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유학시절, 토론 위주의 수업 형태가 너무도 낯설었다. 모국어로 진행되어도 부담스러운 수업들을 모두 영어로 2년간 해야 한다니. 첫 수업이 끝나고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등록을 취소하면, 등록금을 전부 허비하지는 않을 테니, 돌아가서 동기들처럼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까?"
같은 고민은 한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고민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급 반전된 시점이 있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 생각해보니 영어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 날이었다. 신기하게도 극도로 힘들었던 반년 간 반복된 고민들은 사라지고, 그 날을 계기로 설렘, 모험심 그리고 도전의식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샘솟았다. 수업에도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고, 자연스레 의견도 표현하였다. 과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고, 대학원 동기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었다. 나의 유학생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무엇인가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관련된 꿈을 꾼다. 중요한 PT를 앞두고 밤을 새우며 준비할 때도. 어김없이 꿈속의 나는 그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긴장하고 준비하던 일이 꿈에서도 생생할 때면, 눈을 뜨고 생각한다.
"준비가 꽤 잘 되고 있구나. 잘 될 것 같아."
얼마 전, 꿈에서도 늘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등장인물의 얼굴도 마스크로 반은 가리어진 꿈들을 매일 꾸게 되었다.
1년여간의 마스크와 함께 한, Covid-Life 도 이제는 익숙해지나 보다. 거의 일 년이 넘어서야, 그간 꿈에 나타나지 않았던걸 보니, 금방 끝날 수도 있는, 아니 그렇게 되길 바라 왔던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이제는, 마스크와 함께 살아가는 생활의 긍정적인 부분도 발견하고 있다. 면도에 덜 신경을 쓴다던지, 감기가 덜 걸린다던지, 불필요한 인사는 피할 수 있다던지 등 등.
더 이상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생활이지만, 이렇게 익숙해지고 있다.