미디어를 장식하는 대표팀의 이미지에는 어김없이 후원사인 아식스의 로고가 노출되었다. 대표팀의 긍정적인 행보와 맞물려, 아식스의 국대에서의 이미지는 상승효과를 보았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인지도 (Awareness) 및 호감도 (Preference)를 추적하여 조사해 보야야 하겠지만, 좋은 성적과 선수들의 호감 이미지는 후원 브랜드와 긍정적인 연상 가치 (Association Value)를 생성한다는 것은 정설이다. 아식스는 반일감정으로 부진했던 국내 시장에서의 돌파구를 찾은 듯 보인다. 올림픽 이후에도 배구협회와의 계약관계에 기초하여 대표선수들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일본 브랜드를 입고 경기한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야구 (데상트)과 배드민턴 (요넥스)가 있다. 성적이 받쳐주지 않았기에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야구협회와 배드민턴 협회도 일본 브랜드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으며 유니폼 착용과 로고 노출이 주요 계약조건 중 하나이다.



화려한 올림픽 중계의 이면의, 대한민국 개별종목 협회들의 재정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축구와 같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종목, 그리고 양궁과 같이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메달 종목, 대기업 총수의 관심을 받아 지원을 받는 종목들을 제외하면,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의 지원금을 십시일반 하여 협회를 운영하여야 한다. 배구협회도 비인기 종목으로서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원사의 관심과 지원은 상상 이상의 재정적 여유를 제공한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왜 대한민국 국가대표에게 일본 브랜드의 유니폼을 입혀야만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편협한 것인가? 우리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고, 시장의 논리에 신념을 개입시키는 사고는 비합리적인 것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휘몰아쳤지만, 아직도 완벽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스포츠 스폰서십 분야에서 10여 년을 넘게 일하고 있는 전문가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드시 로고 유니폼 착용을 주요 권리사항으로 포함해야만 했는가? 반일과 혐한이 고조되어 있는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그것도 도쿄올림픽에서..


의류를 포함한 용품 후원사의 입장에서 유니폼 착용과 로고 노출은 당연한 권리사항이다. 하지만 이는 후원사 브랜드의 입장이다. 협회는 충분히 협상하여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스폰서십과 권리사항에 있어, 선례는 존재하지만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한일관계는 특수하며 자칫하면 브랜드에 대한 불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체할 수 있는 권리사항들을 충분히 협의하고 제안할 수 있다. 후원사도 선수가 의도적으로 유니폼 혹은 신발의 로고에 테이핑을 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돌발행동을 원치 않을 것이다. 양측에게 리스크가 존재한다면, 협의하여 절충안을 찾으면 된다.


국가대표는 국민의 대표로서 국제대회에서 경쟁한다. 태극마크를 달게 되는 순간 모든 행동들이 국가의 이미지와 직결될 수 있음을 의식하고 처신에 각별한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를 지원하는 협회는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국민정서에 반하지 않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용품과 유니폼도 중요한 일부분이다. 용품과 유니폼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후원사 브랜드의 이미지와 명성도 같은 비중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만약 대한축구협회가 일본 브랜드의 유니폼을 모든 국제대회에서 착용한다고 결정하면 어떻게 될까?


후폭풍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인기 종목이 국민정서에 반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결정은 비인기 종목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관심 밖이라고 하여 부담 없이 의사 결정하고, 국민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호소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대한체육회와 산하 경기단체들이 후원사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하고, 정밀한 접근을 할 것을 소망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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