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난히 많은 행정업무를 처리하게 되어 다양한 기관들을 방문하였다. 여러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담당자들과 대화하였다. 통화까지 포함하면 그 빈도는 훨씬 더 많았다.
그 과정 속에서 유난히 불편했던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다.
첫째, 나의 직업은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다.
둘째, 나는 남들보다 학예가 뛰어나서, "선생"이라는 호칭을 받을만한 내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셋째, 단순 호칭이라고 하여도, 많은 경우 높임을 받을만한 나이나 직위에 있지도 않다.
넷째, 적어도 해당부서 절반 이상의 공무원들은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로 보였다.
공공기관의 일괄적 "선생님"호칭의 연유를 지레짐작해 보자면, 아마도 아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며 정착한 호칭일 것이다.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 학생, 등등 개별 호칭들이 대부분의 경우 들어맞았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던 경우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아가씨에게 아줌마라고 했다던지, 아줌마에게 할머니라고 했다던지, 어렵지 않게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매뉴얼을 정해 '몇 살 정도로 보이면 아줌마, 그 이상은 할머니,..'와 같이 호칭을 정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여러 복잡한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베팅은 아래의 조건을 충족하는 호칭을 정하는 것이었을 듯하다.
-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불리고 싶은 (원하는)
- 적어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을만한 (좋아하는)
-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할 가능성이 낮은 (안전한)
애매한 호칭 고민으로 업무력을 낭비하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작은 소란조차 부담스러운 공공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안전하고 괜찮은 호칭이다.
선생님.
사용하는 사람들의 효율성과 편의의 시각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나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나는 그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생활 깊숙이 AI와 더욱 친밀해지고 있는 시대에서, 오래 지속되지 않을 불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AI가 많은 영역을 대체한다면 "내가 왜 선생님이지?" "나는 어떻게 불러야 하지?" "언제부터 다 선생님이지?"와 같은, 고민 따위는 없어도 될 것이다. 조금씩 대체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또 씁쓸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지금의 불평과 고민이, 그리운 과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또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언제부터인가 AI가 더욱 편하게 느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